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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별자리서당

소생하는 대지를 비추는 봄의 별자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2. 21.


청룡이여 고개를 들라 -각수와 항수 이야기


하늘의 바가지 기울다


사흘짜리 설 연휴를 맞아 쾌재를 부르며 고향에 다녀왔다. 별 홀릭의 삶을 살고 있는 내게 드디어 별 다운 별을 볼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촌놈들의 자부심이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초저녁부터 우글거리며 밝아오는 별무리에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댁들 이렇게 별 밝은 동네 본 적 있수?!^^ 사실 어릴 때 쳐다도 안 보던 하늘이었다. 푸르고 붉은 빛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별빛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밤늦게 혼자 화장실에 갈 때나, 친구들이랑 밤고기를 잡으러 갈 때, 행여나 별과 눈이 맞을까 눈 깔고 다니던 나였다. 별자리 공부를 하고 나서 별 하나하나 눈여겨보기 시작하니 고향마을 전체가 새롭게 보인다. 토끼가 유독 잘 잡히던 뒷산엔 북두칠성 자루가 걸리고, 소백산 산신각이 있는 앞산 위에는 시리우스가 서늘하게 빛나고 있다. 그동안 모른 채 지내왔던 고향 마을의 밤 얼굴을 처음 대면한 셈이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하는 김춘수의 시구가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별을 쫓는 아이(?) 어른(!) 달군


그런데 그만 사소한 사고가 터져 버리고 말았다. 별 좀 보겠답시고 있는 대로 똥폼을 잡다가, 벌러덩 뒤로 나자빠지고 만 것이다. 허허벌판에서 저 혼자 말이다. 제가 서 있는 곳이 빙판 위인 줄도 모르고, 좋다고 하늘 구경을 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한때 김병만을 방불케 했던 나의 야성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얼음 깨고 계곡에 들어가 맨발에 맨손으로 개구리를 낚아 올리던 것도 모두 다 옛일이다. 어찌나 호되게 넘어졌는지 아직도 그때 삐끗한 손가락이 얼얼할 정도. 하지만 괜찮다. 억만금을 주고도 못 살, 가슴시린 별밭의 퍼레이드를 아주 실컷 만끽했기 때문이다. 얼음판 위에 패대기쳐진 내 얼굴 위로 쏟아질 듯 이글거리는 무수한 별들! 놀라운 건 이제 그들이 누군지 알겠는 거다. 저것은 황제 헌원 별자리, 저것은 지난번에 연재했던 삼수… 그 살 떨리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힘겹게 자판을 두들겨 본다. 자, 오늘부터는 봄철 별자리 이야기다.


입춘이 지난지도 어언 열흘. 바야흐로 봄이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봄의 껀덕지를 찾을만한 건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눈앞에 펼쳐진 설산, 매섭게 볼을 때리는 바람, 대지는 아직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다. 새로 오신 봄님은 세상천지 어디에 계신단 말인가! 눈치들 채셨을 테지만, 답은 ‘하늘’이다. 『내경』에 이르기를 사람의 몸은 우주와 응한다 했다. 사람에게 팔 다리 사지가 있듯이 세상엔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계절이 있고, 사람의 팔 다리가 각각 세 마디로 이루어지듯이 한 계절은 세 달로 나뉜다. 계절의 기운은 3이라는 수가 의미하는 바, 천지인(天地人)의 순서로 갈마든다. 첫 달에 계절의 기운은 하늘에 이르고, 둘째 달에 땅에 도달한 뒤에, 마지막 달에 사람에 이르는 것이다. 봄의 초입인 인(寅)월, 봄기운은 우리 머리 위, 하늘에 머물러 있다.


지뢰복의 괘상

고개 들어 하늘을 보자. 시커멓다고 다 같은 밤하늘이 아니다. 저 하늘 어딘가에는 생동하는 봄의 목기(木氣)가 잔뜩 담겨져 있다. 그렇다면 봄은 저 하늘에 어떤 변화를 몰고 왔는가? 가장 알아차리기 쉬운 것은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의 바가지 있지 않은가? 전문용어로 이를 괴(魁, 으뜸) 혹은 선기(璇機)라 한다. 이 바가지에 무엇이 담길까? 답은 바로 양기(陽氣)다. 어둠이 깔린 뒤 북쪽하늘 지평선 위에 북두칠성이 떠오른 모습을 관찰해 보자. 양기가 모두 졸아들고 음기가 극점을 넘기는 동지(冬至)가 되면, 북두칠성은 바가지를 하늘 위로 받친 채 떠오른다. 마치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얼마 안 되는 양기 나마 보충하려는 듯이! 동지가 든 음력 11월의 괘상을 지뢰복으로 나타낸다. 지뢰복의 복(復)은 돌아온다는 뜻이다.


