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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북-포토로그] 현명한 돌리의 결혼 생활

by 북드라망 2025. 12. 18.

현명한 돌리의 결혼 생활


이번 감이당 화요 대중지성에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주인공 안나가 아니라 안나의 새언니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이하 돌리)”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돌리는 아이가 여섯이나 되고요, 남편은 종종 바람도 피고요, 그다지 돈도 많이 벌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녀는 늘 생계를 걱정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돌리를 보며 왜 이런 남자랑 살고 있는거야?’ 하며 답답해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했습니다. 여섯 아이를 데리고 당장 어디로 갈 것이며, 집 나가면 더 고생할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리고 남편에 대한 바람기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돌리는 그간의 남편의 여성 편력을 겪으며 깨달았습니다. 

 

‘나는’, 하고 돌리는 생각했다. ‘스티바를 나에게 붙들어두지 못했다. 그이는 나를 떠나 다른 여자한테로 가버렸다. 그러나 그이가 나를 저버리고 갔던 최초의 여자도 쾌활하고 아름답다는 것만으로는 언제까지나 그이를 붙잡아둘 수 없었다. 그이는 그 여자를 버리고 또 다른 여자를 손에 넣었다. 과연 안나가 그러한 것으로 브론스키 백작을 매혹하여 붙잡아둘 수가 있을까? 그 사람이 만일 그런 것만 찾게 된다면, 언젠가는 더욱더 매력 있고 쾌활한 치장이나 자태를 발견할 것이다 이 여자의 드러난 팔이 아무리 희고 곱다고 해도, 이 여자의 풍만한 몸뚱이며 검은 머리칼 아래 빛나고 있는 얼굴이 아무리 곱다고 해도 그 사람은 더욱더 좋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치 역겹고 가련한, 그러나 아직 내가 사랑하고 있는 남편이 발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안나 카레리나』 3, 레프 톨스토이 저, 박형규 옮김, 문학동네,  175-176쪽)

 


돌리는 어떻게 했을까요? 본래 선량한,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내를 위해 술자리 후 배를 하나 들고 오는 남편을 용서해주기로 했습니다. 아직 남편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녀는 남편의 사랑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것에서 오는 뿌듯함과 충만함으로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돌리는 고백합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마음씀과 걱정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행복”(같은 책 2, 54)이었다고,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남편에 대해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하게 되었을 것”(같은 책 2, 54)이라고 말이지요.

 

저는 이제껏 너무도 단순하게 결혼 생활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고 돈만 잘 벌어다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말이지요. 돌리처럼 남편의 애정에 집착하지 않는, 아름답기 위해 애쓰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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