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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북-포토로그] 반려동물 '안' 뽑기

by 북드라망 2026. 2. 26.

반려동물 '안' 뽑기

 

아이가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책 속에 퐁당>이라는 공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유아기를 벗어나 드디어 학습이라는 걸 하게 된 하게 된 진정한 초딩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책 속에 퐁당>은 처음에는 책을 읽고 자기가 적고 싶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발전(?)하여 문장과 생각까지 써야하죠. 매일 매일의 과제를 채우면 선생님께서 도장을 찍어주시고 도장을 모으면 도서관 마켓데이 때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쿠폰을 받습니다. 문장만 베껴쓸 때는 나름 어렵지 않게 하더니 생각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나봅니다. 사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제게도 어려운 미션이지요. 그럴 때는 함께 책을 읽고 어떤 문장을 쓸 지 같이  떠올리곤 합니다. 그렇게 한편 한편 모은 글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요!

 

 

 

이번에 읽은 책은 『내 멋대로 반려동물 뽑기』란 책입니다. 학교 도서관에 가더니 재밌다면서 '내멋대로 뽑기 시리즈'를 왕창! 빌려온 것이죠. 이번에도 아이는 도와달라고 합니다. 일단 책이 대략 어떤 내용인지 들어보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지 안 키우고 싶은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안 키우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일찍 죽잖아. 그래서 안키우고 싶어.
그러면 슬프니까?

 

얼마 전에도 친구 집에 놀러가서 친구가 키우는 햄스터 콩이를 보고 와서 키우고 싶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니었나봅니다. 콩이를 본 뒤에 노견 벤지를 보고 와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이번 설에 이모가 키우시는 강아지 벤지를 보고 왔는데, 벤지는 나이가 많아서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치매에 걸려서 힘없이 자고 있거나 걸을 때면 비틀비틀 거리며 작은 몸을 힘겹게 일으켰습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아이는 이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반려동물이 자기보다 일찍 죽는 다는 것. 그리고 그 죽음은 분명 슬플 것이라는 것. 

 

요즘 주변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 참 많습니다. 토리, 벤지, 복길이 등등. 저희는 큰삼촌댁, 이모댁이라고 말을 하지 않고, 아이들이 강아지를 좋아하니 '토리네', '복길이네' 이렇게 부릅니다. 강아지가 어릴 때는 예쁨받다가 시간이 지나니 눈에도 하얀 것이 끼고 귀에서도 냄새가 나고 피부병 때문에 털도 듬성듬성 나고 하는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식어가는 것도 같습니다. 사람도 반려견도 늙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늙음과 죽음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나 봅니다. 

 

그리고 저희 집 초딩에게는 이제 4살된 동생이 있습니다. 이 동생은 아주 팔자가 세서(갑인 일주에 월까지 갑인월입니다!) 오빠가 종종 힘들어하곤 합니다. 물론 귀여워하기도 하지만요. 책 읽고 있으면 그 위에 앉기, 오빠가 노는 거 뺏기, 오빠 공부하는 데 불끄기 등등. 남매가 다투면 주로 오빠가 울곤 한답니다. 반려동물이 필요없다는 아이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사람은 조금만 있어도 스스로 할 수 있잔아"라는 문장에서 이미 오빠가 되어 동생을 챙기는 상황이 조금은 힘들기도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도 반려동물이 아닌 동생을 둔 오빠의 마음을 잘 헤아려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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