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눈에 띈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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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김진송, 현실문화
1999년, 일제강점기 대중문화를 통해 현대성의 형성과정을 밝혀내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현대성의 형성』이 출간 2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이번 개정판은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고, 자료의 출처를 보다 정확히 명시하였으며, 한글세대 독자를 위해 한자와 일본어에 꼼꼼히 해설을 달았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식민지 시기의 현대화과정을 비판적으로 돌아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식민지근대화론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인이 현대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시간에 따라 현대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는 당대 계몽적 지식인이 관념적으로 인식했던 현대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 대중의 일상으로 정착했는지, 그 과정에서 식민통치가 어떻게 한국의 현대화를 왜곡했는지를 분석한다. 일제의 식민통치는 오늘날의 ‘문화’ 개념과 슬로건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바, 현대성의 형성과정을 돌아보는 작업은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나는 전쟁범죄자입니다』, 김효순, 서해문집
일본이 패망한 1945년 8월 중국의 동북 3성(옛 만주)과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에 체포돼 시베리아의 수용소를 전전하다가, 1950년 7월 중국에 인도돼 푸순전범관리소에 수감된 이들이 있었다. 중국 대륙에서 침략전쟁의 선봉에 섰던 군인들, 괴뢰 만주국에서 수탈정책 입안과 항일세력 탄압 등 치안 헌병 정보 분야에서 종사하던 일본인 전범이다.
1000명에 가까운 이들 외에도 패전 후 일본제국 부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며 중국 산시성에 남아 국공내전에서 팔로군에 저항하다가 체포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타이위안전범관리소에 수감됐다.
뼛속까지 황국신민 정신과 군국주의 교육에 물들었던 이들은 신중국의 전범 개조정책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침략 정책의 충실한 입안자와 집행자였던 이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중국의 일관된 정책과 처우에 감복해 엄청난 고뇌를 거쳐 서서히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일본으로 귀환해서는 자신이 저지른 죄행을 반성하고 침략전쟁의 진실을 증언하며 반전평화운동에 앞장섰다. 이들은 푸순전범관리소에 있지 않았다면 전장에서 저질렀던 행위를 기억에서 지운 채 입을 닫고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도대체 60여 년 전 푸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푸순의 기적'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유례없는 중국의 전범 처리 방식이 어떻게 일본인 전범들을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바꾸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컴퓨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카와조에 아이, 이영희 옮김, 로드북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내부 구조는 전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컴퓨터의 구조와 동작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 세계로 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러 온 요정의 물음을 통해 컴퓨터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는 청년의 답을 따라가다 보면 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의 역사부터, 논리학과 수학, 공학의 만남을 거쳐 어떻게 컴퓨터가 만들어졌는지 재미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메리 매콜리프, 최애리, 현암사
현대적 사고와 정치의식이 자라나고, 각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이 시작되던 시대. 그 중심에 파리가 있었다. 프랑스 파리는 이미 유럽의 중심에서 문화예술의 전통을 이어온 곳인 동시에 왕정을 무너뜨린 곳이며, 노동자가 봉기한 ‘파리 코뮌’의 중심지였다. 관습적인 것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향한 열망이 타오르는 이곳에서 문화와 예술, 과학이 꽃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예술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역사학자 메리 매콜리프는 예술사상 가장 역동적이었던 이 시기 파리에 모여든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버무려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당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일기, 회고록, 편지 등의 1차 자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서술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당시의 인물들의 삶 속으로 직접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고, 나아가 그 인물들의 삶과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각 시대 음악, 미술, 문학, 무용, 영화 등의 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과학과 기술, 건축과 패션, 정치 및 경제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이슈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 책은 세계 수도로서의 파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이 세 권의 책은 각각 벨 에포크, 프랑스어로 말 그대로 ‘아름다운 시대’라는 뜻의 이 시기가 태통하는 여명기부터 시작해(1권),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이후 이 시대의 절정기(2권)를 지나,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모든 방면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황금시대(3권)의 모습을 그린다. 세 권은 차례대로 읽을 때 그 흐름을 가장 잘 볼 수 있지만 매 권 새롭게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과 사건들이 있으므로 관심 있는 인물이 담긴 권만 읽어도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다.
『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이규원, 북스피어
전국의 쌀과 야채가 모이는 ‘천하의 주방’ 오사카. 이곳의 야채 유통을 독점하던 상인회는 먹고살기 위해 직접 재배한 야채를 팔려는 농부들을 탄압한다. 이에 가난한 농부들의 목소리를 듣고 불합리한 구조를 타파하여 야채시장을 개혁하고자 나타난 남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세이타로, 공교롭게도 상인회 대표의 큰아들이다.
오사카에 부임한 남편을 따라 내려온 에도 토박이 지사토는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떠나자 근근이 생활하다가 상인회 대표의 마나님을 시중드는 하녀로 일하게 된다. 힘든 일과 중에도 유일한 낙이라면 오사카의 맛있는 음식을 삼시 세끼 맛보는 것뿐이다. 그러던 중 뭘 하든 제멋대로인 ‘허당’ 큰아들 세이타로에게 휘말린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지사토는, 얼간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야채에 미쳤다’는 평을 듣는 세이타로에게 어느샌가 끌리게 된다. 자신만만한 세이타로의 말처럼 막부의 보호를 받는 상인회의 독점을 타파하여 야채시장의 유통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지금은 사라진 전설의 야채를 되살려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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