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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N 고전 토크 "공부하는 청년들, 만나다 말하다" 후기

by 북드라망 2023. 10. 31.


고전 N 고전 토크 "공부하는 청년들, 만나다 말하다" 후기 


구혜원(고전비평 공간 규문)

 

2023년 10월 26일 목요일, "고전 N 고전 토크-공부하는 청년들, 만나다 말하다"가 드디어 개최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습니다. 평일 대낮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을까? 그것도 청년들이? 그런데 웬걸. 회장은 시작도 전에 왁자지껄 했습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공부하는 청년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한자리에 모인 청년 저자들의 밀도 있는 토크, 인기 폭발 축하공연, 아낌없이 퍼주는 선물(!) 그리고 청년들만의 즐거운 뒤풀이까지! 정말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그 현장의 열기! 지금 전해 드리겠습니다~!

"어? 이게 뭐지?" 이름표를 받고 자리에 앉았을 때 발견한 건, 이름표 뒤에 꽂혀있는 자그마한 카드였습니다. 거기에는 오늘 주인공들의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 랜덤으로 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문장선물! 정성어린 선물을 발견하자 기분이 절로 좋아졌습니다. 제가 받은 문장 선물은 <청년, 연암을 만나다>의 한 구절인데요, 정직함과 떳떳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운명처럼 다가오는 문장이네요^^ 

 


오늘의 패널은 총 네 명이었습니다.
<청년, 연암을 만나다>의 저자 이윤하샘, 남다영샘.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의 저자 성민호샘.
<청년, 천 개의 고원을 만나다>의 저자 고영주샘.

네 사람이 쭉 앉아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청년'과 '공부'라는 키워드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조합 아닌가 싶었습니다.  남산 강학원의 윤하샘, 사이재의 다영샘, 규문의 민호샘, 그리고 회사를 다니며 나루에서 공부하시는 영주샘. 연령대도 관심사도 하는 일도 다른 네 사람이 함께 서로의 공부와 글쓰기를 이야기하고, 그리고 본인이 쓴 책 영업(!)을 시작합니다^^

 


=신개념 낭송 공연
첫 시간은 저자분들이 게스트와 함께 준비한 낭송 타임이었습니다. 각자의 저서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낭송공연을 펼쳐 주셨는데요, '낭송이 과연 공연이 될 수 있을까? -> 아, 이게 되는구나!'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맨 처음 <청년, 연암을 만나다>를 낭송하는 두 저자와 소담샘은 짧으면서도 강렬한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힘 있는 목소리, 절도 있는 동작, 그리고 환상적인 파트 분배까지. 이 이상 낭송 공연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사람 걱정을 쫌 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당일 아침까지 낭송 연습으로 고전하던 민호샘의 모습을 고스란히 봤기 때문에^^;;

 


그리고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팀(민호샘, 경덕샘). 무려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공연을 했습니다! 언제 심어(?)놓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관객분들이 루크레티우스의 목소리를 전해주셨고, 저희는 무대에 고정해 놓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수밖에 없었죠. 그야말로 관객 참여형, 돌아보게 만드는 ‘클리나멘적’ 낭송이었습니다ㅎㅎ

 

 


세 번째는? <청년, 천 개의 고원을 만나다>의 영주샘과 하늘샘은 스토리가 있는 연극을 준비했습니다. 하늘샘의 몸 바친 신들린 연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들뢰즈/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에서> 단편소설과 꽁트를 통해 자기구원이라는 주제를 이야기 했는데요, 그걸 연극으로 승화한 공연이었습니다. 자기구원이란 '지금, 여기'를 어떻게 살아내는가에 달린 문제입니다. 이 주제를 생각하면 이젠 어쩔 수 없이 공을 갖고 해맑은 표정으로 노는 하늘샘을 떠올릴 수밖에 없겠어요... ㅎㅎ
눈과 입으로만 읽던 책의 문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메인 순서: 고전 N 고전

