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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

[씨앗문장] 인공지능 시대에 생각하는 하던 것을 ‘그냥 하기’

by 북드라망 2026. 7. 30.

인공지능 시대에 생각하는 하던 것을 ‘그냥 하기’

“무엇보다 내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지적 생산을 대체하게 된다면, 책을 쓰는 인간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다. 나는 몇 년에 걸쳐서 고민하며 강도 높은 노동을 통해 원고를 쓴다. 영어가 모어인 내가 한국어로 원고를 쓴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은 방대한 원고를 순식간에 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몇 개의 언어로도 순식간에 결과물을 토해낸다. 그런 시대가 현실화 되었다. 이 책을 쓰는 내내 인공지능은 잘 훈련된 연구 조교 역할을 했다. 말하자면 협력적 관계였다. 하지만 과연 여기에서 끝일까? 걱정을 하고 있자니, 걱정이 끝이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는 걱정을 멈추기로 했다. 나는 인문학자로서, 앞으로도 쓰고 싶은 주제에 더욱 더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한국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직접 한국어로 써서 책을 계속 낼 것이다. 한국어를 더 향상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
― 로버트 파우저, 『문자전파담』, 책머리에 중에서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다. 나도 사실 원고를 쓰면서 사실 확인을 하거나, 자료를 찾거나, 심지어 도무지 안 풀리는 구간의 예제를 얻기 위해 인공지능에게 끊임없이 일을 시킨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한가지 확실한 원칙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글을 절대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인공지능이 써준 것을 읽고, 생각하고, 다시 책을 찾고, 그러고 나서 다시 흰 화면에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쳐가며 글자를 찍어나가는 식으로 작업한다. 일단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글이 굉장히 잘 쓰여진 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쓸 수 있을만큼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게 가장 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인공지능은 인간의 그것에 못 미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면서 질문을 구성하고, 창의적인 뭐시기를 하는 어쩌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나는 그건 정말 나이브하기 그지 없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인쇄술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그 기술의 경쟁력은 필사보다 못했다. 인쇄된 판면의 품질은 조악하기 그지 없었고, 심지어 비용마저도 필사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사가 인쇄술에 완전히 밀리는 데에는 100년의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물론 인공지능 기술과, 인쇄술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공지능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자신을 최고라 믿어온 폭력적이고 영악한 영장류 종에게 습관처럼 굳은 오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조만간에 인공지능은 모든 부문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효율을 보일 것이다. 일시적으로 다시 인간지능이 우위에 서기도 하고, 인공지능이 적응하지 못한 분야들이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국지적인 전환과 회복이 잇다를테지만, 큰 흐름에서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고,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인간이 되고 하는 것들을 고민하는 것이 불필요한 건 아니다. 당연히 바뀌어가는 세상에 어떻게 조응하며 살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걸 예측하려고 갖은 애를 쓰면서 불안해하는 건, ‘좋은 것’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지가 않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오건 뭐가 오건,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원래 하던 일을 탁월하게 잘하는 사람이 바뀐 세계에서도 더 적응을 잘한다는 사실이다. 딱히 근거를 대보라 그러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그렇게 믿는 편이다. 그러니까, 바뀌어 가는 세상을 예측하는 데 안간힘을 쓰면서 불안해하는 것보다, 원해서 하던 일, 좋아하는 일을 그냥 좋아하면서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 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면, 인공지능으로부터 무슨 도움을 어떻게 받을지 하는 게 더 선명해지기도 하거니와, 인공지능에게 물어볼 것도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혼란스러울수록 우왕좌왕하지 말고, 좋아하며 하던 일을 ‘그냥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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