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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저항하는 독자가 되자!- 페미니즘의 눈으로 읽는 문학, 그리고 세계

by 북드라망 2026. 3. 26.

저항하는 독자가 되자!
- 페미니즘의 눈으로 읽는 문학, 그리고 세계


북드라망, 북튜브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북튜브 출판사에서 모처럼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바로 주디스 페털리(Judith Fetterley)의 『저항하는 독자』(The Resisting Reader)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기존의 문학이 가지고 있던 남성중심적 전제나 구조를 문제 삼는 ‘저항하는 독자’ 개념을 만들어 낸, 페미니즘 문학 비평 분야의 고전입니다.


우리는 흔히 문학이 인간 보편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보편성’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의 시선에서 구성된 것인지 묻습니다. 페털리는 미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인물과 서사, 가치 판단이 사실은 특정한 시선, 특히 남성 중심의 시선에 의해 조직되어 왔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냅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소설의 남성중심적 서사와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 주는 단편들, 그리고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 노먼 메일러의 『미국의 꿈』과 같은 미국 소설의 ‘정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 작품들 속에서 여성 인물들이 어떻게 표상되는지, 무엇이 말해지지 않은 채 남아 있는지를 집요하게 짚어내면서, 미국 문학의 정전이 지닌 ‘남성화된 시선’을 입체적으로 드러냅니다.

“미국 문학은 남성이다. 현재 고전으로 간주되는 미국 문학의 정전을 읽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남성으로 정체화하게 만든다. 물론 이러한 일반화에 대한 예외는 도처에서 발견되지만 에밀리 디킨슨의 시나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의 소설 같은 예외들은 대체로 논쟁을 모호하게 하고 문제를 흐릴 뿐이다. 미국 문학은 남성이다. 미국 문학은 여성을 그냥 내버려두지도 않을뿐더러 참여를 허용치도 않는다. 문학은 보편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 보편성을 구체적으로 남성의 용어로 정의한다.”(15~16쪽)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독자’의 문제입니다. 페털리에 따르면 독서는 단순히 텍스트를 이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시선에 동의하도록 훈련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성 독자는 자신과는 다른 위치에 놓인 인물과 동일시하도록 요구받으며, 때로는 자기 분열에 가까운 독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항하는 독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읽기 방식을 제안합니다. 텍스트에 순응하는 독자가 아니라, 질문하고 의심하며 읽는 독자. 작품 속에 숨겨진 전제와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독자. 페털리는 이러한 ‘저항하는 읽기’가 단지 해석의 방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며 문학 속에서 확인되는 여성과 남성에 관한 복합적인 사상과 신화를 폭로하고 질문하는 것은, 문학에 체현된 권력 체계를 단지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뿐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에 열어 두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질문과 폭로는 물론 그 문학을 구성하는 의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식에 의해서만 수행될 수 있다. 그러한 폐쇄적인 체계는 내부로부터는 결코 열릴 수 없으며, 오직 외부로부터만 열릴 수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문학 체계의 가치와 가정(假定)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하며, 문학이 숨기고자 하는 바로 그것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데 투자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페미니스트 비평은 바로 그런 관점을 제공하며, 그런 의식을 구현한다.”(29~30쪽)


이 책의 말미에는 책의 1장에서 다루고 있는 네 편의 단편소설을 옮긴이가 직접 번역해 수록했습니다. 이 소설들을 먼저 읽고 나서 이 책을 처음부터 읽을 것을 권유합니다. 그렇게 하면, ‘동의하는 독자’의 눈으로 읽을 때 범상하게 읽히던 소설들이, 이 책을 경유한 이후에 어떻게 다르게 읽힐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문학 비평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되묻고, 그 읽기를 바꾸도록 요청하는 책입니다. 아울러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익숙하게 읽어 온 문학을 낯설게 바라보고 싶은 독자, 그리고 자신의 읽기를 한 번쯤 의심해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해 드립니다.

“페미니스트 비평가의 첫번째 행동은 동의하는 독자가 아니라 저항하는 독자가 되는 것이어야 하며, 동의를 거부함으로써 우리 안에 이식된 남성의 정신을 몰아내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엑소시즘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에이드리언 리치가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오래된 텍스트를 새로운 비평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행위’라고 설명한 다시-보기의 능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시-보기의 결과, 책은 더 이상 전에 읽혔던 방식으로 읽힐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기획으로 묶어 두었던 힘을 잃게 될 것이다.”(35쪽) 



책은 서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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