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木) : 나무는 숲이 되어 서로를 살린다 (2)
박 보 경(남산강학원)
광장에 울려 퍼진 MZ의 목소리 : “나는 분노한다!”
억눌린 기운은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언젠가 터진다. 생명은 억눌린 채로 존재할 수 없다. 무기력으로 가득했던 한국 땅에 새로운 청년이 등장했다. 이들은 ‘분노’한다. 목 기운은 인간이 표현하는 여러 가지 감정(七情) 중 ‘분노’를 담당하고 있다. 위로 솟아오르는 목의 기운과 위로 확 솟구치는 분노의 감정은 같은 방향으로 운동한다.
나도 좁은 4평 원룸에 쓰레기를 한켠에 몰아두고 새우잠을 잤던 시절이 있다. (…) 내가 불행했기에 비슷하게 불행해 보이는 존재들로(내 오만함에 불편할 분들께 양해를 구한다) 시선이 옮겨갔다. 소, 돼지, 닭 등의 비인간동물과 장애인, 이주노동자, 팔레스타인인, 성소수자, 은둔 청년…. 나는 나를 포함한 ‘우리’를 ‘해방’하고 싶었다.
(『선한 이웃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청년들의 고립감은 줄어들 것이다』, 문지현, 프레시안, 2025.10.14.)
2025년 12월 3일 일어난 계엄 사태. 알록달록 응원봉을 든 2030세대 덕후들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5060 기성세대’의 자리에 ‘2030 청년세대’가 서 있었다. 세대교체는 광장에서 이뤄졌다. MZ들은 대통령 탄핵 기도(?)를 시작으로 성소수자, 장애인, 비정규직, 비인간 존재 등 효율과 경쟁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배제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광장에 퍼트렸다. 그건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차별에 저항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한 절박한 소리였다. 우리는 안다. 경기장 위에서 우리가 배제시킨 그 칼날이 결국 우리를 향해 왔다는 것을, ‘나’의 해방과 ‘우리’의 해방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배제시킨 삶의 모습을 회복할 때 우리 생명도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을……. 한동안 광장에선 비효율적이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염원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적어도 그 시공간 안에선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고 외치던 무기력한 MZ세대는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가장 마지막까지 광장을 지키며 함께 한 여러 사람에게 따뜻하고 푸른 온기를 전했다. 올해 일어난 가장 혁명적인 ‘분노’ 중 하나다.

같은 시각, 응원봉 시위대의 건너편엔 또 다른 광장이 있었다. 그곳엔 다른 색깔의 분노가 분출됐다. ‘6070세대’ 옆 ‘2030세대’가 서 있었다. 대통령 탄핵 반대 염원을 시작으로 세상에 대한 분노. 여성에 대한 분노, 중국에 대한 분노. 정치에 대한 분노가 분출됐다. 무기력과 절망 속에서 피어난 감정은 타자를 향한 ‘배척의’ 분노였다.
“평범한 내가 좌절하고 분노하고 충격을 받은 일들은 집, 학교, 동네에서 부모, 교사, 어른들, 선배, 또래 집단, 여성에 의해 생겨난다. (…) 나는 분노와 원한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고 복수하고 싶다. (…) 이런 거지같은 세상에서 나는 피해자이자 정의를 되찾기 위한 복수자인 동시에 올바른 세상을 되찾는 데 용기를 내어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 김현수 지음, 클라우드 나인, 13쪽)
또 다른 분노는 금융 시장과 극우 커뮤니티로 향했다. 그곳에서 주식-코인 같은 투기성 거래에 올인 해 ‘일확천금’을 꿈꾸거나, 극우 커뮤니티에서 타자를 배척하는 ‘대단한 이념’을 따르거나, 아님 둘 다이거나. 분노는 더 큰 욕망을 불러 또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무한증식’ 확장됐다. 이 경기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누구일까? 학벌, 지위, 국가 불문 전 세계적으로 극우 청년의 분노는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이 광장이나 저 광장이나 분노하는 청년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모두 동일한 말을 반복하고 있다. 광장에서 나와 우리의 해방을 외쳤던 위의 친구가 한 말이다. “꽤 화제가 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남자 주인공 ‘구 씨’는 알코올 중독자다. 술 없이 삶을 붙들 수 없는 그에게는 옆에서 술을 건네며 온건히 영혼을 치유하는 구원자 ‘염미정’이 있지만, 내게 그런 존재는 없었다. 내 생은 어찌 이리 외로운가 늘 생각했다.”
