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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모색야생여행기] 인류학,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나의 무지를 알아가는 공부 인류학,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나의 무지를 알아가는 공부 탁실라, 되찾은 인류의 기원 레비 스트로스의 열대 우림 방문은 종결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고향으로 돌아갈 일뿐이겠지요. 그런데 『슬픈 열대』의 마지막인 제9장의 배경은 그가 출발했던 장소 파리가 아니라 아시아입니다. 레비 스트로스는 마지막 장에서 두 곳의 장소를 선택해서 자신의 여행기를 마무리하는데요, 하나는 탁실라 유적이고 다른 하나는 미얀마 챠웅의 작은 불교사원입니다. 둘 다 산업문명을 싣고 질주하는 유럽이나 석기시대의 감성의 원시부족이 살아가는 장소가 아닙니다. 더 들어가면, 사실 이 장소들은 ‘아시아’라고도 할 수 없는데요. 탁실라는 고대 문명의 유적지이고 챠웅 사원 역시 정신없는 도시생활과는 거리를 둔 한적한 수련처이기 때문입니다. 우.. 2022. 1. 10.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피부의 유물론 피부의 유물론 1. 십년의 고독 그간 거울 앞에서 내쉰 한숨을 모으면 컨테이너를 몇 개나 채울 수 있을까.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그보다 이제 그만 나아질 때도 됐는데. 둘 다 영 마음처럼 안 풀린다. 그런 점에서 여드름만큼 훌륭한 선생도 없다. 세상엔 뜻대로 되는 일이 드물다는 사실을 이렇게 가까이서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무려 십 년 동안이나 말이다. 여기서 핵심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피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부에 신경을 끄는 것 또한 내 의지 밖이다. 집착이 사라지면 대상도, 대상에 대한 욕망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같은 이치로, 피부를 신경 쓰지 않게 될 때쯤 여드름도 사라질 것이다. 더 정확히는, 더 이상 피부가 문제 되지 않으니 사라지든 남아 있든 간에 별 상관이.. 2022. 1. 7.
[만드는사람입니다] 마찰과 저항을 마주하기 마찰과 저항을 마주하기 목공을 시작한 이래로 ‘내가 목공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 할 만 한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목공 도구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일 것이다. 특정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물론 그것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 노하우를 익히는 것을 포함하겠지만, 요즘처럼 충분히 정보화된 세상에서 그런 정보는 접근이 매우 쉬워졌다. 이런 정보의 접근성은 때로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언젠가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하던 도중 그가 느닷없이 가구의 구조와 수축 팽창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상담 전 이미 원목 가구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많은 것들을 찾아본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못지않게 클라이언트가 알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내가 더 이상 이 관계에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그의 우.. 2022. 1. 6.
[니체사용설명서] 동정, 약자들의 힘자랑 동정, 약자들의 힘자랑 고통보다 강한 동정 당사자는 견딜만한 현실일 뿐인데, 주변에서 난리인 경우들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 진학과 결혼 등이 대표적이다. 자기 능력과 진로를 고려해 대학을 가서 공부하면 되는 것이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때 결혼하면 되는 것이다. 삶의 한 과정이어야 할 일에 우리는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다. ‘대학을 (잘)못 간 아이’. ‘결혼을 못 한 아이’. “이 아이들을 어찌할꼬? 쯧쯧!” 당사자가 아닌 주변 사람들이 그 호들갑의 주인공들이다. 자기 일도 아닌 일에 왜 이리 난리일까? 동정이 실제 고통보다 더 강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친구 중의 한 사람이 어떤 수치스러운 일을 저지르면 우리 자신이 직접 그 일을 저지른 것보다 훨씬 고통스럽게 느낀.. 2022.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