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5 [나의 석기 시대] 비(雨)는 토기의 꿈 비(雨)는 토기의 꿈 1. 토기의 다양한 용도 부산 《동삼동 패총 전시관》에서 아이의 시체가 들어 있었던 한반도 최초의 옹관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죽은 몸도 있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사람’이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대개 식기류 그릇에는 죽은 생물이 담긴다. 선사의 옹관식 장례도 신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었을까? 후지하라 다쓰시는 변기가 사기로 되었다는 점을 들어 일종의 그릇으로 본다. 후지하라에게 있어 배변이란 자연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다(후지하라 다쓰시,『전쟁과 농업』). 장례를 신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는 묘의 부장품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토기다(나중에 더 찾아서 알게 된 사실인데 고대 제국, 예를 들면 이집트 투탕카멘의.. 2025. 1. 16. [나의 석기 시대] 바다는 사람과 공동체를 기르네 바다는 사람과 공동체를 기르네 1. 주는 대로 먹는다 인류는 잡식이다. 기원부터 따져보자면 쉬이 잡기 어려운 육식보다는 다양한 자연 먹거리의 채집이 식재료 준비의 일차적 모델이었을 법하다. 인류사적 맥락에서 농경의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재배 경작을 기준으로 최소 기원전 만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제레드 다이아몬드,『총·균·쇠』) 그 이전까지의 인류는 주로 주워 먹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농경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그 모습이 또한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을 테니 채집을 인류의 기본 생계 모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듯하다. 인류는 줄곧 주는 대로 먹어왔다는 이야기다. 주워 먹는다, 주는 대로 먹는다. 언뜻 들으면 궁핍한 생활이 떠오른다. 그런데 또 곰곰이 음미해보면 뭔가 울컥해지는 포인트가 있.. 2024. 12. 19. [나의 석기 시대] 선사의 먹거리 선사의 먹거리1. 석기 시대의 고기전(展) 인간과 동식물이 ‘고기’의 차원에서 존재론적으로 동등하다는 점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본다. 이런 만물 동등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선사의 전시가 있다. 전곡 선사 박물관 웹페이지에서 지금도 열어 두고 있는 온라인 〈고기전〉(링크)이다. 나는 24년 초겨울 이 전시회에 직접 다녀왔다. 그런데 전시 공간의 전체 색감 구성(선혈이 낭자한 고기핑크)이라든가 관람 동선이 주는 역동성(구불구불 소장의 형태) 부분만 빼면 온라인 전시회를 보는 것으로도 고기로서의 인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실제 전시 공간은 여러 가지로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우선 입구에 다양한 고기들을 동물 별로, 주로 먹는 부위 별로, 저장 방식 별로 매달아 전시해 두었는데 머리 위에서 피가 .. 2024. 12. 5. [나의 석기 시대] 연필과 석기 연필과 석기 “가장 널리 퍼져 있는 편견의 하나는 문화가 진보한다고 단정하는 것이다. ‘문명의 진보’라는 표현은 너무 자주 들어서 진부하기조차 하다. 소박하고 원시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진보적이지 않다’는 딱지를 붙인다. 여기에는 끊임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실제로, 진보라는 발상 자체는 흥미로운 문화적 현상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인류의 대다수는 역사의 대부분을 통해 진보라는 발상에 물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적인 세계, 변화가 없는 인간은 당연한 것이었다. 설사 변경의 관념이 있었다 해도, 그것은 초기 황금시대로부터의 타락이라고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알프레드 Kroeber(1923), 프란스 드 발, 박성규 옮김,『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2024. 11. 7.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