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50 [청년 사기를 만나다] 유협열전(游俠列傳) : ‘나’를 위한 자존적 투쟁 유협열전(游俠列傳) : ‘나’를 위한 자존적 투쟁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1.불온한 이들을 기록하다 《사기(史記)》를 읽다 보면, 놀라운 영웅담을 만날 수 있다. 《논어(論語)》에서 제자들과 배움을 일상으로 삼았던 공자가 제자 자공을 사신으로 보내 전국을 좌우하는 낯선 모습을 볼 수도 있고[〈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13년간 홀로 서쪽을 떠돌았던 장건[대원열전(大宛列傳)]의 소설 같은 모험담도 읽을 수 있다. 그런 반면, 이걸 공식 역사책에 기록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온’한 이야기들도 있다. 특히 〈유협열전(游俠列傳)〉이 그렇다. 내가 생각하기에, 〈유협열전〉은 《사기》의 모든 기록 중에서 가장 불온한 이야기인 것 같다. 유협(游俠)에 대한 사마천의 기록은 그 자체로 당대 한나라의 폭력성을 고.. 2025. 6. 20. [나의 은퇴 이야기] 설레는 낯섦의 세계로 설레는 낯섦의 세계로 수니(고전비평공간 규문) 때를 맞이하다나는 2024년 6월 말에 직장에서 퇴직했다. 퇴직 전부터 규문 크크랩에서 그림, 사진, 영화 등 예술 관련 공부를 3년째 하고 있다. 화가 반 고흐의 그림에 대한 작가론이나 파졸리니 감독의 영화 비평을 쓰는 경험들은 어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이런 기쁨이 공부를 이어오게 한 게 아닐까 싶다. 퇴직 전까지는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아침과 저녁, 주말 시간에 공부를 해 왔다. 바쁘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어느 순간 ‘정년 퇴직’ 시기가 코 앞에 와 있었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진 연령인 만 60세가 되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 손꼽아 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반을 보낸 직.. 2025. 4. 14. [나의 은퇴 이야기] 밟지 않은 땅을 의지하기 밟지 않은 땅을 의지하기 희수(고전비평공간 규문) 1.달라진 출근길 벽돌이 든 것 같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혜화역에 내린다. 중얼중얼 논어의 문장을 암송한다. 자왈, 불환인지부기지 환부지인야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할까 근심해야 한다. 논어, 학이 16장), 자왈,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옹야 18장) 논어를 읽고 각 챕터마다 자신이 픽한 문장 가운데 선정된 다섯 구절을 암기하는 과제를 수행 중이다. 올해 초부터 사서와 노장을 일요일과 수요일에 공부한다. 혜화역에서 규문까지 가는 길은 춥기도 했고.. 2025. 4. 7. [호모쿵푸스, 만나러갑니다]생태: 생태적 삶, 내가 사는 세계를 질문하다 생태: 생태적 삶, 내가 사는 세계를 질문하다 민호는 웃기다. 이게 내가 몇 년간 민호를 스치며 그에 대해 갖게 된 얄팍한 인상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개그동아리를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아, 역시!’하며 남몰래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고 펀치라인을 멋지게 날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태연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변의 공기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편에 가깝다.인터뷰를 하고 나니 그러한 면모는 동아리보다도 종일 뛰어놀던 산천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냇가에서 개구리를 잡고 산에서 사슴벌레는 잡던 아이였다. 계속해서 그들의 뒤를 쫓기 위해, 그러니까 산천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갔다. 하필 ‘공대’에 간 바람에 그러한 바람은 좌절됐고.. 2024. 10. 25.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