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Weekend 소개코너
편집자의 소개코너 두 번째 시간입니다! 한 주는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이번주 내내 금요일에 무슨 음악을 소개할까 고민하면서 엠피쓰리를 훑었더랬지요. 최근에 연구실 곰돌이(의역학을 공부하는, 火기운 충만한 청년입니다)가 가뜩이나 없는 수 기운이 말라가는 것 같다면서(귀는 水와 연결됩니다. 음악 너무 많이 들으시면 수 기운이 증발돼요!) 저 붕어에게 엠피쓰리를 물려주었거든요. 감지덕지 하면서 음악 삼매경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음악 이야기를 할 장소가 생겨서 맘까지 더 흐뭇합니다(*-_-*).
이번에도 북블 매니저는 먹음직스러운 만화책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만화책도 좋아하는 저는 너무 괴롭습니다. 추천을 받아도 볼 시간이 없다는 게 함정이지요(ㅠㅠ). 그래도 이번에 소개해주신 <충사>는 꼭 읽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시성 편집자는...제가 오프라인에서 너무 글이 길다고 쿠사리를 줬는데도 꼭 그 한자연재를 계속 하시겠다네요(-_-). 시성팬님들(?)~ 기나긴 사랑으로 읽어주세요~
만화킬러 북블매's
<이 만화책 재미있더라>
충사 1~10권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대원씨아이)
충사는 '벌레를 쫓는 자'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벌레는 거미, 바퀴벌레와 같은 곤충류가 아니라, 사람의 기억을 빼앗는다거나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 몸을 나무처럼 만들거나 하는 판타스틱한(!) 일을 벌이는 존재들이다.
사람과 벌레는 각자의 영역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둘은 가끔 마주치기도 하고, 벌레가 사람의 몸에 머무르기도 한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대체로 아프게 된다. 충사 깅코는 그 벌레들을 찾아 그들의 영역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흔히 내가 보고 있는 세계만이 전부라고 착각할 때가 있다. 『충사』를 읽으면, 내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세계가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 벌레가 진짜로 존재하느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런 이질적인 존재들을 '보는'이들과 '보지 못하는' 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만화가 '자연은 아름다워'하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다. :)
시튼1 - 늑대왕 로보 (다니구치 지로 지음, 애니북스)
어릴 때 집에 있던 동화책 중에 사람의 책략에 넘어가 죽어야 했던 늑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후에 몇몇 키워드로 그 책을 찾으려 했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알고보니 시튼의 『늑대왕 로보』였다. 다시 만난 로보와 블랑카, 만화로 보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다른 생명을 마구 사냥하는 인간들이 싫었다. 그런데 나도 인간이며, 내가 먹는 음식들이 다른 생명을 빼앗은 댓가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지 내가 직접 사냥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면서 '인간들은 나빠'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흑;;
시튼의 동물기도 함께 추천한다.
뮤직매니아 붕어's
<이 음반 끝내주더라>
On The Outside (Starsailor의 3집)
Starsailor은 제가 무진장 아끼는 밴드입니다. 저만 아끼는 건 아니겠지만요(ㅋㅋ). 처음에 이들의 곡을 들었을 때 단박에 뿅 갔습니다. 헐! 이렇게 프로페셔널해도 되는 거야?! Starsailor라니 이름 참 낭만적이죠.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저건 내 별 저건 네 별' 하며 닭살 떠는 연인사이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으음~ 굳이 비유하자면, 퇴폐적이고 어둡고 사나운 우주지만 끝까지 길을 포기하지 않는 별항해자들?! (뭐라는 건지...;;) 얼핏 들으면 무난한 것 같은데 가만 들어보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날카롭고도 낯선 느낌, 마지막 한 방이 항상 곡마다 숨어 있는 것 같아요. 보컬의 음색도 아주 특이합니다. 이 3집은 제가 맨 처음 들었던 앨범입니다. 'Keep us together'이나 In the crossfire' 같은 명곡들이 있습니다. 1집과 2집에 비해서 사운드가 훨씬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평을 듣는데요. 지금은 1, 2집을 더 좋아하지만, 이 멋진 밴드와 마주쳤던 최초의 추억을 되새기며~ 추천!
Heena (나희경의 1집)
저는 사실 음악을 폭 넓게 듣는 편은 아닙니다. 재즈, 클래식, 라틴(?), 다 문외한이에요(^^;). 그래도 가끔씩 용기를 내어 제3세계 음악에 도전해보곤 합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만나게 된 보사노바 싱어송 라이터가 바로 나희경입니다. 브라질 음악! 듣기로는 현지에서 직접 음악을 공수 받았다는데, 저 같은 문외한이 뭘 아나요 그저 귀가 호강할 뿐입니다. 정말... 이런 걸 보싸노바라고 하는 건가요?! 아 좋습니다(ㅠㅠ). 듣고 있노라면 몸이 둥실둥실 바닥을 쳤던 컨디션도 헬륨풍선 타고 상승합니다. 지금이 마치 봄날 같고 원피스라도 입고 거리를 활보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됩니다. 네, 실현불가능한 거 압니다(-_-;). 저는 물고기니까요. 쓸쓸한 가을, 저처럼 옆구리가 시리신 분들께 선물해드립니다.
한자덕후 시성's
<이 한자 떠들고 싶다>
아~~ 오늘도 소화(消化)가 너무 잘 된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배가 고프다. 아니 뭐 이래? 뭐가 어떻게 되는 거 길래 이렇게 맨날 배가 고프냐고! 이 배고픔을 잊기 위해서 잠시 공부한다. 소화(消化)에 대해여. 너! 뭐냐?
