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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못한소설읽기] 그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 이유 그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 이유 (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홍한별 옮김, 민음사, 2021) 우리 동네 마트에는 대형 서점이 있다.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서 시간을 보낼 때면 그 서점에 자주 들른다. 딱히 사야 할 책이 있어서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저 시간을 보내기에 서점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아이와 함께 가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 책은 금방 골랐는데 아빠 책은 왜 이렇게 오래 골라요?”라고 묻는 아이를 옆에 두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서가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아빠에게 아이가 ‘불공평’을 항의하던 어느 날엔가 『클라라와 태양』을 사왔다. 빨간 표지가 눈에 금방 띈 탓도 있고, 마침 ‘2017년 .. 2023. 3. 3.
『동의보감』의 시선으로 본 『날개』의 ‘나’ 『동의보감』의 시선으로 본 『날개』의 ‘나’ 오장육부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장부가 없지만 그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을 고르라면 비장을 꼽을 수 있다. 우리 몸은 천기와 지기로 영위된다. 천기는 호흡을 통해서 들어오고 지기는 음식물을 통해 흡수한다. 음식물을 받아들여 소화시키는 장부의 대표주자가 비장과 위장이다. 우리가 흔히 비위가 좋다고 하면 이 기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비위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만들고 이 물질이 전신으로 보내져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공장이 무너지면 다른 장부도 다 무너진다. 그 위치가 몸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그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비장과 위장 중에서도 특히 비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 몸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이를.. 2023. 3. 2.
[메디씨나 지중해] 중심과 주변 중심과 주변 UAB 의대에 발 붙인지 일 년 반이 흘렀다. 요즘 들어 부쩍 생각하게 된 주제가 있다. 바르셀로나 의대생들이 보여주는 미묘한 다이내믹이다. 작년에는 내 발 등에 떨어진 불(카탈란어, 새로운 시험 방식, 갑자기 다시 들춰보게 된 삼각함수와 자연로그…)을 끄느라 급급해서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없었는데, 이제는 동료 의대생들의 모습을 관찰할 여유까지 생기다니. 바르셀로나에 정말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관찰은 내 학교생활에서 빼먹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나는 내가 우리 학교에서 가장 특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바르셀로나에 전혀 연고가 없는 한국인, 의대 공부를 시작한 곳은 보통의 스페인인들이 전혀 모르는 쿠바, 의대와 상관없는 직업(글쓰기), 게다가 결혼한 유부녀이기도 하다. .. 2023. 2. 28.
[나이듦 리뷰] 나이듦, 상실에 맞서는 글쓰기 『이반 일리치 강의(팬데믹 이후의 학교와 병원을 생각한다)』의 저자, 이희경(aka.문탁) 선생님의 [나이듦 리뷰]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코너에서는 문탁 선생님께서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책/영화를 읽고 리뷰를 해주시겠다고 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_ 2023.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