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그리고 일정하게 _ Kraftwerk의 Tour de France
정군(『세미나 책』 저자)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내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나, 최근 플레이한 앨범 목록은 그야 말로 각종 전자음악들로 채워진다. 뭐랄까… 그러니까 이건 ‘피서용’ 음악으로서 도심을 걸으며 땀에 전 상태에서 전철을 타면 뿅뿅거리는 이른 바 ‘전자음’이 듣고 싶어진다. 땀이 두배는 빨리 식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이와 대척점에 서 있는, 뭐랄까 되게 더운 스포츠 이벤트 한가지가 딱 이 시기에 열린다. 나는 ‘자전거광’이라고까지 말하긴 뭣하지만, 일상적으로, 진지하게 자전거 훈련을 하고, 때때로 ‘그랜드투어’ 경기나 ‘클래식레이스’ 경기 소식을 챙겨보는 정도의 관심은 있다. 흠… ‘투르드프랑스‘ 기간 중엔 매일매일의 스테이지 우승자(당일 최고 성적자)가 누구인지 챙겨보는 정도의 관심도 있다. 잠깐, ‘그랜드 투어’와 ‘클래식 레이스’가 뭐냐는 궁금증이 드시는 분도 계실텐데, ‘그랜드 투어’는 거의 한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거의 매일 경기를 해서 당일 우승자(스테이지 우승)를 가리고, 총점으로 종합 우승자를 가리는 종류의 경기 방식이다. ‘클래식 레이스’는 당일치기 ‘단판 승부’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랜드 투어 경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매년 7월1일 프랑스와 그 주변국애서 열리는 자전거 대회, 이름도 유명한 일명 ‘투르’, 풀네임 ‘투르 드 프랑스’다. 대략 3주에 걸쳐 (남성부 선수 기준으로) 대략 3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대회인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왜 굳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선수들은 총 약23일의 대회기간 중 휴식일 2일을 제외한 21일간 매일 150-160km 거리를 달려야 한다. 코스는 매일 바뀌는데, 비슷한 거리를 기준으로 평지 위주, 오르막 위주, 오르막 내리막 복합, 평지 오르막 내리막 복합 등 다양하다. 이걸 21일 동안 해내야 하니… ‘미친짓’이 따로 없다. 그럼 자전거를 잘 타기만 하면 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경기는 기본적으로 팀스포츠의 성격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그 안에 평지 전문가, 오르막 전문가, 올라운더 등등의 전문분야를 가진 8명의 선수가 배치되어 있다. 이건 ‘전문분야’로 나눴을 때의 이야기고, 팀의 에이스 선수를 돕는 걸 전문으로 하는 ‘도메스띠끄’, 평지 전문가가 막판 스프린팅을 하기 전 발사대 역할을 해주는 ‘리드아웃맨’까지 전략 전술상의 역할에 따라 팀구성을 살펴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전략, 전술을 어떻게 짜는가 하는 것이 매우,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다.(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다면…일본 만화 <겁쟁이페달>을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너무 좀 장황하게 설명을 길게 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였는가 하면, 한국이 한참 더워지기 시작하는 7월이 되면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자전거 대회 ‘투르드프랑스’가 개막하고, 내 플레이리스트는 전자음악으로 꽉 찬다는 말인데, 놀랍게도 서로 아무 접점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전자음악’과 ‘자전거 대회’가 교차하는 접점이 있다.
그 접점이란 바로, 오늘 소개하는 곡, 크라프트 베르크, 번역하면 ‘발전소’라는 의미를 가진 독일 전자음악 그룹, 무려 1970년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공연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멤버는 바뀌었다), 그 엄청나게 위대한 전자음악의 선구자들께서 1983년에 발표한 열번째 스튜디오 앨범 Tour de France다. 이 앨범이 나오게 된 이유는 멤버 중 한명이라고 하기엔 사실상 리더인 랄프 휘터가 자전광이었기 때문이다. 녹음 때나 투어 때나 늘 자전거를 타면서 멤들에게도 자전거 타기를 권했던 그가 결국엔 자전거와 관련된 음악까지 만들어 버린 것이다(만세!). 도대체 이게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차갑고, 인간미라고는 없다고들 하는(나는 물론 이게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전자음악’과 ‘자전거’가 어디서 그렇게 통하는 게 있어서 한 음악인으로 하여금 음악까지 만들게 한 것일까? 아마도 ‘일정함’이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보통 옛날 록음악들이 비슷비슷하게 공유하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거의 없고, 최대한 일관성을 유지한 채 ‘끝까지 달리는’ 그 일정함이 둘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뭐 여하튼, 대부분의 ‘전자음악’은 여름에 듣기에 좋다. 미니멀한 관계로 묘하게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그 일정한 박자가 추는 청량감도 시원한 느낌을 더해준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곡, <Tour de France>를 들으실 땐 주의하시길. 일단 시작부터 땀냄새 풀풀나는 숨소리부터 듣게 될테니까. 그래서 진짜... 듣다보면 투르드프랑스의 현장에, 관객이 아니라 선수로 참여한 것 같은 느낌마저 받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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