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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내게 내준 숙제, 아픔 우리가 정말 고통을 느끼기는 하는 것일까(2) 신근영(남산강학원Q&?) 신경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의 뇌』에서 한 여성 환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선 그녀가 슬픔에 북받쳐 했던 말부터 만나보자. 제 자신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아요. … 이제 사는 데 진저리가 납니다. 이만하면 됐어요.…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삶에 욕지기가 날 정도라고요. 모든 게 다 쓸데없어요. 소용없는 일이라고요.…나는 무가치한 인간이에요. 난 세상이 두려워요. 구석에 숨고 싶어요. … 나 자신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제게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저를 위해 이런 수고를 하지 마세요. ㅡ안토니오 다마.. 2012. 9. 5.
휠체어, 꼬리는 살아있다?! 태풍이 지나가고 태풍이 지나가고 오랜만에 날씨가 맑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숨막히게 느껴지던 볕이 약간 헐겁게 느껴진다. 빛은 그대로인데 온도가 약간 내려갔다. 빛이 따갑기는 마찬가지인데 후덥지근하게 몸에 엉기는 느낌이 없어졌다. 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온몸에 햇빛을 느끼면서 걷는다. 눅눅하고 무거운 몸을 말린다. 휠체어 뒤에 따라가면 눈을 감고 걸어도 된다. 제이가 전후좌우 잘 보면서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난 그냥 휠체어 뒤의 손잡이를 잡고 따라가면 된다. 사람들은 내가 휠체어를 밀고다니는 줄 안다. 길을 다니다 보면 “수고가 많으십니다” 하면서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 하긴,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고 괜한 용을 많이 썼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천천히, 빨리… 제이를 내가 운전하려고 낑낑거렸.. 2012. 9. 4.
우리가 TV를 켠다, TV가 우리를 켠다 기술과 존재 내 집엔 TV가 없다. 결혼 때 사들인 TV가 고장 나자 다시 사지 않았다. 이제는 굳이 TV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아주 가끔 인구에 회자되는 개그프로나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런 프로를 꼭 봐야만 할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확실히 이상하다. 더러 보고 싶기는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본방사수’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강박은 수상쩍다. 방송사가 만들어놓은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할 것처럼 여기게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나도 올림픽이니, 월드컵이니 하는 것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럴 때면 인터넷 생중계 화면을 이용해야한다. 투덜대는 아들 녀석과 컴퓨터 화면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가끔 ‘버퍼링’님이 찾아오시면 아들의 불평은.. 2012. 9. 3.
미운오리, 날아 오르다 戊土 - 미운 오리 새끼의 흙 떠나기 회사 사람들과 행주산성으로 거하게 술을 마시러 갔다. 오리구이와 산채 나물들이 푸짐하게 나온다. 으레 그렇듯이 주고받는 술잔에 얼굴이 금세 발개진다. 부장이 오리 요리론으로 장광설이 길다. 아마도 친척 중에 오리 요리집을 하는 사람이 있는 가 보다. 그러더니 누군가는 일요일 집 앞 내천 산책 중에 애들과 본 오리 이야기를 과장 섞어 가며 한다. 부장 말에 조응하는 허접한 꼴이라니. 그 옆에 있던 사람, 짐짓 전문가 연(連)하며 예전에 부친이 시골에서 오리를 키우던 이야기를 펼친다. 허참, 행주산성까지 와서 무슨 오리 얘기를 이리도 많이 한단 말인가. 이들과 같이 있으면 이 세상이 오리로 가득한 듯하다. 술 취한 친오리파 바보들이다. 술도 취하고, 나에겐 별다른 오리론.. 2012.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