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
2주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같이 산 적도 있었던 지라 할머니의 죽음이 더 와닿았습니다. 할머니는 외손주인 저를 포함해서 사촌 동생들까지 키워주셨는데요, 그래서일까요.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병원에 사촌 동생들까지 와있었습니다. 할머니는 8년 동안 요양병원에 계셨습니다. 집에 계시다 갑자기 쓰려지셔서 병원으로 가보니 이미 편마비가 와 몸 한쪽을 쓰지 못하셨습니다. 그렇게 병원 침대에서 오래 계셨지요. 밖에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시고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할머니는 새로운 요양병원으로 옮기시면서부터 식사를 거부하셨습니다. 그렇게 한달, 두달이 지난 어느 날 숨 쉬기 힘들어하는 할머니와 마주했습니다. 눈을 살짝 뜨신 혼미한 상태로 거친 숨을 내쉬고 계셨습니다. 저는 잠시뿐이지만 할머니의 온기를 느끼며 할머니가 티벳 사자의 서에서 말하는 ‘밝은 빛’으로 들어가게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다음 날, 숨을 거두셨습니다.
장례식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가며 정신없이 장례 의식을 치렀습니다. 아이들은 북적북적한 사람들과 맛난 음식이 많은 장례식장을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저절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이제야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이 조금은 실감이 납니다. 엄마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할머니의 병원에 찾아가곤 했었는데요, 기운이 없던 할머니가 아이들을 보시면 좋아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계시던 병원을 지나갈 때면 이제는 찾아갈 병원에 없다는 게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할머니의 발인 전, 납골당에 들어갈 사진을 인쇄하러 사진관에 갔습니다. 납골당에 들어가는 크기를 여쭈었고, 몇 장 인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진관 옆에서 안면만 있던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났고,(집에서는 꽤 먼 곳입니다.) 갑자기 커피한잔하고 가라고 하셔서 저는 그분의 편의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엄마가 편의점을 운영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뒤 사진관 사장님께서 들어오시더니 갑자기 사진을 ‘선물’이라며 주셨습니다. 그곳에서 친구 엄마를 본 것도 신기했는데, 처음 본 사진관 사장님께서 선물이라고 주시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오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장례식을 무사히 마치고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할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삼촌께서 요양보호사님, 치과의사 선생님 등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고 합니다. 치과에 떡을 사 들고 갔더니 오히려 치과의사 선생님께서 부의금 5만 원을 주시더랍니다. 참, 인연이란 뭔지 죽음이란 뭔지 먹먹하고 감사해지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분간 할머니 생각이 종종 날 것 같습니다. 다른 시공간 속에서 할머니가 편안하고 자유롭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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