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k의 드라마극장 =
구기동에서 스친 유해진 스페셜
(부제 : 유해진이 맞을 겁니다. 아마도~)
저 유해진(존칭은 생략할게요;;;) 봤습니다!!!(응?) 때는 지난 4월 19일 일요일, 비가 부슬부슬 내렸던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아침 겸 점심으로 구기동의 두부집에서 밥을 먹고 나온 길이었습니다. 앞에 우산을 받치고 덜렁덜렁 걸어오는 한 남자를 아주 설핏 보았을 뿐인데 설마 설마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예의가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 우산 속의 남자 얼굴을 싸~악 훑었습니다. 네, 바로 그였습니다. 표정 관리를 하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의 결례를 할 수는 없었기에 스치고 나서야 옆에 있던 남편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유해진, 유해진!!” 북한산에 자주 출몰(?)하신다고 하기에 언젠가 한번은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마주치다니요. 이 글을 보실 리는 없겠지만…… “반가웠습니다!^^”.
팬이에요~ >ㅁ<
그런데 또 가만 생각해 보니 유해진을 처음 본 것도 아니더라구요. 저희 사무실이 사간동에 있었을 때, 사무실 뒤편이 마당이 예쁜 한옥 파스타집이었는데 거기 담벼락 배경이 괜찮아서였는지 연예인들이 인터뷰를 하러 오곤 했었는데요, 그중에 유해진도 있었지요. 그때도 봤다면 본 것이고, 2000년대 초반에 <이발사 박봉구>라는 연극을 봤었는데 거기서 박봉구는 아니었지만 열연을 펼쳤던 유해진을 보기도 했었습지요(물론 당시에는 누구신지 몰랐구요;;). 이렇게 해서 유해진이 제가 실제로 가장 많이 본 연예인이 되시었고(?;;;), 전 마침 ‘편집자 k의 드라마극장’을 써야 했고, 그래서 유해진이 드라마에 나온 적이 있었나, 하고 찾아보니… 있었습니다! 바로 2004년 SBS에서 방영했던 <토지>, 가 유해진이 출연한 유일한 드라마였습니다.
저는 87년에 방영했던 KBS <토지>(이하 ‘구 <토지>’)를 좋아했기에 (실은 SBS <토지>의 여자 주인공이 제 생각에는 너무도 아니 어울린다 생각하였기에;;;) SBS <토지>(이하 ‘새 <토지>’)를 열심히 보지는 않았었습니다만 (사실 새 <토지>는 전반적으로 미스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주인공 서희와 대척점에 서는 악역 김평산과 김두수(김거복)의 캐스팅만큼은 구 <토지>를 능가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새 <토지>를 보시진 않으셨더라도 대번에 아시겠지요? 네, 바로 유해진이었습니다. <토지>에서 김평산이라는 인물은 주인공인 서희의 아버지 최치수를 죽음으로 몰고 가며 최씨 집안의 몰락을 재촉한 악역으로인데요, 그의 큰아들 김거복 역시 아버지 못지않은 악한 성품을 타고난지라, 아버지 사건으로 고향을 떠난 후 일본 밀정이 되어 ‘큰’ 활약을 하게 되지요. 새 <토지>에서는 이 부자의 역을 모두 유해진에게 맡겨었는데요(즉, 1인 2역), 이것이 새 <토지>의 유일한 ‘신의 한 수’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토지>에 나온 다양한 유해진의 모습. 왠지..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네요.. 유해진도 냉동인간인걸까요;;
저는 대번에 김두수를 ‘악역’이라고 했지만 역시 우리의 참바다, 유해진은 다릅니다.
“김두수는 시놉시스상으로도 정말 동정이 가는 인물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칼 차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럴 만한 환경 때문에 나쁜 사람이 되는 거지. 악역이지만 그 인물에게 그럴 만한 사정을 생각하려는 건 다른 작품을 할 때와 똑같다. 그리고 김두수는 오히려 슬픈 인물이다. 어렸을 때 자기 아버지가 돈 있는 최씨 집안에 의해 억울하게 처형당하고 엄마는 목매달아 죽는 일을 겪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것은 엄청난 충격이다. 그 사회나 사람들이 정말 혐오스러웠을 것이다. 독해질 수밖에 없다.”
- 2006년 1월 27일, 『씨네21』 인터뷰 기사 중
그랬기에 당시에 주연들을 제치고 “김두수 때문에 <토지> 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토지>가 유해진의 유일한 드라마 출연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드라마 출연을 기대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특별히 기대하지 않아도 언제든 좋은 연기를 보여줄 사람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드라마든 영화든 예능이든 저는 뭐든 좋습니다(제가 뭐라고 이런 말을;;;).
좌…좌우간 요즘 불혹이 점점 가까워져서인지(흠흠;;;) 옛날에 보던 것들이 간혹 간혹 생각나서 『토지』를 다시 읽어볼까 어쩔까 하였는데, 10년 전의 앳되고 ‘악한’ 유해진의 연기를 볼 겸 SBS <토지>를 한번 다시 봐야겠습니다. 멀리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기회가 되면 하동에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게 다 유해진 덕분입니다.(ㅋㅋ)
하지만 글을 마무리하려는 이때 갑자기 든 생각……
일요일에 제가 본 사람이 박지성이었다면? (왕왕왕왕왕~♪);;;
그렇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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