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 좋아하면 성공하고 해야 할 일 싫어하면 파멸한다”
“이 내용들을 보면서 두 번 놀랐다. 먼저 내용이 너무 평이해서 놀랐다. 첫번째 파멸의 문도 그랬지만, 위의 내용들 역시 특별한 구석이 전혀 없다. 그러니 이런 기본기가 무너지면 파멸의 문이 열린다는 건 실로 지당하다. 한데, 달리 말하면, 그것들이 그만큼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게 두번째 놀라움이었다. 진실한 것,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것, 술과 도박에 빠지지 않는 것, 인색하지 않은 것 등등.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황금을 쌓아 놓고 혼자 좋은 음식 먹는다’는 대목에선 웃음이 빵 터졌지만, 실제로 이런 유형의 인색한들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 거액의 자산을 가지고도 친지들한테 밥 한 끼 대접할 줄 모르는 부자들 혹은 현금 다발을 쌓아 두고도 어떻게든 세금을 내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세금체납자들이 대표적 케이스다.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이미 파멸의 문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하여 새삼 깨닫게 된다. 아하, 그렇구나! 지극히 평범한 이치만 지켜도 파멸에 이르지는 않겠구나!”
(고미숙,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 북드라망, 2026, 168쪽)
『숫따니빠따』 ‘빠라바와-숫따(파멸)’에는 사원에 머무는 붓다에게 “천신이 휘황찬란한 빛으로 숲을 훤히 밝히며” 나타나 ‘파멸로 가는 문’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붓다는 그에 대한 답으로, ‘거짓된 것 좋아하고 진실한 것 싫어하고 못된 행실 용납’하는 것, 그리고 ‘나태하고, 모임 좋아하고 열의 없고 게으른 사람이 화낼 줄밖에 모르는 것’ 등등 열두 가지를 말씀하시는데, 위 인용문은 이것들이 너무 평이해서 놀라고, 그만큼 지키기 어렵다는 데 또 놀랐다는 고미숙 선생님의 고백이다.
‘정말 너무 평이한데’라고 생각하면서, 여러 번 읽은 대목이지만, 몇 번째인가 가만가만 다시 읽을 때 정말 이 말들이 마음에 문득 박혔다. “해야 할 일 좋아하면 성공하고 / 해야 할 일 싫어하면 파멸한다.”(Sn0092) 성공하는 자도 파멸하는 자도 알아보기 싫다며 붓다가 처음 알려주시는 ‘파멸의 문’이 바로 이것이다.
‘해야 할 일’이란 무엇일까? 분명 우리가 평소 거창하게 생각하는 그런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일, 예컨대 밥을 먹으면 설거지를 하고, 물건을 쓰면 제자리에 놓고, 맡은 일을 제때 끝내고, 약속한 것을 지키고,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친구가 어렵거나 아픔이 있으면 돕고 위로하고…. 이런 일들이 아닐까. 이 해야 할 일을 싫어하면 파멸한다고 붓다는 말씀하신다. 고미숙 선생님의 말처럼 “지극히 평범한 이치만 지켜도 파멸에 이르지는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성공 역시 대단한 성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하는 데서 시작된다. 오늘 제때 설거지를, 청소를, 맡은 일을 좋아하며 하는 것에서 말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 파멸의 문에서 가장 멀어지는 길은 그렇게 시시한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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