소(消)는 물(氵)이 수증기처럼 작은(肖) 크기의 물방울로 변하여 '사라짐'을 말한다.
(하영삼, 『한자야 미안해, 너무 쉬워서』, 랜덤하우스, p.216)
초(肖)는 몸을 뜻하는 육(月=肉)과 작을 소(小)로 이루어진 글자로 살이 잘게 줄어든다는 뜻이다.
(손인철, 『한자학습혁명』, 어학세계사)
그러니까 消란 다이어트와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몸에 덕지덕지 붙은 살들이 잘게 줄어든다. 보기만 해도 기쁜 글자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몸'이란 게 내 몸이 아니다. 음식들의 몸. 이것들이 잘게 부서지고 물방울처럼 작게 변한다는 얘기다. (제기랄, 늘 기대는 잘게 부서진다...)
그런데 음식물의 몸이 부서지는 과정에 왜 물 수(水)변이 들어간 글자를 쓴 건가. 오줌이라는 얘긴가. 사실 우리 몸에 들어온 음식물의 영양분은 물의 형태로 흡수된다. 이게 아저씨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엑기스다. 그거 다 물로 되어 있지 않은가. 이 물의 형태로 흡수된 영양분은 이곳저곳으로 가서 우리 몸을 살찌운다. 그걸 전문용어로는 정(精)이라고 부른단다. 말초적(?)으로는 정액이기도 하고 비말초적(?)으로는 에너지(氣)를 내는 원료이기도 하단다. 심지어는 우리 몸뚱아리도 모두 정(精)이다. 그래서 몸이 삐쩍 마르면 정(精)이 부족한 거다. 물만 먹어도 살이 쩌요. 정(精)을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하신 게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요. 저장능력이 없으시네요.^^ 이 저장능력은 신(腎)이 주관한다. 먹은 걸 내 몸에 필요한 물질로 저장하는 지혜가 신(腎)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화(化)는?
화(化)는 ‘서 있는 사람(亻)’과 ‘거꾸로 선 사람(匕)’을 상형한 글자로, 재주놀이의 한 장면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그럴듯하다. 왜냐하면 본뜻이 ‘변화’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의 첫 번째 자형을 보면
거꾸로 선 사람 위에 다른 사람이 서 있는 형태이니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대단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김언종, 『한자의 뿌리』, 문학동네, p.314)
일설에는 저기 저 비(匕)자가 숟가락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니까 사람이 서서(亻) 숟가락을 들고 있다는 거다. 과연 이 포즈는 뭐지? 패스트푸드인가? 서서 숟가락질을 마구 해대는 그런 것인가? 아니면 밥을 달라고 연장(숟가락)을 들이미는 광경인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런데 서 있는 사람과 거꾸로 선 사람의 상형이라는 해석은 참으로 마음에 든다. 저거 쉽게 말해서 서커스라는 얘기가 아닌가. 거꾸로 물구나무 선 사람 위에 사람이 서 있는 끔찍한(?) 광경이라는 거.
아! 알겠다. 변화란 저런 신체적 변용이 일어나야만 변화라고 하는 건가 보다. 어떻게 사람의 몸이 저렇게 될 수 있는 거지? 간혹 서커스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리고는 내 몸을 한번 쭉~ 훓어보지 않았던가. 신이 내린 각목의 몸. 고전에서는 인간의 몸으로는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을 해내는 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람이 아닌 듯 하였다.' 그렇다. 화(化)란 과거를 잃어버리는 것,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는 것, 그러므로 완전히 다른 게 되는 거다. 그래서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은 똥으로, 오줌으로 나온다.
한의학은 배설의학이란다. 그만큼 싸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우리 몸은 음식물을 받아들이면 음식물의 기운을 악랄하게(?) 다 빨아먹는다. 위에서 잘게 부수고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십이지장에서 또 빨아들이고 소장에서 또 그짓을 하고 마지막으로 대장에선 음식물의 찌꺼지에 마지막 수분까지 빨아먹는다. 음식물에 대한 학대도 이런 학대가 없다. 단 물 다 빨아먹고 몸 밖으로 싸질러 버리는 이 무시무시한 소화과정. 생명이란 이런 악랄함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그게 곧 음식에 대한 예의다. 음식물에 있는 기운을 다 빨아들여서 생명에너지로 전환해서 쓰는 것. 잉여를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이 소화의 핵심이고 끝이다. 그럼 똥은 뭐냐고? 소화된 거름이랄까? 내 몸과 만나서 기운을 다 소진해버린 것이 다른 것으로 변한 증거물? 그런 점에서 과식하고 먹은 거 토해내거나 설사로 방출해버리는 거, 이거 우주적(?) 반역이다.^^ 음식물의 기운에 내 기운을 비벼서 내놓고 아무도 먹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개들도 설사는 잘 안 먹는다. 사람도 그런 거 같다. 몸에 있는 기운이 다 소진되면 죽는다. 죽음은 그냥 변화고 소화다. 다른 것이 되기 위해 우주적 똥이 되는 과정이랄까. 결국 우린 잘 눈 똥이 되기 위해서 산다. 내 모든 기운을 다 써서! 똥 이야기를 해도 절대로 식욕이 떨어지지 않는 어느 날 아침에. 밥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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