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현재를 사는 만큼이 바로 나의 미래!

나와 당신의 오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편집부 다용도

내가 지금껏 읽은 많은 글에서, 책에서,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크게 몇 개의 주제를 추려 본다면 그 중 하나로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여기를 살라는 명령 아닌 명령. 그 말은 이제 하도 많이 들어서 누구나 그냥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아무라도 할 수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어떤 문장을 끝맺기 위해서라면 자기의 언어가 아니라도 편하고 멋있게 가져다 쓸 수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여기를 살라”는 말은 수많은 글에서 장식적으로 사용되고 말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가르침이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 문장을 접하고 습관적으로 응 하고 넘어갈까봐 걱정될 만큼, 또 이 얘기야? 하고 지루해하면서 지나갈까봐 걱정될 만큼.   

건강할 때에는, 만일 병이 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한다. 그런데 막상 병이 나면 기꺼이 약을 먹는다. 즉, 병이 그렇게 결심하게 하는 것이다. 이미 오락이나 산책에 대한 욕망은 사라진다. 그런 것은 건강이 준 것이며, 병의 여러 가지 요구와는 일치될 수 없는 것이다. 병이 나면 자연은 그 처지에 알맞는 욕망을 준다. 다만 그때 자연이 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주는 여러 가지 걱정이 우리 마음을 괴롭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걱정은 우리가 현재 있는 상태에 우리가 현재 있지 않은 상태의 욕구를 결부시키기 때문이다.

─파스칼, 『팡세』, 범우사, 58쪽

사용자 삽입 이미지달리, <기억의 영속>의 스펀지 밥 패러디 버전


선천의 정이 애초에 부족했던 나는 어려서부터 성한 구석이 없었다. 병과 함께 살았다. ‘건강’으로 정의 가능한 시기가 내게는 없었으니 병이 있고 없고 큰 차이가 없다. 요즘에는 악관절은 물론이고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심해져 치료를 다시 시작했다. 통증과 수면장애로 간신히 잠들 때, 어지러워서 바닥에 (OTL 실사자세로) 주저앉을 때, 팔다리가 저리다 못해 잘 안 움직이기까지 할 때도 나는 “안 아팠으면” “그때 진즉에 병원을 갔었으면” 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어쨌거나 현재의 나는 아프지만 그럼에도 괜찮은 지금, 이 상태에 있으니까. 아프거나 말거나 똑같이 책을 보고, 친구를 만나고, 일을 하고, TV를 보며 하루를 보낸다. 그것이 나의 오늘이고 내게 있는 전부이며, 또한 내게 가능한 전부이다.

일주일의 생애를 헛되이 보낸다면 백 년의 기간도 헛되이 보낼 수 있으며, 일주일의 생애를 헌신할 수 있다면 백 년의 기간도 헌신할 수 있다. 만약 일주일을 포기한다면 전 생애를 포기해야 할 것이며, 일주일을 희생하지 않으면 전 생애를 희생해야 할 것이다.

─파스칼, 『팡세』, 범우사, 204쪽

파스칼의 말처럼, 일주일을 잘 보낼 수 있다면 나는 십 년도, 백 년도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 혹은 하루를 제대로 보낼 수 없는 나라면, 십 년, 일 년, 어쩌면 한달을 사는 것도 할 수 없다.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는 공부할 거라는 사람들,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할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늘’을 소중히 정성껏 사는 ‘내’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같은 인간으로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파스칼)에 오늘 비록 실패했어도 다른 내일을 꿈꾸며 잠들 수 있다. 오늘 한 실패만큼 나의 내일, 나의 미래는 그만큼 달라진다.

유대교 랍비들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미래를 발견한다. 이들에겐 지금 시간이 중요하다. 미래라는 게 외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만큼이 곧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묵상을 통해서 망각하고 있던 것을 되살려 내는 훈련을 했다. 잠재된 과거의 이미지를 충만한 현재로 되살려 냄에 따라 어떤 것의 존재가 비약적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랍비들의 이 전통은 운명에 대한 우리의 질문을 무용하게 만든다. 현재를 사는 만큼이 바로 나의 미래라는 것!

─손영달, 「절대 반지의 노래」, 『누드 글쓰기』, 80~81쪽

사용자 삽입 이미지『허리케인 죠』의 명대사 "하얗게 불태웠어…"처럼, 우리는 매순간 충분히 연소하며 살고 있는가?


팡세 - 10점
B. 파스칼 지음, 이환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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