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바다, 정치사상가 한비자 읽기 (3) : 생애와 저작 ③
주석가들
현대의 한비자 연구가인 진기유는 『한비자신교주』(韓非子新校注)에서 주요 주석가를 섭렵하면고 구주(舊注)라고 표시한 글을 보여준다. 구주란 당나라 때의 이찬(李瓚)의 주석과 당나라 이전 위진(魏晉) 시기 위(魏)나라 때의 유병(劉昞)의 주석을 말한다. 유병의 주석은 일부만 전한다. 한나라 때부터 주요 유교경전에 주석 작업이 이루어진 데 비해 『한비자』 주석은 생각보다 늦다. 원나라와 명나라에도 『한비자』에 관심을 갖고 기록한 책이 보이지만 청나라 때 와서야 고증학자들에 손에 상세한 검토가 이루어진다. 왕선겸(王先謙)에 의해 집대성된 것이 『한비자집해』(韓非子集解)다.
일본에 『한비자』 연구가 많다. 메이지 시기에 연구열이 높았다. 에도시대 영향력이 컸던 대유(大儒) 오규 소라이(荻生徂徠)의 저명한 「한비자를 읽다」[讀韓非子]를 필두로 여러 주석가들이 『한비자』에 주석을 달았다. 특히 선배와 당대 주석가들의 견해를 참고해 받아들이고 고서(古書)를 검토해 일가를 이룬 오오다 가타(太田方)의 『한비자익취』(韓非子翼毳)는 빼어난 저작으로 명성이 높다.
사마천이 명문으로 보고 전문을 인용했던 「세난편」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고주와 그 밖의 주석, 오오다 가타의 주석 몇 개를 비교해 보자. 길고 번거로워 읽기 괴롭지만 옛사람들의 공부와 학문방법을 엿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비가 명문장가라 할 때 무슨 의미인지 파악할 수 있는 한 가지 길이기도 하다.
說難第十二1)
“凡說之難2), 非吾知之, 有以說之之難也3); 又非吾辯之, 能明吾意之難也4); 又非吾敢橫失, 而能盡之難也5). 凡說之難, 在知所說之心, 可以吾說當之6). 所說出於爲名高者也, 而說之以厚利, 則見下節而遇卑賤, 必棄遠矣7). 所說出於厚利者也8), 而說之以名高, 則見無心而遠事情, 必不收矣9). 所說陰爲厚利而顯爲名高者也10), 而說之以名高, 則陽收其身而實疏之, 說之以厚利11), 則陰用其言顯棄其身矣12). 此不可不察也.”(인용한 원문은 건도본乾道本이다. 『한비자』도 여러 판본 문제가 있는데 후세에 우수한 판본으로 인정되어 통용되는 저본은 송나라 건도乾道연간에 간행된 세칭 건도본乾道本이다. 사마천이 읽은 『한비자』는 당연히 한나라 때 통용되는 판본이어서 건도본과 글자 출입이 있다. 주석에서 검토될 것이다.)
해석: 무릇 유세는 어려운 일이다.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며, 또 내가 말을 잘해서 내 뜻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며, 또 내가 종횡무진 자유롭게 말해 남김없이 다 말하는 게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무릇 유세의 어려움은 내가 설득하려는 상대의 마음에 내가 하는 말이 딱 들어맞느냐에 있다. 내가 유세하는 상대가 명예를 높이는 데 마음을 두고 있는데 그에게 큰 이익으로 유세한다면 격이 낮아 비천한 일만 상대한다고 여겨져 반드시 멀리 내칠 것이다. 내가 유세하는 상대는 큰 이익을 얻는 것에 마음을 두었는데 명예를 높이는 일로 그에게 유세한다면 아무 생각 없어 세상 물정에 어둡다고 여겨져 절대 내 말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유세하는 사람이 마음속으로는 큰 이익을 추구하면서 겉으로는 명예를 높이는 사람인데 그에게 명예를 높이는 일로 유세한다면 겉으로는 유세가를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그를 멀리할 것이며 큰 이익을 추구하는 일로 유세한다면 속으로는 그의 말을 쓰면서도 겉으로는 그 사람을 버릴 것이다. 이는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주석:
1)
◎구주(舊注): 무릇 유세에는 거슬리거나 잘 들어맞는 기틀이 있으므로 잘 들어맞으면 복을 부르고 거슬리면 화를 만든다. 털끝만큼의 실수가 천리의 차이를 낳는 법이다. 이 때문에 유세가 어렵다고 한 것이다.[夫說者有逆順之機, 順以招福, 逆而制禍, 失之毫釐, 差之千里, 以此說之所以難也.]
