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에 경기도 퇴촌 베짱이도서관에서 열렸던 ‘번뇌탈출캠프’에 참여해 주셨던 박성희 독자님께서 ‘자발적’ 후기를 보내오셨습니다. 뜻밖의 귀한 선물을 받고 아침부터 횡재한 기분이 드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행운의 선물을 독자분들과도 나누고 싶어 박성희 독자님께 허락을 받아 후기를 게재합니다. 다시 한번 먼 길 찾아주시고, 사주도 공개해 주시고, 좋은 경험도 나누어 주시고, 유쾌한 화법으로 웃음도 주셨는데, 후기까지 써주신 박성희 독자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독자님이 직접 보내오신
『누드 글쓰기: 베짱이도서관 편』 출간 기념 이벤트
‘번뇌탈출캠프’ 후기 _ 만원의 행복! 불변의 번뇌(?!)
박성희(북드라망 독자님)
베짱이 도서관으로 가는 길… 번뇌에 빠질 뻔…
북드라망의 번뇌탈출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매월 받는 북레터에서 보았다.
베짱이도서관 이야기는 일전에 유튜브에서 봤는데, 그곳 사람들이 쓴 『누드 글쓰기: 베짱이도서관 편』 책 출간 기념으로 하는 북토크였다.
무조건 신청이다! 혜정샘도 신청하고, 둘 다 북토크에 가게 되었다.
경기도 퇴촌이라… 아침에 야탑에 미용실 들렀다 버스 타고 가면 되겠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할 요량으로 점심도 안 먹고 출발했는데… 웬걸 [경기도]광주 가는 길이 무지 막히고, 갈아타는데 버스가 한 40분은 안 오는 듯. 예상보다 한 시간이 더 걸려 30분 지각이다. 이런 배차는 처음이다…. 캠프에 가기 전에 이미 번뇌 속에 빠져 버렸다. 내려서도 도서관을 찾느라 한참을 헤매다 혜정샘을 만나서 겨우 찾았다.
들어가니 아늑한 공간의 베짱이도서관에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공연이 끝난 여운이 감돌고 있었다. 공연을 들었으면 분명 감동했을 텐데… 이노무 지각병은 고쳐지지를 않는구나.
본격적인 북토크 시작 전에 자기소개를 했다.
대부분은 베짱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퇴촌 주민분들이신 거 같았고, 또 먼 곳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다.
퇴촌 주민들이 인사하시는 데 참 편안해 보이고 좋았다. 나는 항상 조급하고 불안한데, 이곳 분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공간의 힘인가… 공간에 모이는 사람들의 힘인가….
내 주무대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내 주무대는 늘 전쟁. 임금 체불로 싸우는 사람들…) 금세 나도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누드 글쓰기를 한 분들의 미니 강의와 소감 나눔이 있었는데, 특히 랄라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누드 글쓰기로 어떤 사건을 다루면서 아프고 미각까지 잃으셨는데… 누드 글쓰기를 통과하면서 그 사건을 담담하게 마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고통과 상처를 내가 직면하고 마주하며 통과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랄라님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듣기에도 번뇌를 탈출하신 것 같은…
강의 이후에 열린 조별모임! 나는 북드라망 출판사 분들과 조별모임을 했다.
참여 전에 내 사주와 내 번뇌를 오픈해서, 내 사주를 함께 보았다.
불변의 ‘내’ 번뇌
사실, 난 10년 전에 감이당에서 누드 글쓰기를 했다.
그리고 그때 고백한 번뇌를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들고 왔다. 난 누드 글쓰기를 그때 잘못 쓴 것일까. 번뇌를 탈출하지 못하고 그대로였다.
캠프에서 돌아와 작년 이사 이후 보지 못했던 내 누드 글쓰기 종이를 찾아내었다. 제목이 ‘늘 남들에게 잘 보이고만 싶은 작은 풀 이야기‘였다. 2015년 1월 10일, 38살에 작성한 글. 5페이지 글을 썼는데, 그때도 지각과 야근, 산만하게 일 벌이기, 벼락치기, 미루다가 결과만 보려는 태도, 남들에게 깨지기 싫고, 실수하기 싫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자료를 확인하고, 자신감 부족, 책임지기 싫어하고, 일간이 신약하고 금기운은 없고….
지금의 문제가 고스란히 있다.
근데 그때 누드 글쓰기를 쓰며 사실 나의 상태, 문제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었다. 백지에 내 사주로 나에 대해 쓰려니 어찌나 막막했던지…. 그래도 조장님, 조원들과 함께 해나가니 글로 정리할 수 있었다.
내가 이 누드 글쓰기를 하기까지, 2014년 고미숙 선생님의 세종도서관 개관 특강을 2번 들으면서 사주명리가 너무 궁금해졌는데, 당시에 감이당에서는 평일 수요일 저녁에 사주명리 강의가 열렸고, 평일 세종 근무로 난 남산강학원의 굿모닝 인문학을 먼저 듣게 되었다. 그런데 특강 때 들은 그 사주명리가 너무 궁금해서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책을 사서 혼자 봤다. 보면서 ‘난 금이 없을 거 같아.’ 혼자 예측했다. 그리고 주위 직원들도 관성이 많을 거 같아. 어떤 오행이 많을 거 같아. 없을 거 같아 혼자 예측하며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만세력을 돌려보니 웬일! 내가 진짜 금이 한 개도 없는 것이었다. 정말 소름이 돋았고, 그 금이 관성 자리로 남편 자리라는 것에 또 한번 소름이었다. 나는 급속도로 사주명리에 빠져 들었다. ‘아 그래서 내주위에는 그렇게 남자가 없었고, 내가 연애를 잘 못했구나. 그래서 내가 결혼을 못했구나.’ 그러고 나서 가만히 보니 2016년 병신년, 2017년 정유년으로 지지에 금기운, 나에게 남편 자리 기운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어떤 오행이 없으면 그 오행이 들어올 때 그 기운을 받으려면 그 그릇을 미리 만들어 놔야 한다고 들었던 나는 그때부터 남편이라는 금기운이 들어오는 2016년, 2017년을 대비해 매일 자고 일어나면 이불을 갰다. 그리고 누드 글쓰기 조모임에서 ‘남자를 만나고 싶으면 밥과 말을 줄여라’(아마 금기운을 극하는 식상을 줄이라는…)는 실천 지침을 받고밥을 상당히 줄였다(!). 그리고 말을 줄이는 것은 조장님께서 ‘낭송’으로 기운을 돌리라고 하셨다.
