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의 맛이란 이런 것
: 더 위켄드(The Weekend) - How Do I Make You Love Me?
송우현(문탁네트워크)
내가 한때 음악을 했다는 건 나의 지인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내가 ‘음악’보다는 ‘음향’을 했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음향’의 차이는 무엇일까? 굳이 말하자면 나는 음악은 좀 더 정서적인 경험에 가깝고, 음향은 ‘소리’ 그 자체를 만지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리를 만지는 일 역시 결국 사람들의 정서적 경험을 위한 일이니, 음악이 더 큰 범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굳이 ‘음향’을 했던 사람이라고 말하는 맥락은 이렇다. 내가 관심 있던 것은 멜로디를 짜거나 코드를 연주하는 ‘음악가의 영역’보다는, 소리를 섞고, 조정하고, 공간감을 조성하는 ‘엔지니어의 영역’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이런 서론을 늘어놓는 이유는, 내가 이번에 새로 구매한 스피커를 자랑하고 싶어서다. 나는 주기적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는 걸 즐긴다. 이번에 영입한 친구는 6.5인치 우퍼를 가진 스피커로, 내가 사는 공간에서는 차고 넘치는 저음과 선명함을 보여준다. 심지어 층간소음을 고려하여 큰 볼륨으로 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이 스피커를 산 이유는.... 내가 ‘음향’을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새 오디오 시스템을 들이고 나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나의 ‘레퍼런스 음악’을 들어보는 것이다. ‘레퍼런스 음악’이라고 한다면 기준이 되는 음악, 그러니까 내가 오랫동안 들어와서, 그 음악의 구성과 성향을 자세히 알고 있는 음악을 말한다. 이런 나만의 레퍼런스 음악을 갖고 있으면, 새로운 음향 기기를 테스트할 때 그 기기의 특성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음악이 뭐냐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재생 횟수로만 치면 단연코 압도적인, 더 위켄드(The Weekend)의 [Dawn FM] 앨범이다. 새벽 라디오 컨셉을 갖고 있는 이 앨범은, 위켄드가 음악 앨범이라는 형식에서 어떻게 서사를 구성하고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는지 잘 드러난다. 한마디로, 어떤 경지에 달한 듯한 위켄드의 프로듀싱 능력이 돋보인다. 그뿐이랴, 위켄드의 출중한 노래 실력을 물론이거니와, 세계 최정상급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그 음향의 수준이 그야말로 경이롭다. 그래서 나는 여러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를 오가며 이 앨범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영입한 스피커에서는 내가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났다. 이럴수가! 이 곡의 드럼에서 이런 소리가 났었단 말인가! 이 부분에서의 공간감이 이렇게 넓은 것이었단 말인가! 스스로 쓰면서도 좀 민망하지만, 소위 ‘음향 덕질’의 즐거움을 말하자면 분명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음향의 세밀함까지 느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기왕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위켄드의 곡과 함께 그 디테일한 음향을 느껴보길 바란다. 특히 위켄드의 보컬이 가진 음색, 공간감, 드럼의 깊이감에 집중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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