◎오오다 가타(太田方)의 주: 임금의 마음은 갈래가 많아 한 가지가 아닌데 신하된 사람은 충성스런 마음을 자부하면서 잘못된 마음을 곧게 하고 바로잡으려 하니 임금은 절대 그의 말을 듣거나 쓰지 않는다. 무릇 도를 품고 충성하는 선비는 마음은 나라를 잘 다스리는 방도에 두고 의도는 임금을 깨우치는 데 있다. 그렇기에 자세하고 간절하게 말해 임금이 깨우치기를 바란다. 이 때문에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 깨끗한 선비의 처지에서 보자면 부끄러워할 일인 듯 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진심을 바치는 마음에 어찌할 수 없어 말하는 것이다. 읽는 사람들은 장점을 파악해야 된다.[凡人主之情, 多端不一, 爲人臣者, 自負忠誠之心, 欲直格非心, 必不聽用也. 夫抱道懷忠之士, 心存乎治術, 意在於喩君. 故委曲切切, 冀其覺悟也. 是以有時汙卑, 自淸潔之士觀之, 似若可羞也. 雖然亦效忠之心有所不得已焉. 讀者取其長可也.]
*오오다 가타의 주석은 전국시대 유세객이 임금에게 유세하는 것으로 읽지 않고 신하가 임금에게 간언하는 어려움으로 바꿔 읽었다. 시대변화를 감안한 것인데 고전의 당대적 독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2)
오오다 가타(太田方)의 주: 『순자』(荀子) 「관상술 비판[非相]편」에, “무릇 유세의 어려움은 지극히 낮은 견해가 지극히 높은 견해를 만났을 때, 최고의 통치술을 품은 견해가 지극히 어지러운 상태와 부닥쳤을 때 생긴다. 이럴 때는 직설적으로 상대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이 「세난편」은 스승의 말씀에 근거를 두었다.[荀子非相篇云, “凡說之難, 以至卑遇至高, 以至治接至亂, 未可直至也.” 是說難本於師說矣.]
*오오다 가타의 안목을 보여 주는 주석이다. 한비가 순자의 제자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계승했는지 실증적으로 제시하며 의견을 피력한 경우는 많지 않다. 한비가 언제 어떤 기회로 순자를 찾아가 얼마동안 공부했는지 『순자』나 『한비자』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실증적인 측면에서 사제관계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오오다 가타의 주석은 그런 면에서 사제관계를 증명하는 글이기도 하다. 오오다의 주석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3)
◎구주: 모르고 유세를 하면 진심이라 할지라도 의심을 받는다. 그러므로 내가 아는 것으로 설득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고 말했다. [不知而說, 雖忠見疑, 故曰非吾知之說之難也.]
◎청(淸)나라, 왕선신(王先愼)의 주: 구주는 확실히 잘못되었다. (첫번째) “凡說之難” 네 글자는 한편 전체를 총괄해 이끄는 말이고, “非吾”로 시작하는 세 구절은 또 유세의 어려움이란 원래의 의미를 별도로 기술했으며, 다시 “凡說之難”이란 말로 본문을 논점을 제기했다. 이 구절은, 사리를 알면 시비를 설득할 수 있으므로 이는 내게 어려운 게 아니라는 말이다.[舊注固失...“凡說之難”四字總挈一篇, “非吾”三句又別說難本意, 再以“凡說之難”引起正文. 此言知其事理則能說其是非, 此非吾所難也.]