건너편 광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유명 극우 사이트 ‘레딧’을 만든 제이미. 그의 삶에 커뮤니티는 왜 필요했을까? “나 알코올 중독자야.” 이 한마디 나눌 사람이 현실엔 없었다고 말했다. 많은 말과 문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외로움’이다. 11년 동안 방에서 은둔・고립한 청년은 남들보다 뒤처진 모습이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연락 한번 못 한 과거를 말하며, “괜찮아. 살다 보니 다 별일 아니더라. 속 시원하게 털어내” 이 한마디면 충분했을 거라고 고백했다. 지금 내가 공부하는 공간에도 매년 새로운 청년들이 온다. 친구들은 무엇보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속에서 말할 수 없는 편안함과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내가 반년의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엄청난 부와 거대한 혁명, 그럴듯한 직장과 쓸모 있는 재능을 원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비교하며 우열을 가려내는 상품 관계가 아니라 ‘찌질하고 궁상맞은’ 내 삶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 한 명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어떤 혁명보다도 어려운 세상이다. 그래서 다들 괴롭고, 또 외롭다.
생명을 살리는 목(木) : “닥치는 대로 뻗어나가자!”
이쯤에서 목(木)의 기운, ‘봄의 전령’을 소환해 보자. 목(木)기운은 우리에게 어떤 지혜를 줄 수 있을까? 땅속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던 씨앗은 봄이 되자 땅 위의 세상으로 나온다. 세상과 처음 만난 새싹은 어떤 모습일까? 마주치는 모든 게 신기하고, 궁금하지 않을까? ‘여긴 어딜까? 나는 누구지? 저건 또 뭐지?’ 무기력하게 좌절하는 새싹은 없다. 자연은 한순간도 똑같았던 적이 없다. 하늘만 봐도 알 수 있다. 구름은 매일 새롭게 자신을 변주하면서 산다.
“청춘은 타자와 접속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아야 돼요. 그러니까 봄에 피어나는 꽃들을 보세요. 그냥 옆에 결합할 수 있는 건 닥치는 대로 만나는 거예요. 나무와 초목들. 그래서 닥치는 대로 타고 올라가고 닥치는 대로 그냥 뻗어 나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여름이 와서 자기의 꼴이 형성되는 거거든요.” (『인생특강』, 고미숙 지음, 북튜브, 58쪽)
청년기엔 ‘닥치고’ 봄의 마음으로 살면 된다. 뻗어가는 새싹처럼 결합할 수 있는 건 닥치는 대로 만나 닥치는 대로 그냥 뻗어 나갈 것! 타자와 접속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 그게 청춘의 시기에 할 일이다. 놀랍게도 봄에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은 혼자가 아니다. 새싹은 언제나 땅과 물, 태양과 함께한다. 우뚝 솟아있는 나무의 실상은 알고 보면 놀랍다. “뿌리는 양분을 흡수할 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과 활발하게 연락을 취한다. 나무는 뿌리를 통해 수 킬로미터까지 소통을 하기 때문에 숲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간지서당』, 박장금 지음, 북드라망, 30쪽) 서로 연결된 나무는 함께 모여 숲을 이루고, 숲은 또 지구와 사람을 살린다.
물론, 닥치는 대로 가다 보면 사건 사고는 언제든 생긴다. 목(木)은 서투르고 어리석다. 그게 목의 매력이다. 하지만 미움 받지 않는다. 새싹은 이제 갓 피어올라 순수하고 솔직하고, 봄바람은 따뜻하기 때문이다. 청년이 지녀야 할 미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순수하고 솔직하다면 청년은 절대! 미움 받지 않는다.
그러려면 일단, 제일 먼저 내가 어떤 지평 위에 서 있는지 물어야 한다. 나를 얽매고 있는 놈의 정체를 탐구해야 한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우리가 겪는 세상을 제대로 마주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함께 삶을 길을 모색해야 한다. 남들이 불안해하는 걸 불안해하고, 유행의 물살에 휩쓸려 남들이 욕망하는 걸 욕망하며 살지 않으려면, 구체적으로 묻고 질문해야 한다. 세상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창조의 힘이 필요하다.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면 새로운 세계는 열린다.
