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린 이제 못 헤어져
― 요라텡고(Yo La Tengo)의 "Stockholm Syndrome"
정군(『세미나 책』 저자)
예전 글들에서 몇차례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리스너로서 내 감수성의 본령은 무엇보다, ‘락’이다. 처음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쭉 그랬다. 다 때려부술 듯 쿵쾅거리는 메탈부터, 쿵작거리는 리듬을 끝도 없이 쏟아내는 로큰롤까지, 나는 처음부터 그 음악이 좋았다. 그런데 정작… 요즘은 그런 음악을 실제로 거의 듣지 않는다. 가끔 운전할 때, 오아시스나 매드체스터 플레이리스트를 ‘그냥’ 트는 정도를 제외하곤 말이다. 요즘은 주로 클래식이나 재즈, 가사가 없는 전자음악, 씨티팝 기타 등등을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락’은 ‘좋은 것’ 아니, ‘최고의 것’이라는 등식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한다. 물론 나도 안다. 그 음악은 이제 심각한 고령화가 진행되어, 새로운 히어로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영웅들은 다들 늙고 말았다. 가끔 나오는 ‘새롭다’고 알려진 신진 밴드는… 솔직한 말로 너무 유치하거나, 늙은 영웅들의 새로운 음악보다도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나는 ‘락’을 결코 떠나지 못할 것이다. 오늘 소개할 노래 제목 그대로, 그러니까 말 그대로 ‘스톡홀름 신드롬’이랄까? 인질이 인질범에게 애착을 느끼는 상태가 되고 만 것이다. 노래의 첫 부분 가사를 보자.
What's the matter?
무슨 일이야?
Why don't you answer?
왜 대답하지 않는 거야?
What's the matter with me?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Cause it's so hard to be free and easy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산다는 건 너무 어려우니까
To disappear completely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것도
Hardly as I've known
내가 아는 한 쉽지 않아
그러니까 이 노랜, ‘사랑’ 노래임이 분명하지만, 그 사랑이 꼭 막 그런, 그런 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에게 이건 ‘록’과 ‘나’의 이상하게 변한 애증에 관한 노래라는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이상하게도 그걸 한참 좋아하던 시절의 열정 같은 게 이젠 없다는 소리다. 거기엔 더는 음반으로 노래를 듣지 않게 된 변화된 감상 환경이나, 과거의 어설프기 이를데 없었던 락페스티벌이 완전히 사라진 탓도 있다. 말하자면, 이렇게 매끄러워진 세계에 ‘락’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되어 버린 셈이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오래 간만에 Yo La Tengo 같은 밴드를 보면 반갑기가 그지없다. 그들도 이미 머리가 희끗하게 나이를 먹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다. ‘성실한 락커’라니, 형용모순 같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성질하지 않고선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덕분에 ‘천재’에게 씌워진 아우라도 함께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 기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기타를 치는 아이라 카플란은 뜨겁고, 제임스 맥뉴는 귀여우며, 조지아 허블리는 든든하다. 기왕 끊을 수 없는 관계라면, 어쩌다 한번씩 보게 되더라도, 이렇게 즐거운 기분으로 오래 듣고 싶다. 대략 2-3년 주기로 새 앨범을 발표해 왔으니… 이제 슬슬 신보가 나올 때가 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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