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1199 12음계, 12율려에 숨어 있는 중국인들의 사유 중국사유와 수 2 동아시아에 널리 퍼진 고전 악기 중 ‘생(笙)’이라는 악기가 있다. 이 악기는 복희(伏羲)의 누이이면서 부인이기도 했던 여와(女媧)가 만들었다고 한다. 신화는 대나무를 잘라내어 만든 12율관이 결합되면, 그 소리에 맞추어 한 쌍의 봉황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연주 소리가 서로 어우러지면, 그 소리는 두 날개를 표상으로 불러들여 봉황이 춤을 추는 것과 같이 느꼈다는 말일 것이다. 여기서 소리는 곧 봉황이다. 다시 말하면 행여 춤추는 사람들이 없더라도, 생의 연주소리는 듣는 이의 표상에 바로 ‘봉황의 춤’을 소환하였다. 아마도 들뢰즈라면 이런 것을 ‘존재의 생산 역능’이라고 했음직하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존재들을 불러들여 존재자로 현실화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듣는.. 2012. 12. 4. 값을 치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일어나기를” 그러니 사소한 일부터 시작하자. 올리브 기름이 엎질러지고, 포도주를 도둑맞았다. 다음과 같이 말하라. “이것은 무감동을 사기 위해서 치러야 할 그만한 값이고, 이것은 마음의 평정을 사기 위해서 치러야 할 그만한 값이다. 값을 치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도덕에 관한 작은 책』, 27쪽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네가 바라는 대로 일어나기를 추구하지[요구하지] 말고, 오히려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라. 그러면 모든 것이 잘되어 갈 것이다.(같은 책, 23쪽) 너에게 일어나는 각각의 것에 대해서, 너 자신을 향해서 돌아서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것에 대해서 사용할 수 있는 어떤 힘을 네가 가지고.. 2012. 11. 27. 철학에 죽고, 철학에 산다! 질문의 질문을 하라! 철학의 엄밀함 컴퓨터에 악성프로그램이 많아지면, 뒤죽박죽된 프로그램들을 수습하느라 하루 종일 곤욕이다. 그러다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면 세상이 원래부터 없기라도 했던 것처럼 덮어놓고 초기화하곤 한다. 그러면 밤새 푹 자고 일어난 강아지처럼 컴퓨터에 아연 생기가 돈다. 이런걸 보면 초기화한다는 말, 그러니까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그만큼 뭔가를 생기롭게 만든다는 걸 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처음으로 가겠다는 열망은 컴퓨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끔은 인생에도 이런 초기화가 있었으면 하는 때가 있다. 특히 병, 배신 혹은 다툼 같은 것들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면, 세상 모든 것이 그 사건에 비추어 보이는지라, 악성프로그램으로 가득한 컴퓨터마냥 인생이 한동안 뒤죽박죽이다. 사건에 대.. 2012. 11. 20. 풀 수 없는 문제? 우리는 이미 풀고 있다! 그럭저럭 돌파! 이제 바야흐로 김소월이 읊었던 대로, 봄날이 오리라 생각하면서 ‘쓸쓸히 지나 보내야 하는 긴긴 겨울’(김소월, ‘오는 봄’)이 찾아왔다. 어떤 이는 겨울에 첫사랑이 생각난다지만, 나는 본래 남쪽 사람이어선지 겨울만 찾아오면 그놈의 추위 때문에 더럭 겁부터 난다. 서울 올라와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천정부지 전세값도 아니고, 이웃들의 야박함도 아닌 눈바람 매섭게 부는 겨울을 첫째로 들것이다. 정말이지 처음엔 추위만 찾아오면 아무런 대책이 서지 않았다. 따뜻한 남쪽나라에선 도무지 ‘추위대처법’ 같은 걸 배워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서울의 매서운 추위 앞에서 무능력 그 자체였다. 어떤 해 어떤 겨울에는 늦은 귀가로 눈발 속 밤길을 서너 시간 헤맨 적이 있었.. 2012. 11. 13. 이전 1 ··· 282 283 284 285 286 287 288 ··· 3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