① 책 영업(?) 시간
메인순서는 '고전 N 고전'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바로 "현실에서 고전하는 문제들을 동서양 고전과 함께 풀어 가는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어떤 현실의 문제와 고전이 만났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이 행사의 사회는 본인도 청년 작가이신 고은샘께서 맡으셨습니다. 능숙하게 저자분들의 현재 심정을 이끌어내 주셨는데요, 저는 고은샘이 말씀하신 '15년만에 마스크팩을 붙였다'에서 본인의 긴장한 심정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_-+ 
고은샘은 ‘이제 긴장이 풀렸다면, 이제 각자 책을 영업해 보라’며 본 행사의 진실된 목적^^을 드러냈습니다.


민호샘은 축구의 '크랙' 개념을 이용해 루크레티우스는 어떤 포지션으로도 환원할 수 없는 '크랙'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요, 참고로 '크랙'에 해당하는 선수로는 메시, 이강인이 있다 합니다. 축구에 문외한인 저도 아는 쟁쟁한 선수들에 비유할 수 있는 루크레티우스는 철학과 문학, 그리고 의학과 윤리학의 경계까지 허무는 전무후무한 존재라는 어필.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라는 결정타를 날렸죠!


이어 연암팀은 연암의 크고 단단한 풍채에서  따뜻하고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는 무한포옹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비결을 알 수 있다고 하셨죠! 듣다보니 루크레티우스가 철학의 경계를 허물면서 정작 본인에 대한 정보는 없는 신비주의 시인라면 연암은 오히려 자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풍모와 기개의 선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영주샘은 들뢰즈/가타리의 피뢰침과 번개의 관계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가타리가 아침에 일어나 생각나는 걸 써서 들뢰즈에게 보내면 들뢰즈는 그걸 취합하는 피뢰침 역할을 했다고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들뢰즈/가타리의 고원 개념을 이렇게 쉽고 구성지게 설명해 주시는 영주샘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높고 낮음, 우월감과 결핍이 분명한 언덕과 달리 고원은 높고 낮음을 분명히 규정할 수 없기에 우월감과 결핍감을 해체시킨다고 말이죠. 그게 천 개쯤 되면 시작과 목적이 있어도 중간쯤 되면 까먹을 거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② 무기력이라는 문제
두 번째 토크는 무기력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청년들은 왜 무기력을 달고 살까? 부족한 것도 어려운 것도 없는데 왜 무기력할까? 이 질문에 대해 네 저자 모두 진지하게 답변해 주셨는데요, 짧게 요약해 보겠습니다.


민호샘은 이 주제로 글도 쓴다며 주제에 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무기력은 두려움에 깔린 허무함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본인도 1년에 한 번 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했는데요, 그런 상황을 잘 들여다보면 결국 지금 상황이 내일도 지속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루크레티우스는 클리나멘, 지금의 인과로 설명되지 않는 원자의 궤도 이탈을 말합니다. 이는 지금 상태가 다음 순간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다영샘은 '내가 꼭 필요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 무기력이 찾아온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역량을 미치지 못 하고 다른 사람에게 역량을 받지 못할 때, 그 고립감에서 무기력이라는 게 생겨난다고요. 윤하샘은 이에 보충해 모든 것을 소비나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도시적 삶이 결국 관계를 맺지 못하게 만들고 그게 무기력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을 하셨죠. 그러다가 공부를 하면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거듭하게 되었고 세상이 다양한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영주샘은 앞 사람들과 달리, 청년들은 과연 무기력한가? 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셨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청년들은 너무나 적극적으로 살기 때문이죠. 출근하자마자 주식 차트를 보고 부동산 정보를 나누고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고요. 하지만 무기력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바로... 퇴근시간입니다. 그 시간쯤 알게 되는 거죠. 주식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해서 내가 원하는 이익의 절정(클라이막스)를 가져다주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그럼 갈 곳은 잃은 욕망은 퇴근 후에 치맥이나 소주 삼겹살 같은 폭식, 혹은 더 나아가면 약 같은 자기파괴적인 것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무기력이라는 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청년 1人으로서 모두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데 왜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까? 그러면서 왜 적극적으로 자기파괴적인 것을 추구하길 멈추지 않을까? 저 또한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되네요.

