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의 팝스타, 성녀로 돌아오다
: ROSALÍA – Berghain(feat. Björk & Yves Tumor)
송우현(문탁네트워크)
작년 연재글을 돌이켜보면, 지금 핫한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힙합 장르와 떼어놓을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의 팝 음악은 힙합을 빼놓고 이야기될 수 없다는 건, 반대로 힙합은 더이상 ‘힙’한 장르라고 보기 힘들다. ‘힙’의 의미를 ‘뻔하지 않으면서 멋있는’ 이라고 해석할 때, 나는 요즘 ‘힙’한 아티스트를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ROSALÍA(로살리아)를 이야기하고 싶다.
카탈루냐 태생의 가수 겸 프로듀서인 로살리아는 카탈루냐 고등음악원에서 스페인의 전통 문화인 ‘플라멩코’를 전공했다. 지금 플라멩코의 열기는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로살리아는 어릴적부터 플라멩코의 리드미컬하고 정열적인 에너지를 사랑했다. 따라서 로살리아는 플라멩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그 정열을 현대에도 다시 불러오고자 했다. 일렉트로닉, 힙합, 레게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여 독특한 에너지를 보여주며, 독립적이고 강인하며 정열적인 여성상과 플라멩코에 적용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라틴 팝’이라는 장르의 젊은 선두주자가 되었으며, Doechii(도치)나 Doja cat(도자캣), Cardi B(카디비)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나쁜 기집애(Bad Bixch)’ 스타일의 여성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의 EP [MOTOMAMI]는 강렬한 라틴 리듬 위에서, 당돌하고 중독적이며 급진적인 랩과 노래를 들려준다(나는 'CHICKEN TERIYAKI' 라는 곡을 특히 신선하게 들었다).
그런데 2025년 막바지에 발매된 로살리아의 첫 정규앨범 [LUX]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앨범커버에서 그는 수녀복(혹은 구속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으며, 첫 번째 곡부터 장엄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등장한다. 내가 로살리아에게 기대하던 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당황했지만, 이내 그 당황감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앨범 내내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듀싱, 전작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감미로운 노래 실력, 다양한 언어로 써놓은 가사들까지.. 오히려 그전까지의 컨셉이 제약이라도 되는 양 로살리아는 그가 가진 역량을 마음껏 드러낸다.
특히 앨범의 서사가 인상적이다. 로살리아는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성녀’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대부분 문화권에서 성녀는 처음부터 성녀였던 게 아니라 문란하거나 빈곤하고 피폐한 삶을 극복하여 성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자신의 삶을 비롯한 세상 또한 자극들만 쫓아 갈수록 피폐해져가는 상황 속에서, 그 극한으로 치닫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영성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클래식 음악을 가져왔고, 다양한 문화권의 언어로 노래했으며, ‘스페인의 나쁜 기집애’였던 본인은 성녀에 한 걸음 다가간다.
당혹스러울만큼 선정적이었던 팝스타 로살리아가 만든 ‘성스러운’ 앨범. 전작 [MOTOMAMI]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뒤에 이번 앨범 [LUX]를 듣는다면,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전작의 수록곡인 'CHICKEN TERIYAKI'와 이번작의 수록곡인 ‘Berghain’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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