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환장’을 마쳤습니다!—『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 북토크 후기
(feat. ‘환장’의 <무한도전> 유니버스)
안녕하세요. 오늘은 가을바람을 타고 돌아온 ‘공부로 불타는 화요일’ 북토크 뒷이야기를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7월 한 달을 쉬고 다시 시작하게 된 ‘공부로 불타는 화요일’인데요. 혹시, 뭐가 좀 달라졌나? 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리자면 그런 건 없습니다(ㅎㅎ). 늘 하던 거 했습니다. 공부로 불타는 화요일의 공식 인사법 쉑북을 했고요, 인상 깊은 구절 나눴고요, 저자 선생님의 강의 들었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고, 참여해 주신 독자님들께서 소감도 나눠 주셨고요.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은 늘 돌아오지만 언제나 다른 계절인 거 다들 알고 계시죠? 북토크도 그렇습디다. 늘 하는 거지만 매번 달라요. 미리 귀띔해 드리자면 이번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는 역대급으로 웃겼습니다. 일단 북토크의 하이라이트인 쉑북 장면부터 보시죠.
사진 잘 보셨나요? 혹시 제대로 못 보셨다면 한번 잘 보세요. 분명 익숙한 얼굴이 보일 겁니다. 이번 북토크엔 깜짝 게스트가 한 분 오셨는데요. 바로 곰샘이십니다. 이번 북토크가 왜 역대급으로 웃겼는지 ‘곰샘’이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아시겠죠? 더구나 책을 열심히 읽어 오셨기 때문에 어느 부분이 인상 깊으셨는지 아니 나눌 수가 없었는데요. 너무나 『돈키호테』적이게도…(강의 서두에 김해완 선생님이 『돈키호테』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돈키호테』를 읽어 보시면 되게… 지적이지 않아요…”)
곰샘: “밑줄 친 부분이 너무 많은데… 산초 판사의 ‘판사’가 뱃살이란 걸 알고 너무, 너무 기뻤어^^. 이걸 내가 예전에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에서] 돈키호테를 쓸 때는 몰랐거든. [“뱃살의 산초, 똥배의 산초”_해완샘] 그게 너무 감동이었어. 저는 복근에 대한 혐오가 있어가지고 뱃살을 되게 좋아하는데… 내가 왜 그렇게 산초한테 그렇게 반했는지를 다시 알게 됐단 말이야.”
아… 고백하자면 사실 저도 『돈키호테』를 제대로 알기 전에는 산초 판사가 ‘判事’인 줄 알고, 멀쩡한 사람이 어쩌다 돈키호테를 만나서… 쯧쯧… 그랬었더랬지요. 암튼 여기까지도, 여기까지도 충분히 웃겼는데 이어서…
“막 목마 타고 올라가는 그 장면 있잖아? 비행기라고 착각해서, 막 옆에서 이렇게 바람하고… 막 풍차해서 올라가는 장면. 그거, <무한도전>에 똑같이 나온 적 있어! 그 얘기 꼭 해주고 싶어서. <무한도전>에 유재석을 속이고, 눈을 가리고 헬기를 타는 것처럼 했는데. 옆에서 막 풍차 엄청 돌리고, 막 기계음 내고, 소리 내고…. 그런데 [『돈키호테』랑] 똑같더라고 이번에 읽다 보니까. 와! 그런데 이건 감동…하고 쫌 다른 건데…(머쓱). 그래서 나중에 <무한도전> 한번 보라고(^^).”
