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걷다보면24 [기린의 걷다보면] 아버지의 걷기 아버지의 걷기 영화 를 보았다. 노년의 주인공은 도쿄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공중 화장실 청소부다. 영화가 시작되면 새벽녘 이웃집 할머니의 빗질 소리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부자리를 개키고 세수를 하고 수염을 다듬고 윗방에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그러고는 작업복을 입고 문 앞에 정리해둔 소지품을 챙기고는 문밖으로 나선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차에 오른다. 차 안에 보관해둔 낡은 테이프들 중에서 하나를 택해 틀어 놓고 캔커피를 마신다.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서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같이 일하는 젊은 동료의 수다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변기를 닦고 세면대의 물기를 털어내고 휴지통을 처리하는.. 2024. 12. 10. [기린의 걷다보면] 귀촌한 친구와 함께 강진을 걷다 귀촌한 친구와 함께 강진을 걷다 강진으로 귀촌한 친구 오래전에 논술 관련 일을 할 때 만난 친구가 귀촌을 했다. 4년 전에 따뜻한 남도부터 시작해서 전국을 돌아보고 살 곳을 결정하겠다며 강진에서 시작했다. 4년 동안 강진에서만 두 번 정도 이사를 하더니, 그냥 강진에 눌러앉기로 하고 집까지 샀단다. 6월 셋째 주 집들이를 겸해서 강진으로 친구를 보러 갔다. 같이 일했던 다른 친구와 각자 출발해서 나주역에 우리를 태우러 온 친구와 만난 시간이 밤 10시, 친구의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나주역에서 강진 친구 집까지 가는 내내 도로에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깜깜했다. 도시를 벗어났다는 실감이 났다. 도로에서 벗어나 논길을 따라 꼬불꼬불 들어서니 집 앞으로 모내기를 끝낸 논이 펼쳐져 있었다. 집 앞에 .. 2024. 10. 15. [기린의 걷다보면] 기억을 잇는 걷기 기억을 잇는 걷기 세월호 10주기_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였다. 공동체 홈피에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열린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4월 16일 오후 2시, 기억식에 참석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안산 화랑유원지에 갔다. 햇빛이 여지없이 쏟아지는 유원지 주차장이 식장이었다. 식순에 따라 기억식이 시작되었고, 희생자분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호명되는 순서가 되었다. 삼백 사명의 이름이 다 불리는 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지나갔다. 2014년에 마을 작업장 월든에서 단원고 교실 의자에 놓을 방석을 만들었던 일, 바느질을 하면서 읽었던 , 책의 구절을 읽으며 울먹이던 친구의 목소리. 10년이 지나는 동안 사고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정부의 대응은.. 2024. 9. 4. [기린의 걷다보면] 쓰레기 산에 나무를 심다 쓰레기 산에 나무를 심다 지난 1월에 마포 난지생명길 1코스를 걸었다. 쓰레기산이었던 난지도 공원을 숲으로 만든 이야기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를 읽고 찾아가 본 둘레길이었다. 그 때 노을 공원에 자리한 ‘나무자람터’에서 키운 묘목을 공원의 경사지에 심는 자원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숲과 숲을 개미집처럼 이어주는 ‘1천명의 나무 심는 개미들’ 활동이었다. 언젠가는 직접 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서 활동 신청을 했고 905번 개미로 신청되었다는 연락도 받았다. 무리개미, 개별개미, 수시개미 등으로 분류해서 가능한 날짜에 신청하라고 매달 초에 문자로 공지가 왔다. 5월 공지에서 토요일 오후 2시 개별개미 활동 신청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마침 세미나 방학이라 5월 4일 토요일 활동에 참가 신청.. 2024. 8. 7.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