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 어떻게 읽어요? ─ 사주명리 쌩-기초 사용법 (1)
박 보 경(남산강학원)
‘셀프디깅’의 시대
며칠 전, 친구가 소개팅을 했다. 주선자가 상대방 정보라며 친구에게 알려준 세 가지는 나이, 직업, 그리고 MBTI였다. “35살, 스타트업 개발자, ISFJ야” 새삼스럽게 MBTI의 위력을 실감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가타부타 말할 필요 없이 MBTI 네 글자로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친구는 자기와 똑같은 ‘ISFJ유형’이라 대화하기 편할 것 같다며 그 자리에서 소개팅을 승낙했다.
MBTI는 소개팅뿐만 아니라 입사 지원서, 회사 워크숍 등 공사 구분 없이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밥 먹다가도 대뜸 “너 T야, F야?”라고 물으면 대다수 사람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안다. 심지어 유행에 둔하고, 관심조차 없는 연구실 몇몇 친구, 5060세대 선생님들도 MBTI에 대해선 다 알고 있을 정도니, 유명세는 말 다한 셈이다.
코로나와 함께 쏘아 올려진 유형 검사 열풍은 5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유명 카드사에서 발표한 2025년 올해 소비 트랜드 다섯 가지 중 하나는 바로 ‘셀프디깅(Self Digg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자기 자신(self)’을 ‘깊이 판다(digging)’는 말인데, 자기를 탐구하고, 탐구한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행위까지를 뜻하는 말이다. 지금은 MBTI 뿐만 아니라 퍼스널 컬러, 골격 체형 분석, 애착유형 테스트, 심지어 생활기록부 열람, 유전자 검사까지! 자기를 탐구하고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이 생겼다. 바야흐로 ‘자신’을 ‘디깅’하고 나누는 게 트랜드가 된 시대가 왔다.
그렇게 본다면, 사주명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선조들이 사용했던 대표적인 ‘셀프디깅 툴’이자, 나를 탐구할 수 있는 툴이기도 하다. 나는 사주를 배우고 난 이후, 어떤 유형검사도 하지 않게 됐다. 일단 시시할뿐더러, 사주명리의 기본기를 익히고 나면 나에게 필요한 색깔(퍼스널 컬러), 관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애착유형), T인지 J인지(MBTI), 신체 특징 및 병증(DNA) 등 모든 걸 사주를 통해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놀랍지 않은가? 어렵지도 않다. 기본기만 익히면 누구나 가능하다!

사주팔자가 뭐야?
‘영빈이 세상을 떠난 을미년 때 일이옵니다.’
‘임인년에 제도를 시행하였다가 잘못을 깨닫고 폐지하시니…….’
‘갑신정변, 을사조약’
사극드라마를 보거나 역사 교과서를 읽을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날짜를 표현할 때 숫자를 사용하지만, 동양 땅에 살았던 옛 선조들은 날짜를 ‘간지(干支)’라는 체계로 표현했다. 사주명리의 기본을 알기 위해선 바로 이 간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간지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합친 말로, 말 그대로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결합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천간은 10개(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지지는 12개(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가 있다. 천간의 첫 글자와 지지의 첫 글자를 조합하면 ‘갑자(甲子)’가 된다. 갑자를 시작으로 을축, 병인, 정묘…. 순서로 쭉쭉 이어져서 다시 ‘갑자’로 돌아오기까지 총 60번을 지나야 한다. 때문에 간지를 60갑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처음 사주공부를 하다 보면 ‘만세력’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는데, 60갑자로 이루어진 달력을 만세력이라 부르고, 만세력은 60년 주기로 반복된다. 예를 들어, 2025년과 2085년은 숫자로 보면 다른 해이지만 갑자로 읽게 되면 똑같은 ‘을사년’으로 읽는다. 2085년도 을사년이다. 앞 장에서 설명했듯, 동양사상은 기본적으로 직선이 아닌 원운동의 관점에서 세상을 봤다. 2025년과 2085년은 ‘같은 을사년이지만, 전혀 다른 을사년’인 셈이다. 이 알쏭달쏭한 말 안에 사주명리를 읽는 재미가 담겨있다.
요즘에는 간지를 배우지도 않고, 주변에서 잘 사용하지도 않는다. 주로 새해에 반짝하고 등장하는데, 작년엔 푸른 용의 그림과 함께 ‘갑진년’ 글자가, 올해는 푸른 뱀과 함께 ‘을사년’이라는 글자를 곳곳에서 본 기억은 난다. 부끄럽지만 사주공부를 하고 나서야 갑신정변, 을사조약과 같은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갑신년에 일어난 정변, 을사년에 맺어진 조약이구나!
그럼, 날짜 하나를 가지고 간지로 바꾸어보자. 오늘의 간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옛날에는 만세력을 구매해서 보고 날짜를 알았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 만세력 어플을 다운 받으면 오늘의 간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오늘 날짜와 현재 시각은 ‘2025년 9월 6일 오전 8시’이지만, 만세력을 통해 간지로 읽으면 ‘을사년 갑신월 무인일 병진시’가 된다.

