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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1257

[약선생의 도서관] "상처를 반복하지 않고서 어떤 상처를 돌파할 수 없다" "반복되는 상처가 새로운 삶을 만든다" 주디스 버틀러의 『혐오 발언』 신혼 시절이었을 것이다. 출근은 언제나 그렇듯 지옥철로 움직여야 했다. 다행히도 집과 역이 가까운데다, 갈아타지 않고 회사로 출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다녔다. 그러나 자리는 늘 만석이어서 서서 한 시간은 족히 가야했다. 전날 과음이라도 했을라치면 온통 피로에 찌든 몸을 이끌고 문 옆에 기대어 서서 졸며 가기도 했다. 좀 익숙해지자 노약자석 옆이 좀 더 호젓하고 졸기에도 적당한지라 가끔 그곳을 애용하기도 했다. 어느 날 역시나 과음에 찌든 몸을 이끌고 노약자석 벽에 붙어서 출근 중이었다. 내 앞에는 무척 조용하실 것 같은 단아하신 할머니께서 앉아 계셨다. 나이는 꽤 들어 보였지만, 지갑 하나를 두 손으로 포개어 잡고 똑.. 2016. 8. 23.
"당연히, 그곳에도 사람이 있고, 삶이 있다."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 삶과 음식과 터전, 그리고 배움에 대하여 책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보통 ‘사진집’이라고 하면, 그 책에 실린 사진들이, 다른 책에 실린 사진들과 얼마나 다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예술’의 세계란 그렇게 ‘차이’를 다투는 곳이다. 그런데, 이 ‘사진-책’은 그러한 ‘차이의 경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자리에 있다. 역설적으로 그 점이 이 책과 책에 실린 사진들을 어떤 것보다 독특하게 만든다. 부제인 ‘용산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그렇다. (지금은 사라진) ‘용산성매매집결지’의 풍경과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곳은 어떤 곳일까? 붉은 불빛, 몸을 드러낸 여자들, 여자를 고르는 남자들이.. 2016. 8. 22.
다가오는 가을을 풍성하게 해줄 강의들 소개 명리와 노자의 만남부터 니체랑 철학하기까지 ― 올 가을 꼭 들어야 할 강의들 사흘만 지나면 이제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입니다. 올해가 참 더웠지만 저는 가장 더웠다는 1994년 여름을 (개인적 일들이 여러 개 겹치기도 한 때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때 처서 무렵 정말 밤에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정신이 확 들었던 것도요! ”이전의 모순이 변증법적으로 해소되어 다음 단계로 가는 경우는 없다. 낮의 모순을 제대로 해소하기도 전에 문득 저녁이 오는 것처럼. 여름의 극점에서 문득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 고미숙,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북드라망, 2016, 35쪽 네, 갑자기 찬바람이 불면 문득 정신이 들면서 “내가 그동안 뭘 한 거지” 싶기도 하고, “뭘 좀 제대로 해.. 2016. 8. 19.
여름에 지치지 않도록! 여름을 잘 나는 동의보감의 비법들 여름철 나기 프로젝트 올 여름은 유난히 길고도 힘들게만 느껴졌다. 무려 삼계탕을 다섯 그릇이나 먹었는데도 기운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나를 오랜만에 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말라가느냐며’, ‘무슨 일 있는 것이냐며’ 걱정해주었다. 처음에 이런 말들을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뭐 특별한 활동 없이도 살이 빠지니 나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체중이 줄어드니 무슨 일을 하든 쉽게 지쳤다. 게다가 날은 점점 더워져서 공부하거나 일을 하다가도 축축 늘어져 있기 일쑤였다. 일상을 유지할 체력조차 고갈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체력이 떨어진 것일까. 밥도 제때 먹었고 잠도 잘 잤는데 말이다. 별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아.. 2016.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