천풍구의 괘상

북두칠성 바가지에 조금씩 양이 차오르며, 새로운 약동과 도약의 계절을 준비하는 것이다. 반대로 하지(夏至)가 되면 북두칠성의 바가지는 하늘위에 거꾸로 뒤집힌 형상이 된다. 안에 차버린 양기가 옴팡 쏟아져 버렸으므로 이제는 거꾸로 음기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를 괘상으로 천풍구라 한다. 구(姤)란 우연히 만난다는 뜻, 음기가 차오르면서 나뉘어 있던 음과 양이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즈음 밤하늘의 북두칠성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월의 북두칠성은 북쪽 하늘에 수직으로 서 있다. 그러면 어찌 되겠는가? 바가지에 담긴 양기가 조금씩 넘쳐 흐르지 않겠는가. 상상들 해 보시라! 동지로부터 서서히 차오르던 양기가 바가지가 기울면서 왈카닥 쏟아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하늘로부터 양기가 터져 나오는 달, 겨우내 음에게 농락 당하던 양이 드디어 기지개를 켜고 몸을 뒤틀기 시작한다. 음의 컴컴한 감옥에서 양이 발을 구르며 도약하는 달, 이로써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 울려 퍼진 셈이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그 모습, 상당히 무시무시하다. 고백컨대 나는 우뚝 선 북두칠성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하고 나자빠지고 말았다.^^ )

고개를 들라, 청룡


봄을 알리는 두 번째 표지, 동방의 별들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천구(天球)라는 거대한 우산 위에 동쪽 영역을 담당하는 별들. 동쪽은 무언가 떠오르는 영역이다.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별이 뜨는 곳, 그곳이 동쪽이다. 고대의 별바라기들은 거기서 천체들이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탄생, 창조, 소생이 일어나는 곳, 그것이 곧 동쪽이 의미하는 바다. 라틴어로 동쪽은 오리엔트(orient)인데, 이는 동사 ‘떠오르다’에서 파생된 단어다. 인디언 속담에는 또 이런 얘기가 있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동쪽을 보고 생각을 하면 답이 나온다’는 말.(갑자서당, 74쪽) 이것이 뭔 봉창 두들기는 소리당가, 동쪽에 대체 뭐가 있길래! 무엇이겠는가? 뭐든 떠오르고 새로 시작하게 하는 힘이 동쪽에 있다는 것이다.


인디언들은 이를 치유의 힘으로 활용했다. 잊었던 물건이 어디 있는지 떠오르고,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출구가 솟아나고! 우리도 뭔가 간절한 염원이 있다면 동쪽을 바라고 기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천문에서는 동방의 별에 청룡의 형상을 부여했다. 청룡은 동방의 목(木) 기운을 주관하는 수호신이다. 봄철에 씨앗이 터지고(甲), 몸을 비틀며 싹이 터 오르듯이(乙), 청룡이란 짐승은 몸을 비틀며 하늘로 솟아올라 소생의 계절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이다. 오늘부터 연재할 7개 별자리 각(角), 항(亢),(氐), 방(房), 심(心), 미(尾), 기(箕)는 바로 이 청룡의 몸을 이루는 별들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밤하늘의 청룡을 만나러 갈 차례다. 


동청룡의 별자리


동방청룡의 첫 번째 별자리, 각수를 찾아보자. 자정 무렵, 이 별은 동쪽 하늘에서 떠오른다. 춘분은 지나야 완연한 봄의 시즌이 시작되므로 아직 동방 청룡 별자리들의 전성기는 아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청룡의 때가 도래함을 알리는 봉화불이 솟아오른다. 그것이 청룡의 뿔 각수(角宿)다. 각수를 찾는 법을 알아보자. 각수를 찾으려면 먼저 북두칠성을 찾아야 한다. 북두칠성의 자루 부분이 그리는 유려한 곡선을 따라가다 보면 무지막지한 밝기로 빛나는 별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다. 북두칠성이 속한 큰곰자리를 수호하는 ‘곰의 수호자’라는 뜻. 동양별자리로는 항수(亢宿)에 속한 대각성(大角星)이라 불린다. 여기서 곡선을 따라 더 나아가 보면 또다시 만나게 되는 1등성이 있는데, 이 별이 그 유명한 ‘스피카’, 동양별자리로 치면 각성(角星)이다. 이때 북두칠성에서 아크투루스를 거쳐 스피카에 이르는 크고 아름다운 곡선을 봄철 별자리를 찾는 기준선인 봄철의 대곡선(the great spring curve)’이라 한다.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