◎오오다 가타의 주: 내 지혜로 임금을 설득하는 일, 이것이 어려운 게 아니다(라는 말이다).[吾智慧以說人主, 是非其難者也.]
4)
◎구주: 내 비록 스스로 여러 번 해명해 밝힐 수는 없지만 내가 설득하고자 하는 뜻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경우 만에 하나라도 잘못하지 않을 것인데 이렇게 하는 방법이 어려운 것이다.[吾雖不自辯數, 則能明吾所說之意, 如此者萬不失一, 有所以則爲難也.]
◎청, 노문초(盧文弨)의 주: 본문 “辯之” 아래 『사기』 「한비전」에는 “難”이라는 글자가 있다. 군더더기 글자다. 구주의 “有所以則爲難也”라는 글에서 “則”字는 “明”으로 써야 한다. (*明으로 바꾸면, “명확하게 하는 방법이 어려운 것이다”라고 해석된다.)[“辯之”下史記韓非傳有“難”字, 衍. 注, “有所以則爲難也”, “則”當作“明”.]
◎청, 왕선신의 주: 이 문장은 변론을 통해 내 뜻을 명석하게 하는 일이 또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구주는 잘못됐다.[此言辯論能令吾意明晰又非所難也. 舊注非.]
◎오오다 가타의 주: 『사기』에는 본문 “能”字 위에 “難”字가 있다. 잘못된 글자다. ○내가 말을 잘해서 상대방에게 내 뜻을 명확하게 깨우쳐 주는 것이 또 어려운 일은 아니다. [史記“能”上有“難”字, 非. ○吾辯辭以明諭吾意於彼, 又非其難者也.]
5)
◎구주: 내가 설득하는 말은 이치를 따르는 뻔한 말이어서도 안 되고 감히 제멋대로 마음대로 하는 것도 아니니 그 뜻을 남김없이 다 밝힐 수 있을지 또다시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吾之所說, 其不可循理, 非敢橫失, 能盡此意亦復難有.]
◎청, 고광기(顧廣圻)의 주: ‘실’(失) 자는 『사기색은』(史記索隱)에서 이 부분을 인용한 것에 의거해 ‘일’(佚) 자로 써야 한다. 생각건대, 失과 佚은 같은 글자다. 때문에 『사기』에서 ‘실’(失)자는 ‘일’(佚)로 쓴 것이다. 뒷 문장에, “그런 연후에 자기 생각과 변론을 끝까지 내달려”라고 쓴 글이 보이는데 이 구절의 뜻이다. 구주 역시 잘못 해석했다.[“失”當依索隱引此作“佚”, 史記作“失”. 案佚·失同字, 故史記以失爲佚...下文云“然後極騁智辯焉”, 即此句之義也. 舊注亦誤.]
◎오오다 가타의 주: 실(失)이 어떤 글에는 일(佚)로 쓰였다. ○실(失)과 일(佚)은 고서에서 왕왕 통용한다. 감(敢)은 무릅쓴다는 말이다. 감히 의론을 자유롭게 펼치며 할 말을 다해 언사를 남김없이 말하는 것이 또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진정 어려운 것은 바로 다음 문장에 보인다.[失一作佚. ○失·佚古書往往通用. 敢, 冒昧之辭. 言敢言橫議逸馳, 能盡其辭, 又非其難者也. 其所難者, 正在下文也.]
6)
◎구주: 유세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미 안다면 마음대로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세하는 상대방에게 합당할 수 있다.[旣知所說之心, 則能隨心而發唱, 故所說能當.]
◎오오다 가타의 주: 임금의 마음을 알 수 있어 내 말로 그에게 들어맞게 해 상대방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라는 말이다. 무릇 유세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言能知人主之心, 以吾說當之, 以愜彼意. 是其甚難者也. 凡說之難, 正在於此也.]
