庚金 - 나의 연금술사들
고개 쳐들면 마음 안 맞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무실. 골프 얘기로 시작해서 골프 얘기로 끝나는 골프광 K팀장- 골프도 운동이라는데, 몸은 노상 왜 그 모양이람. 골골거리는 골병든 골프광. 족제비눈 뜨고 내 일에 족족 토 달며 간섭하고야 마는 P차장 - 흥, 자기 일이나 잘하시지, 매번 왜 남 일에 참견이야! 누가 저 친구 하는 일 ‘족족’ 뭐라 해줬으면. 밤새 주지육림, 음주가무, 고주망태……아무튼 엄청 드시고, 이 세상 모든 상사들을 육두문자로 즈려밟으신 J팀장- 부장 앞에만 서면 무슨 말이 그리도 곱상한지, 에구 출근만 하면 ‘정상인’으로 변하는 저 둔갑술 보소. 회의마다 아까운 시간을 흰소리로 다 보내고, 결론 내릴 때가 되면 결단코 침묵하시는 B차장- 번번이 뒤집어쓴 일 때문에라도, 이 친구 월급은 내게 줘야 한다, 고 잠시 분개하는 이 칙칙한 야근의 밤. 자기 입맛에 맞는 일만 하고, 부장 앞에선 뭐든지 아양 떠는 얌체 P대리- 사실 그녀는 여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 말고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때려잡으려면 바로 그 순간 사람으로 둔갑해 버리는 놀라운 감정술사. 결국 어이없는 행동 앞에서 매번 이의 없는 사람이 되고 마는 속수무책이라니. 그때마다 나는 궁지에 몰리고 환장한다. 하지만, 아니 그래서 나는 아직 덜 자랐나 보다. 아마 생(生)은 저들 앞에서 무쇠 같은 총명함을 지닐 때까지 족히 수억 번은 환장할 것이다. 어쩌면 저들이야말로 나를 경이로운 금으로 만들어줄 둘도 없는 연금술사들일지도 모를 일 아닌가?
_ 강민혁(감이당 대중지성)
※ 간지데이 경금 특집 마지막 편입니다. 11월 7일이 입동인데요, 절기가 바뀌는 11월 10일에 신금 특집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일간이 신금(辛金)인 분들은 꼭~ 오실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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