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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동물병원에갑니다] 슬기로운 동거생활─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관계(上) 3편. 동거-동물의 기원을 찾아서(上) 다르게 ‘함께’ 살고 싶다 ‘여우와 두루미’라는 이솝 우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여우가 두루미를 자신의 식사에 초대했다. 여우는 자신이 평소에 먹던 넓적한 접시를 내왔는데 부리가 긴 두루미는 그것을 먹을 수 없었다. 이 일로 앙심을 품은 두루미는 여우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다음은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두루미는 자신이 먹기 편한 목이 긴 호리병에 식사를 담아 내놨고 주둥이가 짧은 여우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호의를 베푼다 한들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란 얘기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여우와 두루미’ 얘기는 다큐멘터리가 되어 온갖 가정 내에서 펼쳐지고 있다. 제목을 바꾸자면, ‘호모 사피엔스와 동거.. 2022. 8. 24.
[불교가좋다] 헤어지는 연습 헤어지는 연습 질문자1: 친구와 오해를 풀고 연락을 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친구소개로 오늘 처음 왔는데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요. 그 친구와 최근 대화하다가 가벼운 오해로 지금 7개월 정도 연락을 안 하고 있거든요. 근데 저는 되게 보고 싶은데 전화를 못하겠어요. 그걸 어떻게… 정화스님: 가벼운 오해로 자기한테 떠나간 사람은 거기서 생각하는 정도에 넓이나 깊이로 거기를 대한 적이 없어요. 그 사람 잡을 이유가 없어. 거기만 그냥 넓고 깊게 했지 그 사람은 그냥 좁고 얕게. 그러니까 거기가 사라져도 별로 아무 생각이 안나. 그런데 거기다 연연해 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안 해도 되요. 그 옆에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되요. (일동 웃음) 질문자1: 근데 보고 싶다고 그러니까… 정화.. 2022. 8. 23.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네트워크의 인류학 네트워크의 인류학 1. 직립의 자유, 쓰기의 자유 고릴라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글쓰기에 있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글을 쓰지요. 그런데 그것은 인간의 지성이 뛰어나서는 아닙니다. 영장류(primates)에서 호모 종이 분화되어 나올 때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직립입니다. 오랑우탄과 침팬지 등 영장류목 안 유인원인 긴팔원숭이(gibbon),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등을 보면 손과 발은 모양이 서로 같습니다. 이들은 나뭇가지를 타고 넘으며 생활하기에, 발도 손처럼 잡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엄지 발가락은 잡기 기능을 포기한 결과입니다. 인간은 땅을 딛고 나아가기를 선택해 지지대로서 엄지 발가락을 진화시켰어요. 덕분에 인간은 침팬지가 쓰는 것에 비해 25퍼센트 에너지밖에 쓰지 않고 걷게.. 2022. 8. 22.
[헤테로토피아] 르네 마그리트, 왕에 대항하는 왕 르네 마그리트, 왕에 대항하는 왕 미셸 푸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김현 옮김, 고려대학교출판부, 2010 요즘 나는 재즈를 열심히 듣는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차를 끌고 출근하다 아주 우연히 (Moanin’), (A Night In Tunisia)의 찢어지는 관악기 소리, 박진감 넘치는 북소리에 빠져서 잠깐 차를 멈추고 한동안 음악을 들었다. 어쩌지 못하여 빨려드는 느낌이 있었고, 그날 이후로 재즈만 찾아 듣는다. 그 많은 CD니 LP니 구매할 여력도 없고, 변변한 오디오 장치도 없어서 오로지 유튜브 뮤직으로만 곡을 찾아 듣는다. 재즈에는 스탠더드 넘버라는 게 있다. 수많은 연주가에 의해 애창되거나 또는 연주되어 온 곡인데, 가령 어느 영화에 삽입된 오리지널 재즈곡을 사람들이 계속 반복해 듣.. 2022.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