(* 곰샘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 197~199쪽을 보시면 됩니다. 아, 물론 곰샘께서도 “굉장히 지적으로 감동적인 데도” 많았다고 하시면서 나카자와 신이치 이야기도 하시고 그랬긴 했습니다만 원래 기억엔 이런 것만 남는 법이잖아요? ㅎㅎ)
아무리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 유니버스라지만, 『돈키호테』까지 있었을 줄이야! 아니, <무한도전>도 고전의 세계를 벗어날 순 없었던 것이겠죠. 좌우간 다들 이대로 뱃살과 <무한도전>에 정신줄을 놓았을 때 김해완 선생님만큼은 역시 본분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바로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를 한 시간으로 압축한 미니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돈키호테』를 놓치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개그코드가 맞았어요. 너무 웃겨서 잘 모르겠는데 계속 읽어야겠다. 사실상 인생이나 생명에서 정말 중요한 핵심은 바로 그 웃음, 활기, 그 지치지 않는 에너지죠. 시공간을 막론하고 400년 전의 스페인이든, 21세기의 한국이든, 코로나로 괴로워하는 쿠바든 결국 그 핵심은 생명과 웃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관점으로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를 쓰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생명력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리고 돈키호테식 모험의 기승전결이 이 생명력에 어떻게 기여를 하는가, 그 이야기를 오늘 좀 해보려고 합니다.”
네, 이렇게 시작된 강의의 하이라이트를 조금만 맛보여 드리고 싶은데, 사실 걷어낼 것이 없었던 강의라… 고르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요만큼만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책을 읽고 제 나름의 답을 내렸던 것은 이 돈키호테와 산초가 길 위에 있었기 때문에 길을 떠났기 때문에 생명력을 얻었다,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모험을 떠난 거죠. 그리고 모험을 마친 거죠. 그 시작과 끝이 모두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보통 모험을 떠난다고 생각할 때 떠난다는 거에만 굉장히 방점을 찍거든요.
기승전결에서 기의 이미지에 되게 꽂혀요. 돈키호테를 상징으로 만들려고 하는 여러 가지 입장들—낭만주의자 아니면 이상주의자니 광대라는—도 사실은 다 초반의 이미지예요.
길을 떠났을 때의 이미지 그렇지만 산초와 돈키호테라 산초는 이 기승전결이라는 모험의 다른 국면들을 하나씩 밟아 나갔고 결국은 마쳤죠. 그래서 다시 말해서 제가 생각하기에 돈키호테라는 작품은 이 대환장 시대에 모자란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도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모험을 떠날 수 있는가 그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죽음을 앞둔 노인이라고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그 설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일단 돈키호테가 노인인 이유는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실패시키려고 작정을 했기 때문이에요.
돈키호테는 사실 이렇게 실패를 함으로써 성공을 하는데 왜냐하면 실패함으로써 사실은 무지가 그 돈키호테가 품었던 무지가 세상에 끼칠 수 있는 폐해를 최소화시켰죠.
일단 실패에 되게 장점이 많아요. 돈키호테를 보면 그걸 역으로 알 수 있는데 자아도취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여주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즐겁게 할 수 있는 확률은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청년 돈키호테를 상상해 보면, 만약에 돈키호테가 힘이 넘치고 사람을 설득할 만한 카리스마가 있었고 언변이 좋았고 그래서 실제로 자신의 꿈을 모험 무지를 실현할 수 있었던 여건이 되었다면 이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키하노의 죽음은 저는 세르반테스가 저에게 반문하게 만드는 그런 장치 같아요. 자기 자신을 직시하는 이런 깨달음을 저희 역시 원할까요.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찌질하고 우스꽝스럽게 살았는가라는 이 시간을 깨닫는 이 순간 그걸 만회할 시간도 남지 않은 죽음을 앞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이 깨달음을 원하는가. 아마 그거에 대한 저항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슬프게 여긴다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저는 저에게 그걸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답을 할 것 같아요. 원한다고. 왜냐면 내가 그 지난 시간 속에서 그렇게 우스꽝스럽고 되게 착각 속에서 살았다는 그 사실이 돈키호테가 그 길에서 만났던 타자들을 만나면서 얻었던 생기, 그런 활기들을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거는 실존했었죠. 정말 행운 속에서 그 무지가 세상에 해악을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즐거움이 희석되지 않을 수 있었고 그게 무사히 마지막까지 그 깨달음이라는 마무리까지 오게 되었잖아요.”
