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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199

범려 - 세상만사를 꽤뚫어 볼 수 있어도, 할 수 없는 한 가지... 이 사람을 보라 진정한 난세의 왕, 범려 "아이고, 얘야, 둘째야!" "형님!" 둘째 아들의 시신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부인과 형의 시신에 매달려 울고 있는 셋째, 그 주위에 엎어져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퍼하는 집안 사람들 사이로 까맣게 타들어간 첫째의 얼굴이 보였다. 마음고생이 심했는가. "아버님……." 둘째를 구명하러 갔던 첫째는 차마 내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나는 슬며시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이내 첫째의 어굴에 눈물이 쏟아진다. 몸을 굽혀 둘째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네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단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가 반가워서 웃었다. 부인이 눈물범벅인 얼굴로 나를 보여 야속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은 아들이 죽어 돌아왔는데도 슬프지 않소! 왜 그리 웃는거요!.. 2015. 4. 17.
새연재 - 방제와 병법 : 병의 발생과 치유를 전쟁에 빗대어 보자 방제(方劑)와 병법(兵法) 연재를 시작하며 감기(感氣)에 걸리면 오한, 발열, 두통, 몸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병증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몸 안의 정기(正氣)와 밖에서 침입한 외사(外邪) 혹은 사기(邪氣)가 서로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때의 아군은 정기이고 적군은 밖에서 들어온 사기가 된다. 한의학에서는 질병과 치유의 구도를 이렇게 정기와 사기의 전쟁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전쟁은 애들 싸움이 아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고도의 전략이란 쉽게 말해 ‘속임수’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을 ‘속임수의 도(道)’라고 까지 했다. 그러나 단순한 속임수가 아니다. 그것은 바둑의 수(數)싸움처럼 상대의 전략을 읽어내서 상대의 허를 찔러야 하는 지략과 모.. 2015. 4. 15.
정착~! 이타카 하우스 개장 & 첫 번째 파티 이타카 하우스, 첫 출발 이민의 도시, 뉴욕. 파도처럼 꾸역꾸역 밀려오는 이민의 풍경은 흔히 ‘뉴욕의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되어 뉴욕이라는 도시를 아름답게 모자이크하는 데 이용되곤 한다. 그러나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이 사람들이 이 바닥에서 어떻게 섞여 살아가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다, 사실 이주는 뉴욕에 와도 끝나지 않는다. 근 일 년간 내가 발로 뛰면서 보러 다닌 집만 30여 개, 이사 횟수는 3번, 내 짐은 처음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내 친구들 중에서 내가 유별나게 이사를 자주 했던 편도 아니었다. 여기 오래 머물다보면 다들 저절로 이사의 달인이 된다. 뉴욕은 이사의 도시이기도 한 것이다. 이사 전쟁 이 높은 이사 빈도는 뉴욕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모두가 알다시피 뉴욕 세.. 2015. 3. 27.
[원일의 락락] creep보다 값진 시도, 라디오헤드의 〈KID A〉 RADIOHEAD 원일의 락락(樂樂)은,음악을 즐기다(락악), 즐거움을 음악하다(악락), 즐겁고 즐겁다(락락), 음악을 흔들어라(Rack樂) 모두를 의미하는, 원일 선생님의 음반소개코너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음악(가)들이 있다. 듣는 순간 온 몸을 얼어붙게 만들고 형언키 힘든 미궁에 빠트리는 그런 음악들이. 라디오헤드의 를 처음 듣는 순간이 그랬다. 음악 장르로 구분하자면 는 일렉트로닉스 앰비언트 록이다. 기타와 드럼 위주의 전형적인 록밴드 편성을 완전히 벗어난, 라디오헤드의 정규 4집 음반이다. 솔직히 나는 이 앨범을 듣기 전까지 라디오헤드에게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2000년) 신해철이 진행하는 FM 의 신보 소개 코너에서 흘러나오던 를 듣고는 충격을 금치 .. 2015.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