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아름다운 마무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아름다운 마무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안녕하세요. 편집자 k입니다. 다른 해보다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벌써 몇 십 번이나 반복하고 있는데도 묵은해와의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뭐, 금방 또 진정되겠지요. 어쨌거나 헤어질 때는 잘 헤어져야 하는 법. 그래서 오늘 소개할 드라마는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입니다(응?).


1996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 드라마는 1996년 12월 초에 MBC 창사특집극(총4부작)으로 처음 방영이 됐었는데요, 워낙에 명작이었기에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그해 성탄절에 4부 연속 재방송이 되기까지 합니다(재방송한다고 MBC 뉴스에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연극,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심지어 시나리오 일부가 모의고사 지문으로 출제되면서 시험 보던 학생들의 눈물을 쏙뺐다는 얘기도 있었지요;;) 얼마 전 TVN에서도 리메이크를 했었지요. 사실 개인적으로 리메이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원미경-유동근-김영옥의 연기를 안 볼 수는 없고, 한편으로는 제가 오열하다 쓰러질까 봐(응?) 걱정도 되고… 이래저래 못(안) 보고 있다가, 큰맘 먹고 봤습니다. 


2017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2017년작을 보기에 앞서 쓸데없이 혼자 한 가지 걱정을 했었는데요. 1996년이나 2017년이나 식구 중의 누군가―특히 가장 고생한―가 큰 병에 걸리고, 어쩔 줄 몰라 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은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2017년에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집에서 수발한다는 설정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요양원으로 모시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직접 리메이크작의 각색을 맡은 노희경 작가는 역시 노련했습니다. 치매 시어머니는 요양원에 모셨었지만, 정신이 드실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고 난리를 치시는 데 그때마다 달래는 것도 지치고, 그동안의 정도 있어 다시 집으로 모시고 온 설정이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집으로 모시게 된 치매 시어머니(김영옥)는 이년 저년 하며 시도 때도 없이 밥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볼일 보러 나갈라치면 엄마 엄마 하며 매달리고, 계약 연장이 불투명한 페이닥터인 남편 정철(유동근)은 묵언 수행 수준으로 늘 말이 없습니다. 뉘 집 딸인지 늘씬한 데다 잘나기까지 한 딸(최지우)은 유부남과 연애 중이라, 삼수생 아들은 사수가 머지않은 듯하지만 시험이 끝나서…만이 아니라 원래 자식들은 큰일 터지기 전까진 집안일에 관심이 없지요. 좌우간 이 식구들의 수발이 모두 인희(원미경)의 몫입니다. 


그리고 오줌소태가 계속되던 어느 날, 남편이 일하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됩니다. 결과는 난소암. 인희의 진료를 본 정철의 동료 의사는 일단 정철에게만 이 사실을 알리고, 정철은 인희가 아프다고 했지만 ‘동네 근처 병원 가서 약 지어 먹으면 낫는다’고 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워합니다.   



그런 시간에도 인희는 ‘시에미에게 개똥을 주었다’며 시어머니가 던져내는 연시를 받아내고, 집으로 돌아와 이 광경을 목격한 정철은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뒤이어 들어오는 자식들에게 역정을 내고 아들 정수에겐 손찌검까지 하게 됩니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다음 날, 정철은 인희에게 병원에 와서 몇 가지 검사를 더 받으라고 합니다.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다시 검사를 받아보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난소에 퍼진 종양은 임파선을 통해 모든 장기에 전이되어 수술도 불가한 상태. 그럼에도 정철은 수술(이라기보다는 개복)을 강행합니다. 배 열고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죠. 종양 덩어리를 떼어 내서 숨통이라도 틔워 주고 싶어 하게 한 수술이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이제 인희에게도 자식들에게도 병을 알리고, 마지막을 준비할 때가 온 것이죠. 




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건가, 이 제목을 보고 코웃음을 친 적도 있었습니다. 평생을 식구들 뒷바라지만 하던 엄마가 손 쓸 수 없는 병에 걸렸을 때에야 다 같이 후회하면서 한마음으로 울고불고하는 것? 눈물 쏙 빼고, 코가 헐도록 콧물을 쏟아 놓고도 그런 삐딱한 마음이 들었던 때도 있었지요. 


월급의사지만 어쨌든 의사 남편에, 남부럽지 않은 딸과 잘생긴 아들이 있고, 가평에는 노후를 보낼 전원주택도 있습니다. 치매를 앓는 노모가 계시긴 하지만 어쨌건 이만 하면 이제 고생도 다 끝났고 편하게 살 때도 되었지요. 그런데 덜컥, 수술조차 힘든 암이라니요. 이때 병보다 더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억울함입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나, 물론 범인(?)을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인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전과 다름없이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고 곧 죽게 될 자신보다 치매인 시어머니와 그 때문에 고생할 가족들을 가여워합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하는 명장면은… 역시 직접 보시고 우셔야 합니다;; 


96년도 버전(비록 명작극장의 다이제스트판이었지만;;)을 보고 울었을 때는 인희의 자식들에 저를 대입하면서 울었었지요. 지금도 저 집 자식들이나 저나 마찬가지(저 집 딸은 잘나기라도 했지요;; 에휴)이긴 하지만, 이제 같은 이유로는 조금 덜 울게 되었습니다. 대신 자신에게 어떤 마지막이 오더라도 자신이 지녀온 삶의 자세를 잃지 않는 이별이 아름다우니 똑같이 울게 될 수밖에요. 그리고 언제 어떻게 끝내게 되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미안해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저렇게 끝내고 싶다 생각하면서, 감히 그에 비할 수는 없지만 2017년도 그렇게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감사하고, 미안해하면서요. 


아무튼, 언제 보아도 좋을 작품이지만 웬만하면 올해 가기 전에 꼭 보셔요!

2017년 한 해도 고마웠습니다, 여러분!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_ 편집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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