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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노래

[지금, 이 노래] 시니컬한 낙천성 ― 오아시스의 The Masterplan

by 북드라망 2025. 6. 13.

시니컬한 낙천성 ― 오아시스의 The Masterplan

정군(문탁네트워크)

 

 

 

보통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초반에 꽤나 치열한 탐색이 벌어지곤 한다. 각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평상시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등등. 이른바 그의 취향을 알아내야 이후의 원활한 대화, 즐거운 시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노하우가 쌓여서인가 그럴 일도 잘 안 생기고, 막상 생겨도 적당히 필요한 말만 하고 끝나기도 한다. 어쨌든, 그런 식의 '취향조사'에서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로 '음악'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롹!'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만약 상대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밴드가 나와 겹치면, 그날의 대화는 어김없이 잘 풀리게 마련이니까. 게다가 잘만 하면 평생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음악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런 경우에 '그럼 너는 어떤 밴드를 좋아하니?'라는 질문을 받게되면, 금방 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뭐라 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20년쯤) 열정적으로 음악을 들어왔고, 그 와중에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철마다 바뀌어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꼭 하나만 꼽자면... 그래, 오아시스다. 여전히 뭘 들을지 잘 모르겠다 싶은 순간에는 그냥 오아시스를 튼다. 그것도 아무거나. 정규앨범부터 싱글 B-side까지 엥간한 것들은 다 들어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중에서 딱히 이건 싫어라고 할만한 트랙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늘 소개하는 The Masterplan이라는 곡은 그들의 곡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곡이다. 정규앨범에 수록되지는 않았고, B-Side 곡들을 모아서 발표한 동명의 앨범 마지막 트랙에 수록된 곡이다. 오아시스를 어째서 그렇게 자주 들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그들 특유의 시니컬한 낙천성에 감화되었던 것 같다.

가령,
"Life on the other hand Won't make you understand We're all part of the masterplan"
"삶은 한편 우리를 납득시켜주지 않아. 우리는 거대한 계획의 일부야"
라고 노래하면서도
"Please brother let it be"
"이봐, 걍 내버려 둬"

라고 말하는 그 낙천성. 그게 묘하게 편안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달까? 누군가에게 내가 어쩐지 시니컬 하면서도 나름 낙천적으로 보인다면 그건 성장기 내내, 성장 후 내내 그런 노래들을 듣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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