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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16

[호모쿵푸스, 만나러 갑니다] 별자리를 만나다 : 먼저 사람이 되자 별자리를 만나다 : 먼저 사람이 되자 여기 별자리를 공부하는 전직 수의사가 있다. 별자리와 의학, 얼핏 들었을 때는 거리가 무척 멀어 보인다. 후자를 떠올리면 최첨단 장비와 '과학', '기술'이 생각난다. 어떤 문제가 있든 인간의 힘으로 장악하고 파악해 낼 것만 같다. 반면 전자를 생각하면 초자연이나 영성이 떠오른다. 우주의 운행에 인간의 문제를 맡겨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이재에서 공부하는 소담 쌤은 어떻게 동시에 이 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걸까? 소담 쌤에 따르면 별자리와 의학에는 공통점이 꽤 있다. 우선 외울 게 많다. 소담 쌤은 수학 문제도 달달 외워서 풀어버리는 암기 능력자다. 외우는 걸 즐기는 것 같아 보인다. 둘째로 별자리와 의학은 모두 어떤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체계다. 소담 쌤.. 2024. 6. 21.
[호모쿵푸스, 만나러 갑니다] 역사를 만나다: 뜨거운 포부, 뜨거운 역사 역사를 만나다 : 뜨거운 포부, 뜨거운 역사 규창은 규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고 때로는 밥도 한다. 세미나 시간에는 자리에 꼿꼿하게 앉아 온몸의 혈 자리를 주무르고, 틈틈이 스트레칭도 잊지 않는다. 행동이 야단스럽지 않고 은근해서 과묵할 것 같기도 하지만, 의외로 안 끼는 곳이 없다.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자기 일이 아니더라도 슬쩍 등장해 말과 손을 보탠다. 깊은 저음의 목소리 때문일까? 참견하고 끼어들어도 촐싹대지 않는다. 그의 마음에는 풍랑이 치지 않을 것만 같다.그를 봐온 지 수 년이 지났건만, 규창의 마음속에 불이 들끓는다는 걸 인터뷰를 하며 처음 알았다. "열이 받았다", "뜨겁다", "혈기가 왕성했다", "악에 받쳤다", "치열하다" 자기 얘기를 할 때도, 시.. 2024. 5. 24.
[호모쿵푸스, 만나러 갑니다] 니체를 만나다: 소개팅 말고 연애! 니체를 만나다 : 소개팅 말고 연애! 지난해 청년 북콘서트 이후로 오랜만에 영주 쌤을 만났다. 그때는 그가 쓴 『청년, 천 개의 고원을 만나다』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주역』 공부도 계속하고 있고, 니체 전집 읽기 세미나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직장인으로서 그냥 세미나를 하기에도 쉽지 않을 텐데, 한가지 공부를 오랫동안 뭉근하게 해내며 반장과 튜터까지 맡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기가 이 길로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이야기를 했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이다. 북콘서트 경험이 그에게 ‘작가’ 혹은 ‘학자’의 정체성을 일깨워 준 모양이었다. ‘술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애’라는 이미지 때문에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회사에서 숨어 했다던 그는 이제 .. 2024. 3. 18.
[공동체지금만나러갑니다] <감이당> : 무식하다고 혼나는 게, 실수가 들통나는 게 좋은 사람들 : 무식하다고 혼나는 게, 실수가 들통나는 게 좋은 사람들 감이당에 도착하니 만나기로 한 세미나실 안에서 선생님들이 계셨다. 자세히 보니 오늘 인터뷰하기로 한 희진 쌤, 경아 쌤, 주란 쌤 외에도 몇몇 분이 더 계신다. 유리창 너머로 꾸벅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세미나실 문이 열리며 나를 향한 인사와 서로를 향한 말이 엇갈려 문밖으로 튀어나왔다. “어서 오세요!” “우리 얘기 더 해야 돼!” “일찍 오셨네요.”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어.” 자못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들이라 나는 걱정 마시라고, 위층에서 쉬고 있겠다고 말씀드리고 어서 자리를 피해드렸다. 그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조금 걱정했는데, 이제 와 보니 그리 큰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인터뷰하며 이분들이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공동체.. 2023. 12. 15.