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7 [북-포토로그] 인테리어보다 중요한 것 인테리어보다 중요한 것정말 오-랜만에 화장실 청소를 했습니다. 유리창도 빤딱빤딱, 여기저기 숨어있던 곰팡이도 없애니 딱히 큰 변화는 못느꼈지만 뭔가 환해진 것 같더라고요. 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아, 세련된 인테리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단정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마음이 필요한 거구나!” 요즘 종종 (인테리어도 하지 않을 세입자로 살면서) 셀프 인테리어 카페를 둘러보고, 깔끔하게 꾸민 집과 감각적인 소품에 꽂혀 한참을 집 꾸미기 어플을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예쁘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의 시선도 바뀔 것이고 모든 것은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상의 원리가 아닌가요! 마음이 바뀔 때마다 인테리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 2026. 9. 9. [박소연의 브라마차르야] 영원히 늙지 않는 조르바 나는 사랑한다, 나는 자유다영원히 늙지 않는 조르바 박소연(남산 강학원) 조르바는 매우 통속적인(!) 현자다. 고요하기보단 말이 많고, 어느 면에서는 철없는 어린아이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철없는 현자는 어쩐지 더 매력적인데, 그건 아마도 ‘현자’라는 단어에 달라붙은 이미지를 약간 비틀기 때문일 것이다. 현자라 하면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태도, 심연을 꿰뚫는 듯한 눈빛, 모든 것을 통달해서인지 약간은 지루해 보이는 손짓 등이 그려지지 않나. 이는 완벽한 오해다. 사실 붓다와 간디를 포함하여 현자라 불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기쁨을 이야기했다. 그 농밀한 기쁨은 언어로 표현하게 되면 상당히 지루해진다. 각자의 정진으로 직접 느껴봐야지만 알 수 있는 맛이 있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 외양만.. 2026. 9. 8. [마산에서 온 편지] 지구별 여행자들 지구별 여행자들 강가에나무(마산토박이)친구 어머니가 입학 선물로 주신 과일나라 로션을 꼼꼼히 바르고, 어디선가 물려받은 교복을 말끔히 다려입었다. 시간 절약을 위해 기찻길로 걸어가기로 했다. 양 선로를 잇는 오래된 침목에 구두가 닿을 때마다 귀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의 또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경쾌하게 들려왔다. 아버지가 구두약으로 닦아주신 덕분으로 새 구두의 둥근 앞코에 은은한 광이 났다. 그 모습이 흐뭇해 기찻길을 걷는 내내 시선은 온통 구두 앞코를 향해 있었다. 기찻길에서 내려와 고려시대 원나라 군사들이 팠다는 우물 몽고정을 뒤로 하고, 오르막길을 올라 학교로 왔다. 고등학교 입학식이 있던 날이다. 보통 인연은 아니었는지 나를 성당으로 인도해 준 뒷집 친구와 같은 학교에 입학해 한 반이 되었다. 그.. 2026. 9. 7. [지금, 이 노래] 그러니까 우린 이제 못 헤어져 ― 요라텡고(Yo La Tengo)의 "Stockholm Syndrome" 그러니까 우린 이제 못 헤어져 ― 요라텡고(Yo La Tengo)의 "Stockholm Syndrome" 정군(『세미나 책』 저자) 예전 글들에서 몇차례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리스너로서 내 감수성의 본령은 무엇보다, ‘락’이다. 처음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쭉 그랬다. 다 때려부술 듯 쿵쾅거리는 메탈부터, 쿵작거리는 리듬을 끝도 없이 쏟아내는 로큰롤까지, 나는 처음부터 그 음악이 좋았다. 그런데 정작… 요즘은 그런 음악을 실제로 거의 듣지 않는다. 가끔 운전할 때, 오아시스나 매드체스터 플레이리스트를 ‘그냥’ 트는 정도를 제외하곤 말이다. 요즘은 주로 클래식이나 재즈, 가사가 없는 전자음악, 씨티팝 기타 등등을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락’은 ‘좋은 것’ 아니, ‘최고의 것’이라는 등식을.. 2026. 9. 4.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