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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592

새로운 '인간'을 구성하는 새로운 '출발점'들 -푸코의 『말과 사물』 수많은 푸코들로 가는 기이한 출발 -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 1966년 『말과 사물』 출간 후 어떤 인터뷰. 푸코는 사르트르를 “20세기를 사유하려는 19세기 인간”이라고 공격한다. 사르트르는 이에 발끈해서 “부르주아지가 맑스에 대항해 마지막 댐을 건설한다”고 맞받아쳤다. 푸코를 부르주아지의 옹호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푸코가 맑스주의를 19세기 어항 속 물고기로 환원하여 과소평가하는 장면에서 보자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 소리를 들은 푸코는 혀를 차며 한 번 더 빈정거린다. “부르주아지는 참 불쌍하기도 하지. 자신들을 지킬 성채가 고작 내 책뿐이라니!” 그렇게 『말과 사물』은 당대 철학자들과 공존하기 힘든 낯설고 당혹스러운 책이었다. 간혹 사람들은 이 책을 ‘우익’서적으로 간주하기도 하였.. 2013. 5. 1.
여름의 시작, 양기의 끝판왕인 '뱀의 달' 양기의 극점, 사화의 계절 2월(갑인월), 3월(을묘월), 4월(병진월)을 지나 이제 5월, 정사월(丁巳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앞의 세 달이 봄, 목(木)의 기운이 점차 발생하고 커져가는 시기였다면, 정사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양기(陽氣), 즉 화기(火氣)가 발현되는 때입니다. 지지에서는 양기가 자수(子水)에서 시작해 축-인-묘-진-사에 이르러 극에 달한다고 봅니다. 굳이 표현해보자면~ 사화는 양기의 끝판왕이랄까요? ^^; 다음 지지인 오화(午火)부터는 양기가 쇠퇴하고, 음기가 활성화되는 리듬을 타게 됩니다. 정사월에 속한 절기는 입하, 소만인데요 5월 5일 입하와 함께 본격적으로 여름의 시공간으로 접속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양기가 충만한 사(巳)월이지만 실제로는 초여름입니다. 8월인 경신월이 .. 2013. 4. 30.
사랑, 나를 멸망시킬 폭풍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얼마 전 조용필(님)의 신곡을 듣게 되었습니다. 뉴스를 뜨겁게 달구던 '가왕의 귀환'이었기에 궁금한 마음이 컸죠. 'Hello'라는 곡을 들었는데, 문득 한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노래의 가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랄까, 사랑에 빠지기 직전이랄까, 그런 순간을 포착하는 시점에서 쓰였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시절인연이란 서로 다른 길을 가던 두 사람이 어떤 강한 촉발에 의해 공통의 리듬을 구성하게 된 특정한 시간대를 뜻한다. 일종의 매트릭스 같은 것이다.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다. 어떤 대상을 만나느냐가 아니라, 내 안에 잠재하고 있던 욕망이 표면으로 솟구칠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욕망이 솟아오르려면 시절을 타야 한다. 시절을 타게 되면 아주 작은 촉발만으로도 사랑에.. 2013. 4. 29.
생혈작용을 하는 약재, 내 피 같은 당귀! 붉은 피가 부족할 땐 당귀를 헌혈할 수 없는 신체들-피가 모자라 고3 무렵이던가? 학교에 헌혈차가 방문했었다. 적십자 버스 침대에서 초코파이를 먹으며 쉴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은 먼저 나가겠다고 서로 밀쳐대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나는 피를 뺀다는 사실이 겁나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유야 어찌 되었거나 헌혈이 마치 구국의 결단이라도 되는 듯이 일장연설을 했던 적십자 직원의 말이 귀속을 맴돌아서 계속 교실에 앉아있기도 망설여졌다. 창밖을 내다보니 버스에 올랐다가 금방 내려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왜 그런지 궁금해서 운동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 안으로 들어갔더니, 하얀 옷을 입은 아줌마가 한 손을 내밀었다. “왜, 학생도 헌혈하려고? 왼손 이리 줘봐요.” 엄청 따금했다. 손끝에 맺힌 붉은 피가 어.. 2013.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