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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문장83

4월의 슬픔은 우리가 맺어온 연결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4월의 슬픔은 우리가 맺어온 연결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주디스] 버틀러는 상실의 슬픔이 파도처럼 우리를 덮칠 때, ‘알 수 없음’이 우리를 장악한다고 말한다. (......) ‘너’를 상실함으로써 내가 무언가에 압도된다면, 그것은 ‘나’ 자신을 알 수 없다는 감각이다. 이것은 나 자신을 벗어나는 감각, 내가 나의 것이 아니라는 박탈의 감각이기도 하다. ‘너’를 상실하게 되면서 사실은 내 존재가 ‘너’ 덕분에 가능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알 수 없음’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나를 구성하는 것이 너와의 유대관계였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슬픔은 몸에 대한 버틀러의 사유를 확장한다.”(이선현, 「주디스 버틀러, 몸 그리고 수행성」, 『여성철학자의 철학 이야기』, 216~217쪽)12년 전 그때부터.. 2026. 4. 24.
스토아적 삶의 방식‘우리에게 달린 것과 달리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스토아적 삶의 방식 ‘우리에게 달린 것과 달리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정승연(『세미나책』 저자) 우리가 자유를 행사하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다. 운명과 사건의 거대한 흐름 한가운데 탈취할 수 없는 자율의 섬이 있다. 우리에게 달린 것은 우리 영혼의 행위다. 그 행위는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니까. 어떤 것을 판단하느냐 마느냐, 어떤 식으로 판단하느냐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 무엇을 욕망하느냐 마느냐, 어떤 것을 원하느냐 아니냐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 반대로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픽테토스는 육신, 부, 명예, 높은 직위가 그런 것이라고 보는데)은 자연 일반의 흐름에 달려 있다. 육신은 대체로 우리 의지로 움직일 수 있지만 육신의 생로병사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 2025. 10. 31.
“인간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상처 입은 동물, 부러진 풀줄기의 고통을 가슴으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어머니 대지는 우리의 살이다. 바위는 우리의 뼈이고, 강물은 우리 혈관을 흐르는 피다. (돈 호세 맞추와[휘촐족 인디언 성자]의 말; 시애틀 추장 외, 『인디언 연설문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엮음, 더숲, 2017, 568쪽)  태어난 인간의 시야는 참 좁다. 영아기 때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 활동하고,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는 대체로 자기만 생각한다. 사회화란, 나의 행동이 남에게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고려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부단히 아이에게 이 부분을 가.. 2025. 1. 6.
[씨앗문장] 엄마와 딸―가장 친밀하고 가장 먼 엄마와 딸―가장 친밀하고 가장 먼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가사노동이 아니라 감정노동이었다. 어머니는 나의 가사노동에 시시콜콜, 일거수일투족, 사사건건 간섭하기 시작했다. 장을 봐 오면 ‘이게 뭐냐?’부터 시작해서 ‘이건 왜 사 왔냐?’ ‘뭘 이렇게 많이 사 왔냐?’ ‘이건 왜 데치냐?’ ‘이걸 왜 고춧가루가 아니라 고추장을 넣느냐?’ ‘뭘 이렇게 늘어놓냐?’ ‘왜 설거지를 빨리 안 하냐?’ ‘뭘 이렇게 많이 버리냐?’…. 하루 종일 집에 혼자 계셨을 테니 심심했을 것이고, 딸이 들어왔으니 반가웠을 것이다. 이런 잔소리가 나름대로 소통의 욕구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난 어머니의 기분에 장단 맞춰 가며 느릿느릿 설렁설렁 일할 만큼 시간의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점점 대꾸하는 말이 짧아지고 날.. 2024.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