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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세종실록』 - 한글 창제와 가치들의 대립 『낭송 세종실록』 - 한글 창제와 가치들의 대립 이조판서 허조가 아뢰었다.“신은 그에 따른 폐단이 두렵습니다. 만일 간악한 백성이 율문을 알게 되면, 형벌을 피하는 요령만을 터득하여 거리낌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법을 농단하는 무리들이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임금이 말하였다.“그렇다면 백성들을 무지한 상태로 두어서 죄를 짓게 하는 것이 옳겠는가? 백성들에게 법을 알지 못하게 하고 그것에 의거해 죄를 준다면 조삼모사의 술책에 가깝지 않겠는가? 더욱이 태종께서 이두로 법문을 번역하게 하신 것은 모든 사람들이 법을 알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경들은 고사를 상고해서 올리도록 하라.”- 홍세미 풀어읽음, 『낭송 세종실록』, 125~126쪽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 비슷한 것은 보통 사람이 ‘법’의 오묘한 조.. 2017. 11. 2.
조 월튼, 『타인들 속에서』 - 사람의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 조 월튼, 『타인들 속에서』 - 사람의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 사람의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기 이상의 수고가 부모의 몫으로 돌아가지만, 한 사람의 성장은 그밖에도 많은 것에 빚을 지게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내 삶이 받아들이고 빨아들인 것의 양을 헤아릴 수가 없다. 그중에는 사람도 있고, 시간과 공간과 경험도 있다. 가깝게는 친척들이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달라지던 친구들이 있었다. 선생들이 있었고, 옆집이나 앞집, 아랫집의 이웃들이 있었다. 이사할 때마다 낯설다가 익숙해지던 집들이, 놀이터를 둘러싼 마을의 공기가, 하루 백 원씩 받던 용돈이, 그 용돈으로 사먹을 수 있었던 수많은 과자와 사탕들이 있었다. 수 천 수 만 번 겹쳐진 내 발자국.. 2017. 11. 1.
미셸 푸코, 『주체의 해석학』 단 한번도 되어 본 적 없는 자기가 되기 미셸 푸코, 『주체의 해석학』푸코와 마르크스 알튀세르가 1964년 『자본론을 읽자』에서 푸코에 대해 이렇게 경의를 표한다. “인식의 저서들을 독서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길잡이가 되었던 거장들, 즉 과거에는 가스통 바슐라르와 카바이에스이며 오늘날에는 조르주 캉길렘과 미셸 푸코인 그들” 알튀세르는 자기 제자였던 푸코의 책들을 ‘개척자적 작품’ 또는 ‘해방의 작품’이라고 극찬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알튀세르는 “그는 내게서 차용한 의미나 용어들이 그의 사상과 붓 아래에서 나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으로 변형되었다”고 가벼운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사실 푸코는 평생 알튀세르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다. 어쩌면 말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알튀세르는 푸코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대단.. 2017. 10. 31.
낭송 조선왕조실록 풀어 읽은이 인터뷰2 - 세종, 성종 실록 낭송 조선왕조실록 풀어 읽은이 인터뷰2『낭송 세종실록』 풀어 읽은이 홍세미 인터뷰 1.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적 기록물인데, 낭송으로 읽는다는 것이 무척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번 낭송Q시리즈 조선왕조실록편에서 선생님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세종실록』을 풀어 읽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4년 전, 감이당 홈페이지에서 조선왕조실록 세미나 공지를 보았습니다. ‘항심과 하심을 길러주는 세미나’라는 소개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500년의 기록이니 적어도 30년은 걸리는 세미나’라고 했습니다. 공부하면서 늘 뒷심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터라, 세미나를 신청할 때는 역사에 대한 관심보다 ‘공부하는 끈기를 좀 길러보자’라는 심산이었지요. 솔직히 ‘누가 세미나를 30년이나 해? 길어야 1, 2년 정도겠지’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2017.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