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그거긴) 그거다
뜨개판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는데, 요즘엔 방안뜨기란 것이 한창입니다. 그 옛날 엄마들이 화려한 장미꽃이나 공작이나 나비나 파인애플(?) 등등을 넣어 커튼도 뜨고, 식탁보도 뜨고 했던 그 방안뜨기가 요즘 니터들에게는 새로운 감성으로 다시 돌아왔지요. 저는 코바늘로 뜨개를 시작했지만 코바늘을 하면 손이 아파서 대바늘을 시작한 후부터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는데(심지어 미피 인형, 카피바라 인형 뜨기도 애써 외면하였지요!), 그리고 유행에 연연하지 않는(이라고 쓰고 따라가지 못하는…이라고 읽으시면 됩니다) 무토인데, 게다가 결정적으로 지금 저는 뜨태기인데, 저도 이 방안뜨기 행렬에 동참하고 말았습니다. 짠!

어떤 고마우신 분(세아추 님)이 도안을 풀어주시어 한 코 한 코 떠 나가면서, 올해 병오년의 불이 괴로웠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병오라는, 하늘과 땅에 가득한 이 빛 속에서 도무지 저라는 인간의 부족함이 감춰지질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저의 3無(무자격/무면허/무일푼)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좀 적당히 덮여 있길 바라기도 하고, 덮으려고도 했었습니다. 또 못 본 척하고 살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그치만 병오년의 불은 구석구석 ‘보라’고 비춰 주고, 저는 사실 안 보고 싶고….
안 보고 싶은 이유는 당연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가 훨씬 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 텐데요. 이번 뜨개를 하면서 아무것도 아닐 리는 없다고, 아무튼 (그거긴) ‘그거’라고, 제가 저를 다독여 주었습니다(어쨌거나 불은 저한테 인성이니까 셀프 우쭈쭈를…ㅎㅎ).
아무튼 여러분들께도 뜨개로 하는 필사 같은 이 방안뜨기를 한번 권해 드리고 싶은데 코바늘을 못하는 분들도 계실 테니, 그냥 쉽게 쉽게 오선민 선생님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을 추천하고 갑니다. “살아라, 그대는 그 뭐냐, 그거다”가 <모노노케 히메>의 “살아라, 그대는 아름답다”의 패러디인 거 다 아시지요? 휴가철이기도 하니, 또 넷플릭스에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미야자키의 작품이 모두 올라와 있기도 하니 올여름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와 보내 보시길요! “읽어라, 그 뭐냐, 이 책이 딱이다”(담엔 요걸로 떠 봐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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