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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설수설

[행설수설] 티벳 불교로의 여행

by 북드라망 2023. 1. 11.
행설수설 연재가 시작됩니다!  행설수설 코너에서는 감이당에서 진행된 <2020 고미숙의 行설水설 – 티벳, ‘눈의 나라’로의 여행> 강의의 내용 중 일부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고미숙 선생님의 티벳불교에 관한, 강의도 아니고 세미나도 아닌 그야말로 행行설수水설!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_<

 

티벳 불교로의 여행

 



달라이라마의 기원
몽골어 ‘달라이’는 ‘지혜를 가진 영혼’과 함께 ‘바다’를 뜻합니다. ‘바다 같은 지혜’라는 거죠. 티벳어 ‘라마’는 산스크리트어의 구루(guru)입니다. 구루는 좀 들어봤죠? 구루는 영적인 스승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수행이 높은 스님을 라마라고 하는 거죠. 즉, 달라이라마는 바다 같은 지혜를 가진 스승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몽골어야? 이게 의아해야 되는데 의아하지 않았죠? 관심이 없는 거예요. 지금 몽골이나 티벳이나 심정적으로 머니까. 

그럼 티벳은 왜 달라이라마라는 언어를 썼을까요? 여기에는 어떤 역사 정치적 맥락이 있어요.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세계를 움직일 때, 몽골의 칸이 달라이라마라는 존칭을 쓴 사람이에요. 그런데 티벳 사람들이 그 명칭을 그대로 들여왔죠. 칸으로부터 ‘달라이라마’라는 칭호를 받아서 통치권까지 준 거에요. 

그러니까 종교와 정치가 이렇게 융합돼요. 근데 우리가 배운 바로는 뭐에요? 모든 문명은 제정일치였죠. 단군 왕검이 샤먼이면서 제왕인데, 문명이 발달하면 서로 분리되죠. 교황도 마찬가지에요. 근데 왜 티벳은 거꾸로 갈까요? 거꾸로 왕이 있고 고승(高僧, 주로 린포체라고 불렸던)이 있었어요. 그런데 몽골의 개입 안에서 달라이라마라는 문제가 탄생한거죠. 환생을 하는 순간 통치권을 오버랩 시켜요. 너무 신기하지 않습니까? 거의 15세기에서 17세기 조선시대에 일어난 일이에요. 아주 가까운 년도죠.  

 


달라이라마와 판첸라마
달라이라마 판첸라마는 모두 부처의 한 단면이 환생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부처의 화신(化身)이라고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다르마(法, Dharma)로 존재하니까 어떤 형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데 부처의 다르마에 특정한 지혜를 형상으로 드러내는 분들을 화신이라고 얘기해요. 그리고 화신의 몸을 가지는 것을 색신(色身)이라고 해요. 몸을 갖고 우리 사람처럼 표현하는 것이죠. 달라이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에요. 판첸라마는 아미타불의 화신이고요. 관세음보살과 아미타불이 색신. 즉, 몸을 가진 존재로 계속 태어난다는 거죠. 지금 달라이라마는 텐진갸초(བསྟན་འཛིན་རྒྱ་མཚོ)라는 분인데, 14대 달라이라마 입니다. 그런데 판첸라마는 11대에요. 달라이라마는 14번의 몸을 계속 바꿔서 태어났다는 거고, 판첸라마는 11번째 입니다. 이런 게 지금 믿어지세요?

십대 판첸라마가 1989년에 입적합니다. 그러면 환생자를 찾는 것이 티벳의 문화에요. 89년, 그때 태어났으면 10개월 뒤의 환생자를 찾는 거죠. 그러면 여섯 살 쯤 된 거죠. 그래서 95년 5월14일, 티벳에서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 태어난 라마라고 하는 여섯 살짜리의 아이를 11대 판첸라마로 선포 했어요. 근데 이걸 누가 했느냐 하면 지금 14대 달라이라마가 한 거예요. 근데 꼭 그렇게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역사적으로 보니까 섭정도 있고 다른 고승들도 있고 환생을 찾아내는 아주 정교한 시스템이 있어요. 굉장히 소름 끼치죠. 그래서 14대 달라이라마를 찾는 그 과정이 저는 신화든 전설이든 들을 때마다 너무너무 재밌고 신기해요.

 


티벳 불교의 역사
티벳은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습니다. 티벳 역사를 거칠게 그려보면, 티벳이 고대왕국이었을 때는 중국을 무력으로 엄청 압박했어요. 그래서 지금 중국이 티벳을 괴롭히는 게 업보라고 얘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두 나라가 접경지대에 있으니까 엄청나게 무력충돌을 했는데, 당나라 같이 중국왕조가 굉장히 번성한 시기였습니다. 당태종이나 측천무후, 당나라가 굉장히 부강한 때인데 토건을 못 이겼어요. 뭐 거의 백전불태였어요. 토건이라는 왕국에 그런 왕과 장군이 있었거든요. 그러면 우리가 거의 몽골의 칭기즈칸을 떠올리듯이, 두 나라의 전투는 엄청난 전투에요. 그런데 너무 놀랍게도 그 전리품 중에 하나가 뭐였냐면, 당나라 공주를 토건왕국으로 시집보내는 건데, 그 공주가 당나라에 불상과 불교를 가지고 왔었죠.

그 이후의 역사를 보면 티벳이 더 이상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한다? 아니에요. 부처님의 제자가 되서 마음을 정복하는 걸로 바뀌었어요. 그때부터는 티벳에 인도사상의 계승자가 나와요. 이렇게 티벳 역사 전체를 간단하게 설명했어요. 티벳이 중국과 인도사이에 있었다는 걸 한눈에 잘 보여주죠. 

 

그래서 20세기에 와서 중국 공산당이 몇천 년 전의 복수혈전을 하는 걸까요? 무력으로 티벳을 침탈했을 때, 당연히 티벳은 무력이 있을 리가 없죠. ‘무장해제’ 부처님의 제자니까요. 그래서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을 가는데, 너무 자연스럽죠. 지금 다람살라라고 하는 히말라야 중턱에 티벳 자치구가 있어요. 티벳 망명정부. 저는 여기서 딱, ‘부처님’ 싯다르타왕자가 있었던 카필라왕국이 떠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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