간지가 중요한 이유는 사주명리가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바탕으로 사람의 운명을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런 말 들어본 적 있는가? ‘팔자 좋~다!’ ‘개 팔자 상팔자다!’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의 운명을 표현할 때 ‘팔자’라는 단어를 흔하게 쓴다. 굉장히 심오하고, 복잡한 말처럼 들리는 그 단어 ‘팔자!’ 알고 보면 쉽다. ‘팔자(八字)’는 글자 그대로 ‘여덟 개의 글자’를 뜻하는 말이다. 위 표에서 보듯 태어난 연, 월, 일, 시를 간지로 풀면 딱 여덟 글자가 된다. 그럼 ‘사주팔자(四柱八字)’는? 네 개의 기둥, 여덟 개의 글자라는 말이다. 지금 태어난 아기의 팔자를 적어본다면? ‘을사년 갑신월 무인일 병진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여덟 글자로 운명을 읽을 수 있다고 하는 걸까? 기본 원리는 이렇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나와 탯줄이 끊어지고, 첫 숨을 들이쉬는 순간 하늘과 땅의 기운이 아기의 신체에 각인된다. 첫 만남은 강렬하다. 첫 만남에 그 당시의 온도, 습도 등 천지의 기운이 압축되어 들어간다. 어떤 때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 감정, 가치관, 신체적 특징, 체형 등이 달라지고, 이 패턴이 운명, 즉 팔자가 되는 것이다. 태어난 존재는 모두 우주 시공간의 기운을 담은 패턴 위에서 인생을 살아 나가게 된다.
팔자의 기준점 ‘일간’
“너 일간이 뭐야?”
내가 사주 공부를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대체로 연구실 사람들은 사주 공부를 했고, 혹시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기 일간 정도는 알고 지낸다. 알고 싶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네 일간은 ㅇㅇ야”라고 귀가 닳도록 자주 말해주기 때문이다. 나도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관심 가는 사람들 사주 일간은 외우고 지낸다. 또 새로운 사람, 궁금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묻게 된다. “그런데 너 일간이 뭐야?”

‘일간(日刊)’은 일주의 천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일간은 사주 여덟 글자에서 ‘나’라는 기준점이 놓인 위치이기도 하다. 사주 여덟 글자는 모두 ‘나’에게 각인된 코드지만, 여덟 글자를 하나씩 따로 풀어 놓으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느냐? 아니다. 같은 여덟 글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배치가 다르다면 둘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사주명리는 여덟 글자가 원소처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고, 자리마다 각기 다른 강도와 밀도를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여덟 글자의 코드만 읽어서 되는 게 아니라, 글자가 놓여있는 관계의 배치를 살펴 읽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고, 일간이 그 기준이 되어준다.
한 마디로 일간이 ‘나’다. (시대별로 중심축은 계속 변한다. 공동체가 중요했던 농업 시기에는 계절이 중요했기에, 기준 축이 월간이었다) 일간이라는 기준점을 놓고, 나머지 일곱 글자를 해석한다. 일간에 올 수 있는 글자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총 10개다. 그렇다면, ‘을사년 갑신월 무인일 병진시’에 태어난 사람의 일간은? 무토(戊)다.
또 하나, 중요한 자리는 ‘월지(月支)’다. 월지는 한 마디로 내가 태어난 계절이다. 주지했듯 사주팔자는 외부와 처음 만났을 때 내 몸에 새겨진 시공간의 리듬이다. 연, 일, 시에 비해서 ‘월’은 계절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자리다. 1월의 겨울과 8월의 여름을 상상해 보면 확연히 다른 온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월지의 기온은 사람의 기운에 크게 반영되고, 여덟 글자 중 월지의 힘이 가장 세다.
사주를 처음 배웠을 때, 친구들과 서로 월지와 일간으로 자기 사주를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일 년 중 가장 춥고 밤이 긴 동지에 태어난 나무다. 이렇게 상상하고 나면 내 사주와 조금 친숙해진 느낌이 들지 않는가? 월지와 일간을 결합해서 내 사주를 상상해보시라!
─ 다음 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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