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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북-포토로그] (강제로) 아이와 함께하는 산책

by 북드라망 2024. 3. 26.

(강제로) 아이와 함께하는 산책

 



저는 요즘 점심을 먹은 후 강제 산책(?)을 나섭니다. 그 이유는 자꾸 엄마를 찾는 딸 아이 때문입니다. 아이가 10개월쯤 되었을 때 일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데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아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돌봄 선생님께서 일정 시간 집으로 와주셔서 말 그대로 아이를 돌보아 주시는 서비스죠. 다행히 선생님이 금방 구해졌고 곧 저만의 시간을 갖게 될 거라는 기대에 들떠있었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와 다르게 더더 엄마를 찾아서 제가 방에 갈 때마다 따라 들어오고 엄마가 안보이면 울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후 2시쯤, 아이가 산책을 가는 동안에도 따라나서게 되었답니다. 처음에는 산책하는 이 시간이 조금 아까웠습니다. 아이가 선생님과 잘 있어준다면 저는 그 시간에 일도 하고 밀린 집안일도 하고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을텐데 말이지요!

참 육아란 게 그런 것 같습니다. 뭐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습니다. 어제 밤에도 우는 아이를 재우려다 그대로 잠들어버려서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할 일들을 하려 했더니 아이도 같이 깨버렸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계획을 또 수정해야 했지요.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또 세우는 일을 계속하곤 합니다.

그래도 어쩌면 이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껏 제 성향대로, 제가 하려는 대로 살아왔다면 아이와 함께 하게 되면서 다른 기운을 쓰게 되기 때문이죠. 색다른 현장이 펼쳐졌다고 할까요. 아이가 어릴 때면 수시로 수유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부모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또 세끼 밥을 영양에 맞게 꼬박꼬박 챙겨주어야 하고, 조금 더 크면 아이 스스로 하는 것들이 많아지긴 했더라도 “엄마는 왜 안 해요?”라는 아이의 질문에 떳떳해지기 위해서라도 제 일상을 점검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변화의 기회를 갖는 것 같습니다.

어제도 여전히 저는 산책하러 다녀왔습니다. 요즘에는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도 화창해서 산책하기 딱 좋습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릴 걱정도 없고요! 아이는 저편에서 돌봄 선생님과 걸음마 연습을 하고 저는 한 쪽 바닥에 털썩 앉았습니다. 이미 따끈하게 데워진 대지(비록 놀이터 고무 바닥이지만)의 기운을 느끼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사실 남편은 제가 이렇게 강제로 산책하는 시간을 부러워합니다.ㅎㅎ) 앞으로 아이와 함께 강제로 산책하는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산책하는 동안은 충분히 누려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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