반대를 반대, 의심을 의심 ‘애매한 래퍼’의 ‘확신’
- 키츠요지, <확신>
송우현(문탁 네트워크)
이번에 추천할 곡은 사실 누구에게나 선뜻 권할 만한 곡은 아니다. 마치 ‘애매한 순대국밥’ 같은 곡이기 때문이다. 진한 ‘힙합 냄새’를 풍겨서 장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이고, 장르를 뛰어넘어서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곡이냐 묻는다면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 곡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런 ‘애매함’에 나의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다.
래퍼 키츠요지는 90년생으로 ‘젊은 래퍼’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다. 그렇다고 ‘베테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애매하다. 2009년쯤부터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으니 활동 경력은 긴 편인데, 눈에 띄는 ‘성공’을 이룬 것도, 폭삭 망한 것도 아닌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단순한 ‘랩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탄탄한 기본기를 중심으로 올드스쿨과 트렌디한 곡들을 모두 잘 소화해 낸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도 특별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장르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높은 성적을 받거나 충분한 매력을 뽐냄으로써 미디어의 수혜를 많이 받았다고 보기도 힘들다. 한 마디로 ‘애매한 래퍼’인 셈이다. <쇼미더머니> 이후 이런 ‘애매한 래퍼’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겠는가. 그들 중 십 중에 팔구는 이미 힙합 음악 시장의 쇠락과 함께 음악을 그만두었다.
키츠요지 역시 포기할 법도 한데, 작년과 올해에는 각각 두 장, 2023년에는 무려 다섯 장의 앨범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것도 대부분 정규앨범에 가까운 규모로 말이다. 하지만 최근 나온 앨범에 대한 나의 감정은 이제까지의 앨범들이 그랬듯이 ‘애매’했다. 굳이 따지자면 ‘좋음’에 가깝긴 한데, 여러 번 돌려 듣고 싶지는 않은 느낌? 그런데 이번 앨범 후반부에 있는 <확신>이라는 곡을 들으면서는 확실히 마음이 움직였다. 이 곡의 완성도가 특출나게 좋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 래퍼가 가진 ‘애매함’, 본인의 실력과 시장성에 대한 한계에서 오는 애매함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확신’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굳은 결의를 증명하는 건 아마 지금까지의 커리어 전체일 것이다.
솔직히 키츠요지가 정말 빛을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처럼 꾸준히 나아간다면, 나는 계속 그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반대를 반대해 _uck I don’t care
의심을 의심해 brother who cares?
확신. 강한 확신 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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