각수(角宿)란 동방 청룡의 뿔이다. 두 별이 마치 뿔처럼 솟아있는 모양이다. 두 별 중 남쪽별을 좌각성이라 하는데, 이 별이 방금 설명한 스피카다. 반대로 북쪽 별은 우각성이라 한다. 이 별은 동방의 목(木)기운의 결정체이다. 목은 곡직(曲直)이라 했다. 뒤틀고 굽어지며(曲) 앞으로 추진해 나가는(直) 기운이라는 얘기다. 새싹이 두꺼운 지표를 뚫고 솟아오르는 것, 태아가 좁고 긴 산도(産道)를 비집고 태어나는 것, 모두 이 목의 추진의 기운을 쓴 예이다. 짐승들이 머리에 달고 있는 뿔(角)도 이러한 목기운의 결정체이다. 상대를 밀치고 힘을 겨루기 위한 무기, 이는 강력한 목기운을 쓰는 것이다. 각수 역시 괜히 뿔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별자리는 군사적 공격의 상징이다. 이들은 군사, 장수 등을 의미하는 별로 이 별을 보고 왕실의 위엄과 정치의 조화를 점친다. 흥미롭게도 좌각성과 우각성 사이는 해가 지나는 황도와 겹친다. 목기운의 결정체인 별 사이로 양기 덩어리 태양이 지난 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런가하면 우각성 위로는 달이 지나다닌다. 또 이들 주변으로 오성이 모두 지나다닌다. 그렇기에 각수는 동서를 막론하고 점성학적으로 굉장히 풍부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일단 동양에서는 전쟁과 군사를 점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넘어가자.
 
다음 별자리는 청룡의 목에 해당하는 항수(亢宿)다. 각수 바로 옆에 붙어 있으니 찾기 쉽다. 생김새는 네 개의 별이 '괄호  〕'모양으로 이어진 모습, 항(亢)이 목이란 뜻이니 이를 보고 청룡의 목이라 연상했던 것이다. 나라의 관료제로 보자면 목청 좋은 소리로 크게 외치며 정사를 보는 것은 관리들의 몫이다. 그래서 이 별은 하늘의 관료를 상징한다. 천하의 예법과 송사와 재판 등 국가 행정의 영역들을 점치는 별자리로 해석되었다. 이 별 역시 해와 달 그리고 오성이 운행하는 길목에 있기에 점성학적으로 중요한 별로 각인되어왔다.

처녀자리, 목은 인(仁)함이다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별자리로 치면 각수와 항수는 처녀자리에 속하는 별들이다. 각수가 처녀의 팔이라면 항수는 처녀의 다리다. 신화와 별자리가 생겨난 맥락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각수 항수와 처녀자리 사이에 어떤 공통분모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별은 일월오성이 지나는 목 좋은 곳이기에, 동서의 점성술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보던 동쪽 하늘의 블루칩이었다. 그렇담 서양에서 이 별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을까? 


Joseph Heintz the Elder의 하데스에게 납치되는 페르세포네


별자리의 주인공은 페르세포네라는 처자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로 태어났다. 대지의 여신의 혈통을 이었으니 얼마나 아름다웠겠는가. 그 어떤 꽃을 갖다 대어도 페르세포네의 미모 앞에서는 무색했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꽃밭을 산책하던 페르세포네에게 무시무시한 재앙이 들이닥친다.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며 땅이 갈라진 것이다. 이윽고 갈라진 땅에서 지하세계의 지배자 하데스가 튀어 나왔다. 이 모든 것은 페르세포네를 연모해오던 하데스의 납치극이었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의 아내가 되었다. 졸지에 딸을 잃은 데메테르는 비탄에 휩싸였고, 이윽고 대지엔 가뭄과 흉년이 찾아들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제우스가 하데스를 설득하여 페르세포네 친정 보내기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그 결과 세상엔 다시 생기가 찾아들게 되었다. 하지만 하데스와 약정한 석 달 동안 만은 꼭 시댁에서 보내야 했다. 페르세포네가 시댁에 가 있는 인고의 석 달 동안을 인간들은 겨울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여자들에게 시댁이란 하데스의 영역, 곧 지옥이라는 것, 이것은 만국 공통의 진리인가 보다.^^ 저승에서 시집살이 하고 돌아온 우리네 바리데기 이야기와도 어딘지 흡사하지 않은가.



