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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왔다] 표정이 늘어간다 표정이 늘어간다 아기들의 얼굴은 정말 단순하다. 태어나서 초기에는 우는 얼굴, 그냥 얼굴, 웃는 얼굴 정도 밖에 없다. 그러다가 점점 크게 웃기, 작게 웃기, 데굴거리며 웃기 같은 식으로 표정들이 점점 분화된다. 그런 중에도 재미있는 것은 이른바 '인상 쓴다'고 할 때의 그 '인상' 그러니까 얼굴을 찡그리며 못마땅해하는 표정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 딸의 경우도 최근(24개월 이후)에 와서야 인상을 쓰게 되었다. 물론 못마땅해서 짓는, 진짜 표정이 아니다. 그냥 어딘가에서 보고 따라한다. 요즘 우리 딸은 다양한 감정들을 연습하고 있는데, 확실히 감정이 다양해지는 것이 맞춰 표정들도 다양해진다. 조만간 진짜로 인상을 쓰는 날이 오겠지. 그때 아빠는 어째야 하나. (아빠처럼) 너무 자주 그러지는 말거라. 2019. 6. 21.
[슬기로운복학생활] 마이 "리얼real"트립 마이 "리얼real"트립 모름지기 여행이라는 것은 기껏 휴학씩이나 해서 여행한다는 곳이 겨우 유럽이라고? 학과 공부도 안 맞고,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 녀석의 결심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돈쓰고 놀러간다고 하면 이해하겠는데, 굳이 없는 돈 모아서 유럽여행을 간다니. 그것도 ‘나 이제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려 해’라는 표정으로. 마치 ‘대학생이라면 꼭 해야 할 것들 20가지’ 같은 자기계발서에 나올법한 뻔한 여행을, 대단한 모험 마냥 여기고 있는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대학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다보면 익숙한 배경이 눈에 띈다. 에펠탑 야경, 런던아이, 오사카의 뜀박질 전광판(Glico Man) 등 랜드마크를 배경사진으로 해놓고, 그 아래서 뒤돌아서 브이를 한다거나, 허공을 올려다보.. 2019. 6. 20.
나쓰메 소세키 『갱부』-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갱부』 밑바닥에서 일어서는 힘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다 단 한 명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새로 살고 싶다든지, 이대로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세키의 『갱부』에 깊이 매료될 수 있다. 이유가 뭐든 간에 당신은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고 절망해본 사람임에 분명하다. 절망의 끝에서 나 몰라라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할까? 정면 돌파할 수 없다면 삼십육계 줄행랑도 좋은 계책이라 하지 않던가. 따져보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가정주부가 ‘살림을 탕탕 뽀사 뿌리고’ 가출한들 겨우 찜질방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되돌아오듯 말이다. 대책도 없이 그냥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절박감만이 강렬하다. 『갱부』는 이런 심정에 사.. 2019. 6. 19.
아트 슈피겔만, 『쥐』- 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 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아트 슈피겔만, 『쥐』 1.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되었고 수업도 그 해의 마지막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세상.봄에는 ‘학교’였다. 여름에는 ‘집’이었다. 가을에는 ‘마을’을 하고, 겨울에는 ‘세상’. 처음부터 그렇게 네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해의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 익숙한 관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깨어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했기에 집보다도 학교를 먼저 놓았다. 익숙하다 여길 테지만 실은 턱없이 낯설 ‘집’이 두 번째였다. 늘 거닐면서도 지각 밖에 있을 ‘마을’은 그 다음이었다. ‘세상’은 마지막이었다. 앞의 주제들을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시즌을 시작할 때에도 나는 어.. 2019.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