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특별'해지는 법
손오공은 어째서 석가여래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을까?
간단히 말하면, 이 대결은 유위법과 무위법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손오공은 철저히 물질과 문명, 곧 유위법의 화신이다. 변신을 하고 불멸을 쟁취하고 하늘을 지배하고…, 이것은 자아의 무한증식을 의미한다. 이 유위의 회로를 밟는 순간 누구도 멈추지 못한다. 인류 역사가 그 산 증거다. 진시황을 비롯하여 모든 제왕들은 제국을 정복, 통일한 이후 불로장생을 갈망했다. 모두가 실패했지만 이 욕망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을 탐구하고 과학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걸 활용해서 무기를 만들고 다시 세계를 정복하고, 그 다음엔 또 불멸을 시도하고. 할리우드 영화가 주구장창 반복하는 패턴이 이것 아닌가. 세상을 내 손 안에 넣고 영원히 쥐락펴락하고 싶은 욕망!
-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83쪽
"오늘의 목표는 지구정복!"
인류가 있어 온 이래로 단 한번도 이와 같은 문제로 고통을 받지 않았던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도무지 말을 해도 듣지 않는 후배, 엄마, 선배, 친구, 연인, 남편, 부인 등 저마다 '쥐락펴락'하고 싶은 사람 하나쯤은 있게 마련,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아 고통받는 것도 만인 공통이다. 지금 마음속에 무언가 번뇌가 있다면 곰곰이 잘 생각해 보자. '쥐락펴락'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닌지. 사실 대부분의 '심적 고통'의 끝단에는 바로 이 '쥐락펴락욕'이 자리잡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들 대부분이 '평범한 일반인'이다 보니 그런 '욕망' 때문에 생기는 '사건, 사고'도 '평범한 일반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역사적으로 이름 높았던 '망나니'들의 내면은 어떠했을까 하는 상상이다. 우리가 문헌을 통해 접하거나, 교육을 통해 배우는 역사에서는 그들 '개인'의 심성이 어떠했는지, 특정한 결단을 할 때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 하는 것들은 알려주질 않는다. 대신에 그러한 역사적 사건(역사적인 망나니가 친 사고)이 일어나게 된 '구조적 배경',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을 주로 보게 된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진짜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 점이 몹시 궁금하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특별한 사람'이니까, 그때의 마음도 '특별'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는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함'이 점점 사라진다. 오히려 그들의 감정선이 '평범한 일반인'인 우리와 너무나도 비슷하고, 어쩌다보니 '특별'해진 것 뿐이라는 점이 점점 더 명확해져 가는 것이다. 현대의 '특별한 사람들'을 통해 비춰보건데 '역사적 특별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의 최고 성군이라 불리는 세종대왕의 '고기사랑'같은^^;
자, 그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특별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면 '평범한 일반인'인 우리도 '어쩌다 보니' 특별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쥐락펴락욕'에 시달리는 '일반인'이 '특별한 힘'을 얻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가 사는 '특별한' 세상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나를 괴롭게 하는 일은 무수하게 많다. 그중 대부분이 사실은 '쥐락펴락'하고 싶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첫째,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내 마음 같이 될 수는 없다.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려고 해도 안 된다. 그러니까 겸손하게 살자. 그리고 두번째, 특별한 사람이나 평범한 일반인이나 '어쩌다보니'라는 우연적 요소만 배제하고 보면 결국 똑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다들 '번뇌'에 고통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인류는 모두 '평범'한 셈이다. 바로 여기에 특별해지는 법이 숨어 있다. 세상 만물 그 어떤 것에도 '쥐락펴락'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게 바로 가장 '특별한' 것이리라. 참 쉽다. '특별한 사람'이 되는 법. ^^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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