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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세미나를소개합니다

[우.세.소] 문탁네트워크 <분해의 정원>을 소개합니다!

by 북드라망 2024. 5. 13.

문탁네트워크 <분해의 정원>을 소개합니다!

후유(세미나원)

 

<분해의 정원> 세미나를 하게 되기까지
인간이 자연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건 예능 무한도전의 <녹색특집 : 나비효과편>을 봤을 때 알았다. 멤버 ‘길’ 한 명의 일상이 자연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다. 그 당시 나의 일상과 길의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을 켜두고 냉장고 문을 계속 열어두는 등 평소에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이었다. 이 자연스러운 일상에 대해 무한도전이 보여준 극단적인 결과는 9살인 나에게 적잖이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은 새로운 의문을 품게 했다. ‘나 하나 바뀐다고’ 또는 ‘나 한 명 바뀌지 않는다고 세상이 달라지랴?’

내 의문에 답을 내려준 건 ‘플라스틱 방앗간 <참새클럽>’을 알게 되면서였다. 어쩌다 알게 된 <참새클럽>의 제품들은 구매 욕구를 자극했고 자연스레 <참새클럽>의 이야기도 찾아봤다. 이야기 중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뚜껑을 ‘모은다’ 니! 내가 구매한 제품은 한 명 한 명이 모아서 전달한 뚜껑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때 한 명의 변화는 주변을 전염시키며 세상에 영향을 줄 힘이 내재 되어있다는 걸 느낌적으로만 알아차렸다. 긍정적인 영향도 부정적인 영향도 모두 포함하니, 개인의 긍정적인 변화가 시급한 것이다.


그렇게 재활용, 생태계 등에 대한 소식에 조금씩 관심을 뒀다. 소식을 접할 초기에는 약간의 에코 부정기를 겪었다. 에코가 유행되어 기업이나 사업에 사용되어 자본의 산물로 소비되거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에코행위라며 하는 것들이 뭔가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또한 유행에 휩쓸린 일반적인 사람이라 이상한 부분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에코에 관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문탁네트워크에서 에코에 대한 세미나를 냉큼 신청했다. 이 세미나 한 개가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모른 채 말이다!

 

 


<분해의 정원> 세미나 두가지 방식
<분해의 정원> 세미나를 하기 전에 [분해의 철학] 책을 가지고 사전 강의가 진행됐다. 사전강의에서는 매주 다른 강사가 다양한 이야기와 접목해서 풍부한 내용의 강의를 들려주었다. 이 강의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분해’ 였다. <분해의 정원> 세미나, [분해의 철학] 책에도 있는 이름인 ‘분해’. 에코공부의 첫걸음으로 이 ‘분해’를 이해한 건 참 좋았다. 이후 세미나가 더욱 재밌어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분해란 리사이클링이다. 무엇이든 사용 후에 버려지면 쓰레기라고 불리며 가치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쓰레기는 시간이 지나서 부패한다. 하지만 부패한 쓰레기의 가치는 실은 무한하다. 생명을 다한 것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양분으로 리사이클링 되어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과정일 뿐이다. 생명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세미나에서 읽은 책의 구절을 빌려 예를 들자면 “기린 한 마리가 죽었지만, 그 덕분에 사자, 하이에나, 자칼 수십 마리와 독수리 수백 마리가 식사를 했고 소똥구리 수천 마리가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초원에는 더 많은 풀이 자랄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뿐 아니라 인간 또한 그렇다. 회사에서 쓸모를 다해 일자리를 빼앗긴 누군가, 돈을 벌어오던 가장의 퇴직 후 가정에서의 위치와 같이 가치를 잃은 사회의 일원은 어떤 식으로 리사이클링 될 수 있을까? 라는 새로운 고민을 해볼 수 있다.
세미나 중에는 이런 얘기도 오갔다. “내가 죽으면 화장하지 말고 땅에 묻고 자연에서 분해 되게 해줘~” 웃으면서 오간 말이지만 분해의 측면에서 보면 꽤 진지한 문제다. 인간은 죽은 이후 자연의 분해 과정에 섞이지 못한다. 생명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과 단절되어있고 이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나 또한  죽음을 다음이 없는 완전한 끝이라고 생각하며 굉장히 두려워했다. 어쩌다 보니 내 주변에는 죽은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두려움을 이겨낼 시간 없이 죽음들이 몰아치는 바람에 더욱이 죽음을 마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분해를 이해하니 삶의 모든 과정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어떻게 죽어야 분해의 과정에 들어가게 될지 즐겁게 고민하고 있다. 죽어서 좋은 영양분이 되려면 건강하게 먹고 근육도 단련해서 다음 생명에게 해가 되진 말아야겠다면서 말이다.