“돈키호테가 깨달았던 거는 정말 하잘 것 없는 깨달음이죠. 기사 소설이 현실이 아니었구나! 저희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 이런 그걸 깨닫는 게 뭐 어떻다고, 라는 생각이 들 수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키호테라는 이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끊임없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 깨달음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알려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의 무지에서 한 발짝 벗어나는 그 순간에 사실은 존재가 바뀌고 돈키호테가 다시 키하노로 돌아왔듯이 그리고 세상이 바뀌고 돈키호테가 인식했던 세상이 다시 뒤집혔듯이 이야기가 바뀌죠. 돈키호테가 돈키호테 중심으로 쓰였던 그 이야기가 아니라 막판에 키하노가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기사 소설이라는 해악을 알리는 용도로 바꾸겠다. 그것으로 결론을 내겠다라고 한 것처럼 지난 시간과 이야기가 바뀌죠. 그러니 이것보다 더 생생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저는 마지막에 이 결말을 보면서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 기승전결이 모험의 생명력을 누리려면 저는 꿈을 이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꿈을 깨는 이야기를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깨달음이란 건 어쩌면 꿈(망상)에서 ‘깨’어나 새로운 곳으로 도‘달’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요? “노망 난” 할배(돈키호테)와 “바람 든” 아재(산초)라 할지라도 깨달음으로의 여정(모험)은 가능하다는 것, 심지어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건으로 인해 즐겁기고 하다는 것, 그리고 그 경험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다시금 해완샘의 강의를 통해 들으면서 이번 ‘환장’(換場)의 북토크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새로운 장(章)으로 시작되는 ‘환장’(換章)의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튼 소감 남겨 주신 은* 독자님의 말씀처럼 “‘환장’하게 좋은 북토크”(흠흠)였고,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도 다 ‘환장’하였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참석 못하신 분들은 다음에 꼭 오셔요. 다음번 ‘공부로 불타는 화요일’은 9월 27일 저녁 7시이고요, 책은 오선민 선생님의 『슬픈 열대: 공생을 향한 야생의 모험』입니다. 또 ‘모험’이네요^^ 함께 가 보자고요!(>.<)
참석해 주셨던 독자님들, 소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선정하신 한 분께는 고미숙 선생님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10주년 기념판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은*: ‘환장’하게 좋은 북토크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경*: 강의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해완쌤을 움직이게 하는 힘 중에 ‘사랑’ 파트는 생략된 것 같아서 다음 책에서 기대하고 싶습니다. ㅎㅎ
원*: 돈키호테를 어렸을 때 읽어 보고 지금 이 북토크를 들어 보니 돈키호테의 행동엔 이유가있었구나, 라는 답(?)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습니다.
종*: 돈키호테처럼(?) 가볍고 뻔뻔하게 살아가겠습니다.^^ㅎ 강의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 길 위에 나서는 것, 모험을 경험하는 것, 새로운 사건을 겁없이 맞이할 수 있도록 힘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가뿐히 나설 수 있는 힘을 얻고 갑니다^^
b**a: 무능하고 무지한 존재인 나로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모험을 떠날 수 있을지 앞으로 열심히 궁리해야겠습니다^^! 오늘 환장 토크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소*: 다 읽지는 못했지만(고백) 해완샘의 기-승-전-결 강의에 한방에 정리되었습니다! 돈키호테의 삶이 더더 궁금해지네요~ 앞으로도 해완샘의 모험을 응원합니다! 강의 잘 들었습니다^^
u**r: 오늘 북토크 즐거웠습니다. 돈키호테의 치지 않는 활기와 웃음, 생명력이 부럽네요. 저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에 환멸이 생기고 있는데ㅎㅎ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성격까지요. 해완쌤, 언젠가 길 위에서 한번 뵙고 싶어요.
*끝까지 모두 읽으신 분들을 위한 뽀너스!
곰샘이 말씀하신 무한도전 영상은 "요기"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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