=막간의 돌려돌려 돌림판~
1부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동안 사행성 게임^^에 잠시 몸을 맡겨 보았습니다. 돌려돌려돌림판~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돌림판 옆에는 연필, 손수건,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랜덤 선물이 쌓여 있었습니다. 나중에 조사를 해 보니, 거의 곰돌이 디자인 소품들이었습니다(과연 어떤 의도인지?^^). 저는 곰돌이가 그려진 털 귀마개를 뽑았는데요, 너무 저랑 잘 어울려서 겨울이 기다려집니다ㅎㅎ

 



=2부의 서막 코코펠리의 축하공연
2부는 코코펠리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법정나이 39세 미만 청년들이 모인 회식자리에서 모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공연이었죠. '플라워', '공부방', '조이스틱' 세 곡 모두 흥겹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사가 재밌었습니다. 랩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저는 박수를 칠까 했는데 주변 눈치를 싹 보니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리듬을 타야 하는 거더라구요(다들 아셨는지...?).  특히 저의 심금을 울린 곡은 행사장에서 처음 발표된 곡, '공부방'이었습니다. "어디야 뭐해? 묻는다면 나는 웬만하면 공부방"이라는 가사가...하... 정말 끝내줬습니다...(^-T)b

 



=질문 타임
2부는 저자들 사이, 그리고 관객과 저자 사이에 질문이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자들간의 질문에서 민호샘은 "우리는 사전에 누가 누구를 공격할지 다 정해놨다"라고 엄포를 놓았죠. 주로 나온 질문은 공동체에서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 그리고 공동체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공동체에서 공부하면 피할 수 없는 고민입니다.


다영샘은 연암이 장인과 사제관계를 맺으며 그의 진심과 사랑을 받아들인 것, 그리고 민옹이 우울증을 앓는 연암에게 말한 '밥을 못 먹으면 쌀이 쌓일테니 부자가 될 것이고 잠을 못 자니 공부를 많이 할 수 있겠다'라는 말이 품은 진심을 받아들인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공부란 결국 스승의 말을 받아들이는 낮은 자세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반면 민호샘은 공동체에서의 공부는 외부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자기반성으로 끝내는 게 아닌, 다른 사람과의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둘 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답변이었네요.


영주샘은 윤하샘을 향해 공동체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을 질문하셨는데요, 윤하샘은  공동체에서의 축축하고 끈적한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연암이 '벗은 제2의 나다'라고 했던 것처럼 헤어짐은 한쪽 날개가 찢어지는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하면 각자 다른 날개를 찾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이죠. "이별은 변화 그 자체다"라고 담담하게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관객의 질문 중에서는 영주샘을 향한 일과 공부의 병행에 대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주샘은 회사로부터 멀어지면 일을 하면서도 공부에 마음을 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공동체에서 쓰는 마음을 회사에서 쓰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요즘 고민중이시라고 해요. 둘을 무의식중에 나누고 있었고, 위계를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고민을 하며 공부 중이시라고 말입니다. 일과 공부의 간극에서 느껴지는 고민이 드러나는 답변이었습니다.

 


세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집중했네요. 고은샘은 '세 시간 마라톤 북토크라 저자들도 눈에서 영혼이 나갔다'고 하셨지만 저는 어쩐지 이 네 사람이라면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진지하게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남다른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네. 그 에너제틱한 청년 저자들의 이야기는 뒤풀이에서도 계속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별로 갖고 있지 않았는데, 이번 토크쇼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을 만나면서 그렇지도 않구나 싶었습니다. 모두 어떻게 네트워크를 맺어야 할지 고민하고, 공부와 무기력이라는 키워드에 공감하고 있었고, 저 또한 그들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현실에서 고전하는 문제들을 동서양 고전과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라는 토크쇼 주제는 참 적절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좋은 행사 마련해주신 북드라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니다^^ 그리고 뒤풀이 식사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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