이집트에서는 이 별을 이시스라는 여신으로 여겼다. 이시스는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의 딸인데, 오빠 오시리스의 아내가 된 사연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 역시 팔자 사납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여자였다. 남편이자 오빠인 오시리스가 그만 동생 세트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 죽고 만 것이다. 그러자 이시스는 갖은 고초를 겪으며 사방에 흩어진 남편의 유해를 찾아낸 뒤 소생시켰으나 되살아 난 남편은 저승으로 돌아가 저승을 지키는 신이 되었다 한다. 눈물을 흘리며 남편의 유해를 찾아 떠나는 이시스, 이집트에서는 하지무렵 비가 내리는데 이 비를 이시스의 눈물이라 불렀다 한다. 이윽고 나일강이 범람하면 이집트 땅에도 농번기가 찾아온다. 이 신화 역시 어딘가 비스무리 하지 않은가. 페르세포네이건, 이시스이건, 무미건조한 동양의 각성이건, 어쨌든 밤하늘에 이 처녀자리가 밝아 오를 무렵이면 사람들은 척박한 시절이 지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호시절이 온다고 여긴 것이다. 순결한 처녀의 얼굴처럼 청초한 백색으로 빛나는 별 스피카, 북두칠성과 대곡선으로 연결되는 이 별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소생과 부활의 축제를 벌여나갔다. 마치 시집살이 하고 돌아온 딸내미를 반기는 친정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말이다.

 

목동자리의 빨간 동그라미는 위에서 살펴본 '곰의 수호자' 아크투르스이고, 처녀자리의 노란 동그라미는 생동하는 봄의 증표 '스피카'


고로 이 별은 그냥 얼굴 반반한 처녀의 상징이 아니다. 감내하고, 또 소생하는 인고의 인간형의 원형이다. 세계 어느 신화권에서나 이 별은 온갖 고초를 견뎌낸 인고의 여신으로 묘사되었음을 상기해보라. 저승 지옥을 넘나들며 혹독한 시련을 감내해낸 존재들.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시련을 온전히 받아들인 덕에 이들은 해방과 소생의 기쁨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랬기에 더욱 겨울의 어려움을 딛고 소생하는 봄철의 여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리라.

문득 이 별에 인할 인(仁)자를 붙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에서는 목(木)의 덕(德)으로 인(仁)을 꼽고 있다. 인이란 무엇인가. 두 명(二)의 사람(人)이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자의(字意)를, 사람들은 그저 사람과 사람간의 어울림 정도로 간단히 이해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이상의 얘기들로 미루어 볼 때, 인을 단순히 성격 너그럽다는 류의 얘기로 치부하면 안 된다는 감이 확~ 오지 않는가. 공자는 ‘자신이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己所不欲勿施於人)’이 인이라 했고, 그레이엄은 이를 ‘타인에 대한 사심없는 관심’으로 해석했다.(『도의 논쟁자들』, 47쪽)


당최 이 무신 소린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보자. 인이란 너는 너 나는 나 하는 상대주의가 아니다. 상대주의에는 나와 타자의 격차를 통해 나를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인자(仁者)에게는 지켜야 할 나[我]가 없다. 그렇기에 온전히, 있는 그대로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의역의 용어를 빌어 말하자면, 인이란 수생목(水生木), 즉 수기(水氣)를 써서 온전히 감당하는 것이고, 목기를 써서 치고 나갈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온갖 시련과 난관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감당하면서(물은 아래로 흐르고 어떠한 환경이건 그에 자신을 맞춘다) 또한 악을 악으로 갚지 않으면서, 원수를 자식으로 삼을 수 있는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것(목은 환경을 초극하는 생성의 기운이다), 그것이 인이다. 닥쳐오는 모든 존재들을 감당하고, 타자에 대한 온전한 열림을 살아가는 것. 즉 인이란 도저히 그럴 수 없으리라 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고, 그런 뒤에 부활과 소생의 새싹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바야흐로 봄이다. 희망찬 기운이 감도는 이 봄, 서울 하늘에서도 어렵지 않게 백색의 청초한 별 스피카를 찾을 수 있다. 저 뿌연 하늘에서 처녀자리, 각성, 항성을 찾아보자. 어떤가, 소생하는 봄의 힘찬 박동소리가 느껴지지 않는가.


-달군(남산강학원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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