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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11

피카소가 사랑했던 여인, 마리 테레즈를 만나다 무언가를 구경하는 눈은 오로지 결과만을 본다. 기린이 어떤 기후를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지금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보지 않고, 그냥 거기 존재하는 기린만을 본다. 마찬가지로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그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작가가 무슨 생각을 했고, 그걸 본 사람들은 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경로로 작품이 그곳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등등의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물로서의 작품만을 바라본다. ─채운, 『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 164쪽 예전에 퐁피두 미술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미술책에서 본 마티스, 샤갈, 피카소처럼 유명한 화가들도 있었고 처음 듣는 화가들의 작품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인상적이었던 몇몇 그림은 "미술책에서 봤던 것보다.. 2013. 9. 3.
봄볕에는 며느리를,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 고백하자면...봄이 며느리인가? 딸인가? 매번 헷갈려서, 이 말을 써먹으려면 검색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물론 오늘도 찾아봤지요.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봄볕에 타면 에미애비도 못 알아본다는. 왜 그럴까요?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하니 함께 살펴볼까요? ㅎㅎ 지구는 자전을 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합니다. 자, 아래 그림을 한번 보시죠. 춘분은 0도, 추분은 180도입니다. 이때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해요. 그리고 입춘에서 입하로 넘어갈 때에는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입추에서 동지로 넘어갈 때에는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게 됩니다. 얼마 전에 1회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파리에서는 밤 8시가 되었는데도 오후 4~5시 정도의 밝기라 깜짝 놀랐습니다. (파리 안 가봐서…) 러시아와.. 2013. 8. 23.
어떤 선을 그릴 것인가, 만날 것인가 나는 파울 클레를 좋아한다. 그의 그림은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블로그 편집을 하면서 자주 ‘써먹기 위해’ 검색한다. (북드라망 블로그 곳곳에서 클레의 그림을 보셨으리라^^) 그래서 ‘클레의 그림이 왜 좋은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침묵하기 일쑤다. 차마 ‘써먹기 좋아서…’라고는 말 못하겠더라. 그러다 마주친 이 문장. 클레는 각각의 선에다 삶을 부여한다. 수직선, 수평선, 사선, 곡선이라는 규정 대신 산책하는 선, 머뭇거리는 선, 생각하는 선, 능동적인 선, 수동적인 선, 화난 선 등등. 그가 보기에는 세상에 같은 선이란 없다. 어떤 직선은 곡선을 만나 사랑에 빠진 선이 되고, 어떤 곡선은 다른 곡선을 만나 혼돈에 빠진 선이 된다. 똑같은 직선처럼 보여도 주변에 있는 선들에 따라 그 선은 다른.. 2013. 8. 21.
고미숙 선생님의 新열하일기 여정 맛보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개정신판 속 사진과 문장들 #1 강을 건너며 연암은 묻는다. "그대 길을 아는가?"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길은 저 강과 언덕 사이에 있다"고. 지금 또한 마찬가지다. 길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국경과 자본, 그 '사이'에 있다. 21세기 들어 세계 곳곳에서 국경의 경계들은 여지없이 해체되고 있다. 디지털 자본의 가열찬 진군을 감히 누가 막을 수 있으랴. 하지만 자본은 국경이라는 기호도 적극 활용한다. 때론 묵살하고 때론 설설 기면서. 압록강은 중국과 북한, 그리고 대한민국, 이 세 개의 국경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앞으로도 이 압록강에선 국경과 자본 사이의 은밀한 밀당이 쉬임없이 벌어질 것이다. ─고미숙,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428쪽 #.. 2013.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