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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精)을 통해 익히는 삶의 윤리 정(精)을 통해 익히는 삶의 윤리 연구실에 처음 접속하는 학인들을 보며, 나는 가끔 이곳에 처음 공부하러 왔을 때를 떠올리곤 한다. 익숙지 않은 공간, 모르는 사람들, 생소한 책들 등 그 모든 것이 새로웠던 그 때, 나에게 가장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언어였다. 같은 나라말인데 뭐 얼마나 차이가 있겠냐 싶겠지만 바깥(?)세상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이 용어들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 후, 귀동냥으로 여러 개념들을 주워들으며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연구실 생활에 적응하던 무렵,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서 불문율처럼 자리 잡고 있던 문구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정(精)을 아껴라!!’ 대체 이 정(精)이 무엇이기에 아껴야 .. 2016. 10. 27.
올리비에 메시앙② <투랑갈릴라 심포니> - 음향무쌍! 올리비에 메시앙② - Olivier Messiaen, 투랑갈릴라! 곡 제목을 몇 번 소리내어 말해보라. 입안 가득 경쾌한 리듬 감각이 살아나지 않는가? 나에게 이 거대한 심포니는 감상할 때마다 이전에 들을 수 없었던 소리의 색채들과 음악 언어의 다양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매혹적인 소리의 물결이 매 악장마다 변화무쌍한 대비를 통해 펼쳐진다. 현란하게 쏟아지는 빛의 음향이 나타나다 문득 묵직한 브라스 소리가 죽음의 그림자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타악기들의 다양한 타격의 향연이 이어지는가 하면 몽환적이고 영롱한, 마치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에 등장하는 쎄이렌의 소리가 이와 같은 음색은 아니었을까 여겨지는 신비의 가락이 들려오기도 한다. 투랑갈릴라의 주제를 몇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놀이, 사랑,.. 2016. 10. 26.
새로운 성경 읽기 - 하느님과 지혜,『성경』의 「시서와 지혜서」 새로운 성경 읽기 - 하느님과 지혜『성경』의 「시서와 지혜서」 둘째 아이와 나 사이에만 있는 ‘철학자 이름 말하기 게임’이 있다. 철학자 이름을 번갈아 대다가 한 사람이 더 이상 대지 못하면 끝이 난다. 아이는 대개 내가 알려준 철학자 이름을 대지만, 어떤 때는 책장에 있는 책의 저자 이름을 따로 알아 두었다가, 그 이름으로 기습을 시도하기도 한다. 끝난 듯하다가 약점을 찾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흡사 손자(孫子)의 기습법과 닮았다. 이제는 레퍼토리를 꽤 확보해서인지 형에게도 여간해선 지지 않는 모양이다. 어디 여행을 갈 때면 이제 그 세 명이 하게 되는데, 누가 보면 철학자 이름들이 오가는 여행길 차안 풍경이 무척 기이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한 눈으로 보는 서양철학사’.. 2016. 10. 25.
10월 마지막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10월 마지막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차의 책』, 오카쿠라 텐신, 정천구 옮김, 산지니 출판사 책소개1906년, 미국 뉴욕에서 한 일본인이 영어로 된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당시 보스턴미술관에서 동양부장으로서 국제적 명성을 날리고 있던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 펴낸 책은 바로 “The Book of Tea”. 이후 이 책은 오늘날까지 1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양의 차를 서양인들에게 알리는 데 가장 인기 있는 책으로 손꼽혀왔다. 차는 약용으로 시작하여 음료가 되었고, 후에는 다도라는 심미적 종교로 드높여졌다. 실용적인 것에 미적인 감성이 더해지고, 나아가 종교로까지 승화되었다는 말이다. 저자인 텐신에게는 예술이 곧 종교로 인식되고 있음을 .. 2016.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