7)
◎구주: 유세하는 상대방이 명예를 높이는데 마음을 두었는데 큰 이익으로 설득하면 상대는 내 뜻과 절개가 낮다고 생각해 천하게 대우할 것이다. 또 천하게 대우한 뒤에는 반드시 버려져 멀어지게 된다.[所說之人意在名高, 今以厚利說之, 彼則爲己志節凡下, 而以卑賤相遇. 亦旣賤之, 必棄遺而疏遠矣.]
◎청, 노문초의 주: 구주의 “爲己”는“謂己”로 써야 한다.[注“爲己”當作“謂己”.]
◎청, 왕선신의 주: 위(爲)와 위(謂)는 같은 글자다.[爲·謂字同.]
◎오오다 가타의 주: “出”은 처하다[處]와 같은 말이다. 『사기』 「예서禮書」에, “선비가 죽음의 자리에 처해 절개를 구하는 것인 줄 누가 알겠는가”[孰知夫士出死要節]라는 문장이 보이는데 『사기정의』(사기정의)는, “‘出死’는 處死와 같은 말이다”라고 풀이했다. 내가 유세하는 임금은 마음이 명예와 고상함에 있는데 그에게 큰 이익으로 설득한다면 유세하는 사람은 격이 낮은 사람으로 여겨져 비천한 사람으로 상대 받게 될 것이다. 이와 같다면 확실히 버림받고 멀어지게 된다.
『관자』(管子) 「칠신칠주」(七臣七主) 편에, “헛된 명성으로 꾸미기 좋아하는 신하는 임금이 친밀하고 귀하게 여기는 신하보다 자신이 훌륭하다고 생각해 이를 명예[名]로 여기고 작록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를 고상함[高]으로 여긴다”라는 문장이 보이는데 바로 “名高”의 말뜻이다.
『문선』(文選)에 수록된 진(晉)나라 장협(張協, 경양景陽은 자)의 「잡시」(雜詩) 5에, “‘양춘’(陽春)곡은 (고상해) 화음을 맞추는 사람이 없고, ‘파인’(巴人)이란 노래에는 모두 박자를 맞추네[下節]”라고 했는데 이선(李善)은, “굴원(屈原)의 『초사』(楚辭)에, ‘곁말의 고삐를 잡고 천천히 간다[下節]’”라고 (같은 구절이 나온다고) 주석을 붙였다. “見下節”을 ‘그가 절개가 낮은 것으로 보고’라고 풀이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비자, 「난언」(難言) 편에, “(제 말이) 겉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라고 했는데 바로 “見下節”(격이 낮다고 여겨져)과 똑같이 쓰인 문장이다.(*견見이란 글자를 수동태를 나타내는 말로 보아야 한다는 주석이다. 정확한 해석이다.)
“遇卑賤”을 ‘비천함으로 그를 대우한다’는 말로 읽는 것은 잘못이다. 다음에 나오는, “세상 물정에 어둡다”[遠事情]는 문장과 똑같은 글이다. 『순자』荀子 「관상술 비판」[非相] 편에, “무릇 유세의 어려움은 지극히 낮은 견해가 지극히 높은 견해를 상대[遇]할 때”라고 한 문장과 동일한 글자다. “下節”은 “名”字에 대응하고 “卑賤”은 “高”字에 대응한다.
[出猶處也. 史記「禮書」云:“孰知夫士出死要節.” 正義曰:“出死猶處死也.” 所說之主, 中心欲立名高者也. 然說之以厚利, 則彼見以爲下節而遇卑賤者也, 如是者必棄遠矣. 管子「七臣七主篇」云:“飾臣克親貴以爲名, 恬爵祿以爲高.” 卽是“名高”文字. 文選張景陽雜詩:“陽春無和者, 巴人皆下節.” 善注:“楚辭云:‘攬騑轡而下節.’” “見下節”, 讀見其下節, 非也. 「難言篇」云:“見以爲華而不實”, 正與此一例文. “遇卑賤”, 讀遇之以卑賤, 非也. 是如下文“遠事情”一例文. 荀子“以至卑遇至高”, 同例字. “下節”應“名”字, “卑賤”應“高”字.]
