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위한 명심보감』 옮긴이 서면 인터뷰
1. 『명심보감』은 보통 ‘어린이의 학습을 위한 한문교양서’로 많이 불립니다. 이런 『명심보감』을 중년에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명심보감』은 한자 자체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는 어린아이들이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담긴 내용이 꼭 어린아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내용들은 여러 가지 인생 경험이 있는 어른들이 이해하기 적합한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 자신이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중년이란 나이는 몸의 쇠함을 경미하게 느끼는 동시에 의지의 쇠함도 함께 경험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중년은 인생이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고, 인간관계도 영원히 하지 않고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여러모로 새로 깨닫게 되는 것이 많은 시기입니다. 중년에 읽어야 할 책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동양 고전인 『논어』, 『맹자』, 『사기』 등은 나이가 들수록 내용들이 새록새록 깊이를 더해 갑니다. 고전을 모두 원서로 볼 수 없지만 한문과 함께 보지 않으면 이해가 쉽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해서 읽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논어』, 『맹자』는 한자 지식이 없는 분들이 처음부터 읽을 때 부담스럽습니다. 그렇지만 『명심보감』은 한자들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내용 뿐 아니라 한문 문형을 처음 공부하는 분들에게 적합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명심보감이 처음 고전을 접하시는 분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고 편한 책이기도 합니다. 내용이 전혀 깊이가 없지도 않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을 많은 중년분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명심보감』은 이미 많은 판본이 있는데, 새롭게 번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명심보감』은 수많은 책들이 시중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중에는 아동용 서적이 많기 때문에 실상 어른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들은 많지 않습니다. 또 원문과 번역문 만을 실어 놓아서 강독(講讀)에 적합하기는 하나, 독서를 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책들도 많았습니다. 이번 번역에서는 우선 해당 원문들의 출처를 다시 한번 철저히 밝혔습니다. 책을 다 완성시켜 놓고 보니 너무 번다한 느낌이 들어 출처는 최대한 줄였습니다. 번역은 앞선 번역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한 경우가 많아서 오류들을 수정하고, 번역에 있어서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해당 문구마다 충실한 평설을 붙여서 한층 깊이 있는 해석을 가능케 했습니다.
3. 『명심보감』의 문장 중 특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으신 문장이 있다면 이유와 함께 말씀해 주세요.
공자가 말하였다. “여러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보아야 하며, 여러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보아야 한다.” 子曰 衆 好之 必察焉 衆 惡之 必察焉자왈 중 호지 필찰언 중 오지 필찰언
이 글은 『논어』 「위령공」(衛靈公)에 나옵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타당한 객관적인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감(私感)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다른 사람의 프리즘을 통해서 보기보다는 나의 프리즘을 통해 보는 것이 좋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다고 해서 꼭 내게도 그런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이때 나에게 필요한 자질은 인(仁)입니다. 오직 인한 사람이라야 호오(好惡)를 온전히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여태 제대로 못 보고 못 읽어내고 있던 그 사람을 제대로 읽어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익지서(益智書)』에 말하였다. “차라리 아무 걱정거리 없이 집이 가난할지언정 걱정거리가 있으면서 집이 부유하지 말 것이요, 차라리 걱정거리 없이 초가집에서 살지언정 걱정거리 있으면서 좋은 집에 살지 말 것이요, 차라리 병이 없이 거친 밥을 먹을지언정 병이 있어 좋은 약을 먹지 말 것이다.” 益智書云 寧無事而家貧 莫有事而家富 寧無事而住茅屋 不有事而住金屋 寧無病而食麤飯 不有病而服良藥 익지서운 영무사이가빈 막유사이가부 영무사이주모옥 불유사이주금옥 영무병이식추반 불유병이복량약
걱정거리가 없으면서 가난하게 초가집에 사는 것이 낫지, 걱정거리가 있으면서 부유하게 고대광실 좋은 집에 살면 무엇하겠습니까. 또 아프면서 좋은 약 먹기보다 아프지 않으면서 거친 밥을 먹는 게 더 낫습니다. 너무나 타당한 말입니다. “행복을 모르면 불행이 와서 가르쳐 준다”고 합니다. 지금 내게 있는 것을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고, 내게 없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 불행입니다. “뿔을 준 동물에게 이를 주지 않는다”라 했으니 하늘은 다 주지 않습니다. 무엇을 주었다면 무언가를 빼앗아갑니다. 갖고 있는 것도 잃어버리기 전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4. 그동안 『아버지의 편지』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조선의 아버지에 대해 다루신 적이 있는데요. 앞으로 한문학자로서 조명하고 싶은 인물이나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앞으로 제 전공에 관한 학술서를 2권 정도 내려고 합니다. 대중서로는 여러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조선의 개』 『책상 앞에 붙인 글: 조선의 좌우명』 『그 사람 마지막 한시: 절명시』 등의 주제는 많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조선의 개』는 개와 관련된 조선시대 문헌들을, 『책상 앞에 붙인 글: 조선의 한시』는 조선 선비들의 좌우명들을 모은 것입니다. 『그 사람 마지막 한시: 절명시』에서는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쓴 시인 절명시(絶命詩)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는 여러 테마의 한시들을 모은 책과 조선의 극한 직업을 소개하는 책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기획하고 있거나 자료를 모으고 있는 주제들이 여럿 있어서 하나씩 정리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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