<분해의 정원> 세미나에서는 매주 지정된 책을 읽고 메모를 적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세미나’만큼이나 ‘분해의 정원 만들기’도 중요하다. 우리 세미나는 이 두 가지를 격주로 진행한다. 분해의 정원 만들기란 ‘퇴비통’과 ‘작물 기르기’ 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상상이다. 


우선 퇴비통 만들기는 굉장히 생소했다. 일상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분해가 되도록 통에 모아두고 시간이 지나면 퇴비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통의 크기와 재질은 어떤 게 나을지, 통 안에 어떤 것을 무슨 비율로 넣어야 할지 등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머리를 맞대어 상상해본다. <분해의 정원> 세미나가 진행되는 공간에는 주방이 있어서 그곳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와 일리치약국에서 다리고 버려지는 한약 재료 사용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탄소와 질소 비율을 잘 맞춰야 하는 게 관건이라 다른 재료를 또 구해와야 하는 건가 고민에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작물 기르기는 어느 곳에서 하게 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마음에 든 후보군은 있으나 쉽게 구해지진 않는다. 하지만 어디에라도 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상상을 해나가고 있다. 다년생을 심을지, 세 자매 농법으로 콩 옥수수 호박을 함께 심어볼지, 잘 자란 건 문탁네트워크 점심식사에 내보이는 건 어떨지, 지속 가능한 퍼머컬쳐의 방식으로 만들어볼 것인지 등. 세미나원 중에는 작물을 많이 길러본 든든한 사람들이 있어서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정원을 조성하는 상상은 즐거움의 연속이다. 버려지는 아까운 것들을 재활용 하는 것, 그 재활용 된 것을 비료로 식물을 기르는 것, 길러진 것을 다시금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까지 무엇하나 나누지 않은 것이 없고 즐겁지 않은 것이 없다.

난 그저 에코공부를 할 생각이었지만 분해의 정원을 만들며 직접 에코행위를 해보게 되었고 이에 대해 함께 얘기할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자연과 동떨어져서 에코에 대한 상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 죽음 또한 두려웠던 것이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에코적 상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이 세미나를 한 덕인지 나는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용기가 생겼다. 집 마당의 밭은 부모님과 함께 고민해나가는 중이다. 잡초가 아주 예뻐서 그대로 두고 남는 공간에 몇 가지를 심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옷장에 차고 넘치는 옷을 정리했다. 필요 없는 옷은 기부하고 옷장에 맞는 개수의 옷만 남겨서 4계절 옷 전부가 한 옷장에 들어가 있다. 빨래도 덜 나오고 옷이 차지하던 공간이 여백이 되어 방의 구조를 새롭게 구상하게 됐다. 

 

 


<분해의 정원>의 사람들
우리 세미나의 세미나원은 저마다의 갖춘 능력이 뚜렷이 발휘된다. 누군가는 맥가이버처럼 뭐든 뚝딱뚝딱 만드는 능력자이면서 사물을 수리해서 리사이클링 시켜주는 사물 분해자이고, 누군가는 식물에 대한 사랑이 깊어 텃밭도 가꾸고 아는 것도 많다. 이 분 덕에 파종에는 상토가 좋고, 망고 씨와 레몬 씨는 심는 법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무화과 모종도 가져오셔서 냉큼 구매했다. 또 누군가는 나와 같이 이 세미나의 모든 내용이 낯설지만 조금씩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어나가고 새롭게 배우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 모든 것에 열정을 듬뿍 담아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낸다. 아이디어를 정리해주는 다른 세미나원 덕분에 수많은 가지가 뻗칠 세미나가 얼추 한 방향을 향해 굵직히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카톡 방에는 집에서 직접 부화 중인 오리의 영상이 올라오거나 잘 자라는 작물의 사진, 에코에 대한 새로운 소식 등이 전해져온다. 보고 있자면 나도 올릴 거 없나 찾아보게 되고 서둘러 무화과를 키워 자랑하고 싶어진다. 우리 세미나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레 자연과 관계 맺기가 가능해진다. <분해의 정원> 세미나는 몰라도 살 수 있지만 알면 좋은 것들을 계속해서 알려준다.  아주 조금씩 잃어버렸던 삶의 풍요를 되찾아주는 세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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