생명의 순환에서 목기는 중요하다. 시작을 주도하며 새로운 장을 여는 건 목의 기운이다. 마디에서 새로 시작하는 목기가 있어야 순환의 리듬은 이어진다. 봄의 전령은 모두에게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봄바람은 태양(火), 땅(土), 돌(金), 물(水), 만물을 깨운다. 나무는 숨을 쉬면서 산소를 주고, 책이 되고, 장승이 되어 사람을 살린다. 청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역사를 톺아보면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만물을 깨우는 열쇠는 언제나 청년이 쥐고 있었다. 청년은 그 자체만으로 푸르른 청춘이자 봄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건 세상을 탐구하고, 세상을 다르게 해석하고, 결국에는 선을 넘어버린 청년들이었다. 그러니 우리, 닥치는 대로 탐구하고, 닥치고 뻗어 나가자!

무기력하고 분노하는 MZ를 위한 목(木) 용신법
현대인은 밤과 낮이 바뀐 채 살아간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만 해도 성공한 삶이라는 소리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은둔・고립 청년들 대부분은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생활 패턴이 뒤죽박죽이다. 그중에서도 수면 패턴이 제일 심각하다. 신체가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시간에 자고, 쉬면서 기운을 채워야 하는 시간에 몸은 깨어 있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현대인 대부분 전자기기 화면, 밤거리 조명, 화려한 불빛 등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다. 눈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밤엔 잠을 자야 하는 곤충도 도시의 불빛 때문에 수면부족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꽤 오랜 기간 적게 자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게 ‘미덕’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목 기운은 장기로는 간과 담, 오관으로는 눈과 연결되어 있다. 기존의 가치와 결별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목의 힘은 간담에서부터 나온다. 간담이 튼튼한 사람은 역경을 겪을 때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 갈 수 있다. ‘담력이 세다’ ‘간이 크다’는 말은 다 의미도 다 신체 리듬과 연결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담은 결단하는 힘, 간은 감정을 조절하는 힘과 연결되어 있다. 감정을 제때 잘 풀어내고 다스린다면 간 기능이 건강한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감정이 울체해 우울해 하거나 쉽게 분노할 수 있다.
간, 담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선 제일 먼저 충분한 수면이 꼭 필요하다. 담이 회복되는 시간은 밤 11시 30분 ~ 새벽 1시 30분, 간이 회복되는 시간은 새벽 1시 30분 ~ 3시 30분이다. 아무리 늦어도 11시 30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수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현대인은 화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수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다음 날 어떻게 될까? 짜증과 분노가 폭발한다. 짜증과 분노로 상대를 대하지 않으려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게 중요하다. 상대를 다정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은 결국 튼튼한 ‘체력’에서 나오는 법!
목(木) 드라마 캐릭터 : <미지의 서울> 유미지!
<미지의 서울>에 등장하는 주인공 미지는 거침없는 목 기운과 닮았다. 어릴 적 단거리 선수로 주목받다 불의의 부상으로 은퇴했지만, 상처받거나 지나간 삶에 질척거리지 않는다. 금방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 학교 청소부, 간병인 등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든 하면서 산다. 하루살이로 사는 미지가 아침마다 외우는 주문이 있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이기에 미지는 매 순간 호기심 가득, 삶에 눈을 반짝인다. 하루하루가 미지에겐 새롭다.
쌍둥이 언니 미래가 직장 내 왕따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지는 언니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기상천외한 제안을 한다. “내가 너로 살게. 너는 나로 살아.” 처음 간 낯선 공간, 서울 도시의 정규직 삶. 그 속에서도 미지는 씩씩하고 유연하게 적응한다. 직장에서 근근이 버티기만 했던 언니와 달리 미지는 자기를 괴롭히는 무리에게 거침없이 욕을 퍼붓고, 함정을 빠뜨리는 직장 상사에게 통쾌한 웃음을 날린다. 그러면서 회사 곳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는다. 시간이 흘러, 결국엔 회사 전체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미지! 그녀는 목 기운 그 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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