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은 왜 멋이 없을까?(2) - 힙합의 다양성을 바라며
Nujabes - The Final View
송우현(문탁네트워크)
지난 편에서 이른바 ‘구세대 힙합 정신’이 더 이상 대중들과 신세대 래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며, 따라서 그것을 ‘멋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다른 방식의 힙합을 구성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구세대 힙합 정신’이란 흑인들이 받던 차별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방어적으로 자신을 치켜세우기 위해 다른 이들을 ‘헤이터Hater’로 규정하고, 자신의 ‘사회적 능력’을 강조하는 남성적, 자기애적 문화를 말한다. 따라서 래퍼들은 현금이나 장신구를 강조하고, 자신이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 한다. 그런 맥락에서 중요해지는 건 한 래퍼의 ‘진실성’이다. 랩 실력으로든, 태도로서든, 자신이 뱉은 말이 실제 삶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구세대 힙합 정신’이 지금 호소력을 갖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그것이 지나치게 남성적이고, 폭력적이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그것을 증명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오히려 ‘멋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요컨대 ‘구세대 힙합 정신’은 지금에 와선 오히려 그들의 (구차한)하위계급성을 보여주는 꼴이 되었고, 이에 대중이나 신세대 래퍼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로얄 44나 이찬혁 같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을 래퍼들과 같은 부류로 묶지 말아달라’거나, ‘힙합은 안 멋지다’는 발언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세대 래퍼들은 힙합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을까? 사실 로얄 44의 발언이 이슈가 된 이유는 로얄 44는 힙합과 본인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은 채로, 그러니까 구세대 힙합정신을 충분히 차용하고 있음에도 자신을 ‘그런 부류로 엮지 말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그런 로얄 44처럼, 나는 아직 대부분의 신세대 래퍼들이 힙합과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컨대 힙합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필요성이 생겼는데, 아직 그 변화를 주도하는 흐름은 보이지 않은 채로, 기존의 힙합에 대한 부정적 평가만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힙합 정신을 규정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사실 메인스트림으로 분류되지 못했을 뿐이지, 과거부터 힙합의 다른 정신과 방식을 만드려는 시도는 다양하게 있어 왔다. 힙합의 남성성보다도 포용과 사랑, 소수자성을 강조해 온 래퍼 ‘Common’, 힙합과 재즈를 접목시켜 강렬함이 아닌 부드러움과 멜랑꼴리한 감정을 표현한 DJ ‘Nujabes’ 또 최근에는 메인스트림의 일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여성래퍼들도 예를 들 수 있다. 여성래퍼들은 구세대의 힙합 정신을 여성들에 대입시켜 이른바 ‘Bitch’ 모델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오히려 지금까지 메인스트림에 끼지 못했던 다양한 힙합의 양태가 더 많은 주목을 받고, 힙합의 단일적 이미지가 해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여유롭고 나른한 힙합의 대명사 ‘Nujabes’의 곡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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