그때 난 금기운이라는 그릇을 만드는 데 진심이었다. 왜냐면 16~17년을 놓치면 12년 후에나 지지에 금이 들어오니까. 지지가 현장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유리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30대 후반인데도 실질적인 연애 경험이 없어 과연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2016년부터 운동PT를 받으며 2017년에 17킬로그램이나 감량을 하였다. 고미숙 선생님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를 옆에 끼고 연애의 기운을 끌어당겼으나… 내 남편자리 관성 기운은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극적인 다이어트로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열광을 받았다. 프로필 사진도 찍고 수험생 때 찐 20킬로를 15년 만에 다 빼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2018년 무술년 3월 말… 친구가 술자리에서 자기 앞에 훈남이 앉아 있다며 소개팅을 하라고 밤 11시에 마트 가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렇게 무심코 한 소개팅으로 6개월 만에 나는 결혼을 했다.(그러고 보니 번뇌 한 가지는 탈출을 했네… 번뇌라기보다는 누드 글쓰기에 남긴소원 한 가지…)
그런데 그때 고백한 주요 번뇌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당시 38세 무오대운 2년차였고, 무오대운을 거쳐 지금은 48세 정사대운 2년차를 거치고 있다. 사주명리를 배우고, 대운이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10년 전 누드 글쓰기를 쓸 때 난 10년마다 누드 글쓰기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운을 하나씩 거칠 테니까. 당시에는 기미대운을 막 지나갔고, 무오대운의 초입이었는데, 지금은 그 무오대운을 고스란히 다 지나갔다.
무오대운에서 결혼도 하고, 신랑이랑 사이좋게 잘 지냈고…그런데 아기가 생기지 않아 오랜 기간 힘겹게 시험관을 하고, 유산도 두 번이나 하고 지금도 아기 없이 지내고 있지만 그런 힘든 일들도 있었지만 또 함께하며 힘을 얻고 지내는 감사함이 훨씬 크다. 무오대운 때 무토 5년은 정말 신기하게 해외여행을 진짜 많이 다녔다. 무오년생이라 무무병존의 해외역마라 그런지 신기 하게 매년 2개국을 나갔고 해외출장도 가고 했는데, 2018년 신혼여행을 끝으로 해외여행은 쫑났다.
무오대운 말미에는 노동부 직원으로서 대부분 당연히 하는 근로감독 업무를 피하고 피하다가 17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들고 감독업무를 지원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대운의 힘일까. 어쨌든 두려워 피하고 피하기만 하던 업무를 내 손들고 하게 될 줄은 10년 전 누드 글쓰기 때는 꿈도 꾸지 못했다.
다시 베짱이도서관으로 돌아와, 조모임 때 나눈 나의 번뇌, ’야근, 지각’을 종이에 적어서 번뇌 종이를 녹였다. “야~~~!!!” 녹아서 사라지는 번뇌 적힌 종이를 보니 정말 번뇌가 사라질 것 같다. 이 두 단어가 내 인생을 얼마나 어두움으로 몰고 가는지… 남편을 평일 저녁 매일 혼자 있게 하고, 혼자 밥 먹게 하고, 외롭게 만드는지…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무능력함을 느끼게 만드는지… 회사라는 블랙홀로 빠져들게 만드는지…. 근데 저 번뇌는 아주 강력해서 그냥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 다시 누드 글쓰기를 적나라하게 써 보면서 똑바로 마주봐야지… 그리고 이번 누드 글쓰기에서는 이 두 번뇌를 탈출해야지…
사실 만 원의 행복을 선사해준 번뇌탈출 캠프 참여 후기를 바로 써서 보내드리고 싶었다. 북드라망에서 만들어 주신 책들 덕분에 하루의 일상이 더 깨어 있게 되고, 학교에서 배웠어야 할 것들을 늦었지만 많이 배우게 되었다고 이 기회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절기서당』도 2015년부터 옆에 두고 마르고 닳도록 보았고, 『호모 에로스』는 남편을 알아보고 선택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사주명리 책들과 동의보감 책, 『칼 구스타프 융, 언제나 다시금 새로워지는 삶』, 낭송Q시리즈 책들… 지루해질 뻔한 일상을 북드라망의 책들로 새로운 텍스트로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내 일간 을목 양옆에 임수 정인이, 내가 뭔가를 할 때 책으로 먼저 하게 하는 것 같다.)
올 한해는 감이당 수업을 등록해서 듣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누드 글쓰기’ 북토크에 참여해서 좋은 기운과 이야기들을 듣게 되어 행복했다. 특히 『누드 글쓰기: 베짱이도서관 편』 책 표지의 그림이 너무 좋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져서 자꾸 보고 싶다. 얼른 나도 누드 글쓰기를 다시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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