8)
◎오오다 가타의 주: “厚”字 위에 ‘爲’字가 빠진 것 같다.[“厚”上疑脫爲字.]
9)
◎구주: 내가 유세하는 상대방은 마음이 큰 이익에 가 있는데 지금 명예 높이는 얘기로 설득한다면 이는 나를 보고 때를 살피는 마음이 없어 세상 물정과 멀리 떨어졌다고 여길 것이다. 이렇다면 확실히 버림받아 쓰이지 않게 된다.[所說之人意在厚利, 今以名高說之, 此則爲己無相時之心而闊遠事情矣. 如此, 則必見棄而不收矣.]
◎청, 왕선신의 주: 이는 상앙이 진나라 효공에게 유세할 때 제왕을 가지고 얘기한 방법이다. 때문에 효공은 화를 내고 상앙을 쓰지 않았다.[此商鞅說秦孝公以帝王, 故怒而不用是也.]
◎오오다 가타의 주: 내가 유세하는 임금은 마음으로는 큰 이익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명예와 고상함으로 설득한다면 유세하는 사람은 아무 생각 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세상의 실상에서 멀리 떨어졌다고 보일 것이다. 이렇다면 절대 쓰이지 않는다. “事情”의 정情은 실상이라는 말이다.[所說之主, 中心欲得厚利者也. 然說之以名高, 則彼見以爲無心而闊遠事情者也. 如是者必不收用矣. 情猶實也.]
10)
◎오오다 가타의 주: 『사기』에서는 “陰”이라는 글자를 實로 썼다.[史記“陰”作實.]
11)
◎오오다 가타의 주: 『사기』에서는 “說”위에 者字가 있다. [史記“說”上有者字.]
12)
◎구주: 내가 유세하는 사람이 속으로는 몰래 큰 이익을 위하는데도 겉으로 드러내놓고 명예가 높아지길 위하는데 지금 그 외면만 보고 명예 높이는 길로 유세한다면 상대방은 겉으로 유세한 사람을 거두어들이겠지만 속으로는 실상 소원하게 대할 것이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잘 살펴 알아내서 큰 이익으로 유세하면 상대방은 사사로이 그 사람의 말을 쓰면서 겉으로는 분명히 그 사람을 버리고 명예가 높다고 꾸며줄 것이다. [所說之人, 內陰爲厚利, 外陽爲名高, 今見其外說以名高, 彼雖陽收其身, 內實疏遠, 若察知其內, 說以厚利, 則私用其言, 外明棄其身以飾其名高也.]
◎청, 왕선신의 주: 겉으로는 사람을 거두면서도 실상은 멀리하는 경우는, 예컨대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중원의 나라로 진출하고 싶으면서도 맹자에게 교육할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한 일(『맹자』 「양혜왕」梁惠王 상上에 보인다)이 해당한다. 속으로는 의견을 채택하면서도 겉으로는 그 사람을 버린 경우는, 예컨대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벼슬을 주면서 옹계(雍季)를 먼저 주고 구범(舅犯)을 나중에 준 일(『한비자』 「난일편」難一篇에 보인다)이 해당한다.[陽收其身而實疏之, 如齊宣王欲中國而授孟子室之類. 陰用其言顯棄其身, 如晉文公行爵先雍季而後舅犯之類.]
◎오오다 가타의 주: 『사기』에는 “陰”이라는 글자를 實로 썼다.[史記“陰”作實.]
* 구주의 설명이 생각보다 독특해서 눈길을 끈다. 청나라 고증학자들이 근거를 대고 해석을 정밀하게 했다. 청대학자들이 글자 하나하나 근거를 가져와 고증하는 방식은 인상적인데 여기서는 상대적으로 덜 하다. 한비의 글이 명료해서 읽는데 큰 무리가 없어서 일 것이다. 오오타 가타의 주석이 상세하고 치밀한데 고서古書를 섭렵한데서 오는 장악력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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